목록인생은 아름다워 (1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스타부부쇼 자기야' 의 시청 연령은 15세 이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15세가 아니라 19세 이상으로 제한해야 할 듯한 방송 내용이 많은데, 그나마 허수아비에 지나지 않는 규정일 뿐, 실제로는 어린이들과 청소년들의 시청을 막을 아무 대책도 없는 상황이지요. 23일 방송에서 여성그룹 '디바' 출신의 가수 비키는 만난지 1개월만에 동거를 시작하고, 3개월만에 임신을 하고, 그 와중에 남편이 무단외박을 해서 가출을 했던 이야기들을 털어놓았습니다. 아주 편안하게 웃으면서, 일상적인 어조로, 그것이 당연하다는 듯, 아무렇지도 않은 어조였습니다. 친구의 기일에 참석했다가 외박을 한 남편과 새벽녘에 전화로 싸우고 가출한 비키는, 혼자 호텔에 들어가서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고 합니다. 해..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요즘 맏딸 부부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혼까지 갈 것 같지는 않지만,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부 사이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듯 하군요. 그런데 분명 임신한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른 여인과 단둘이 영화를 보러 간 이수일(이민우)의 행동이 신뢰를 깨뜨리는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양지혜(우희진)를 탓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극중에서 지혜의 엄마가 그러하듯이 말이에요. 물론 남편을 대하는 지혜의 태도가 옳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객전도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그 동안 아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수일 본인이 조금씩 극복해 나갔어야 해요. 마치 안 그런 척, 그녀에게 맞춰 주면서 사는 게 편해서 그러는 것처럼 쇼..
큰딸 내외인 양지혜(우희진)와 이수일(이민우)은 평범하고 화목한 커플이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귀여운 딸 지나가 있고, 이제 곧 태어날 둘째 아기도 있습니다. 아내 양지혜는 성격이 드세고 이기적인 듯 하지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진실하고 매사에 경우가 바른 여인입니다. 상대적으로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남편 이수일은 아내에게 눌려 사는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자기 삶의 방식을 융통성있게 운영하는 터라 두 사람은 퍽 잘 어울렸지요. 특히 예정에 없던 둘째의 임신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지혜가, 이기심을 억누르고 모성의 용기를 발휘하며 둘째를 낳기로 결심하던 장면은 흐뭇한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독특한 사랑과 평범한 사랑이 공존합니다. 가장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태섭(송창의..
월드컵으로 인해 오랫동안 결방했던 SBS 드라마들이 다시 방송되기 시작했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인생은 아름다워'도 참 오랜만에 볼 수가 있었네요. 지금 '인생은 아름다워'의 등장인물들은 모두 사랑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커플이 너무 많아서 산만하다 싶을 지경이네요. 그 중에서도 가장 독특한 커플을 꼽는다면 단연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동성애 커플이겠는데, 태섭의 커밍아웃이라는 큰 산을 넘어서 어느 정도 안정권에 접어들었기에 그들의 이야기는 일단락된 느낌입니다. 청춘 남녀들의 풋풋한 사랑 틈바구니에서 이제 또 한 커플이 독특한 사랑을 시작하려 합니다. 조아라(장미희)와 양병준(김상중) 커플입니다. 이번에 방송된 25회에서는 그들의 이야기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군요. 그 동안 조아라가 일방적으로 호..
'인생은 아름다워'의 가족들은 최근 태섭(송창의)의 커밍아웃을 경험하며 놀라운 수준의 이해심과 포용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병걸(윤다훈)이나 수일(이민우)처럼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원도 있었으나, 그들의 태도를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우리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수일의 모습은 아주 전형적인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속으로는 거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고 마치 이해하는 것처럼 쿨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요. 만약 태섭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묶여 있지만 않았더라면, 수일의 착하고 순한 성격상 약간의 거부감도 드러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가족들 중에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
인생은 행복하고 좋은 일들로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누구의 인생에도 슬프고 괴로운 일은 존재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느냐 하는 문제는, 고통스런 일들을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좋을 것입니다. 김수현 작가는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그에 대한 명쾌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는 동성애자입니다. 그들이 스스로 원한 것은 아니지만, 운명은 그들을 남들과 다른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지요.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그 자체로서 불행의 씨앗이며, 이제 피할 수 없이 잉태되어 버린 불행의 씨앗을 과연 어떤 방식으로 극복하여 행복을 만들어 나갈 것인가가 두 사람뿐만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 모두에게 남은 과제입니다. 경수의 가족들은 ..
'인생은 아름다워' 18회에서 드디어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관계가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올랐습니다. 경수의 타고난 성향을 알면서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가 평생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기를 강요합니다. 아들을 향해 '괴물'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어머니(김영란)와 절대 자기의 뜻을 꺾을 수 없다고 맞서는 경수와의 대립은 시시각각으로 날카로워져 가는데, 그 와중에 경수 어머니에게 태섭의 존재가 드러나고 만 것입니다. 태섭이 경수에게 보낸 택배를 먼저 받아 본 어머니는 그의 이름과 연락처와 주소를 모두 기록해 놓고, 경수를 향해 허를 찌르듯 갑자기 묻습니다. "그 놈 이름이 태섭이니?"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경수는 아니라고 잡아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아셨어요?" 하며 비명을 지르..
'개인의 취향' 7회에서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킨 인물은 담예술관의 최관장(류승룡)이었습니다. 그 기품있는 신사가 느닷없이 전진호(이민호)에게 범상치 않은 호감을 고백하며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을 드러냈던 것이지요. 언젠가 포장마차에서 박개인(손예진)이 술에 취해 떠드는 소리를 들었기에, 전진호가 자기와 같은 게이라고 오해를 했고, 그래서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류승룡의 연기력은 과연 찬사를 받을만했습니다. 그는 짧은 분량 속에서도 더할 수 없이 충분하게 자기의 역할을 수행했지요. 너무나 은근하게, 극도로 조심스럽게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놀라움과 충격과 신선함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순간, 생각지도 않은 감동이 다가와 제 가슴을 울렸습니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최관장의 방을 나서던 전진호는 한창렬..
'검사 프린세스' (이하 '검프') 3회에서 드디어 마혜리(김소연)의 본격적인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원칙과 자기애(自己愛)로 굳세게 무장하고 사회적인 모든 관습과 타인의 시선을 무시하던 오만 방자한 공주 마혜리가, 몸을 아끼지 않고 용감무쌍하게 범인 검거에 나서며 나름대로 정의로운(?) 검사의 역할을 수행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귀엽고 신선하고 역동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지나치기에는 너무 아쉬운 점을 발견하였습니다. 변화의 시작은 매우 중요합니다. 도대체 왜 그 사람이 변하기 시작했는가? 무엇이 그를 변화로 이끌었는가? 변화의 시작과 동시에 명백한 이유가 주어져야 하며, 그 이유가 타당하고 많은 이의 공감을 얻을수록 캐릭터의 변화는 매력적으로 비춰지게 됩니다. 마혜리의 변화에도 물론 뚜렷한 이유가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