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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소심남(?) 이수일 본색을 드러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소심남(?) 이수일 본색을 드러내다

빛무리~ 2010. 7. 1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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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요즘 맏딸 부부가 위기를 겪고 있습니다. 이혼까지 갈 것 같지는 않지만, 한 번 금이 가기 시작한 부부 사이는 쉽게 회복되지 않을 듯 하군요. 그런데 분명 임신한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다른 여인과 단둘이 영화를 보러 간 이수일(이민우)의 행동이 신뢰를 깨뜨리는 원인을 제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양지혜(우희진)를 탓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극중에서 지혜의 엄마가 그러하듯이 말이에요.

물론 남편을 대하는 지혜의 태도가 옳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객전도가 되어서는 결코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그 동안 아내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수일 본인이 조금씩 극복해 나갔어야 해요. 마치 안 그런 척, 그녀에게 맞춰 주면서 사는 게 편해서 그러는 것처럼 쇼를 하다가, 이제 와서 바람 비슷한 것을 피우다가 걸리니까 이참에 배째라는 식으로 엇나가고 있는 이수일은 못난 놈 중에서도 상거지입니다.


지혜가 "당신 변했어. 내가 알던 당신이 아니야. 너무 속상해." 하고 눈물을 글썽이면서 방으로 들어가자 이수일은 혼자 중얼거립니다. "쇼 안해도 되니까 만사 편하네 뭐..." 그 동안 이수일이 보여주었던 부드럽고 자상한 태도는 모두 쇼였던 것입니다. 겉으로는 그렇게 좋은 남편, 좋은 사위, 좋은 아빠인 척 하면서 밖에서는 들키지 않을만한 선에서 다른 여자들과 종종 데이트도 즐기며,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서 살았던 거예요. 그런데 이제 들켜 버렸으니 더 이상 쇼를 할 필요가 없어졌지요. 죄를 지은 것은 수일인데 오히려 지혜만 고통스러워지고, 수일은 차라리 속편하게 되었습니다.

과연 이수일의 그 정도 행동을 외도라고 할 수 있을지는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거짓말의 정도가 너무 심했기 때문에 신뢰를 깨뜨린 것은 확실합니다. 그는 어린 딸 지나(정다빈)를 이용해서, 그리고 본가의 부모님을 이용해서 거짓말을 했습니다. 함께 영화를 보러 가고 싶어하는 아내를 떼어놓기 위해서, 너무 일찍 집을 나서면 부모님이 서운해하실 거라는 둥, 며느리로서 거부하기 어려운 이유를 대었던 것입니다. 그래 놓고서는 다른 여인과 단둘이 영화관에 갔습니다. "숙녀분을 모시고 영화를 보러 와서 졸고 있다는 건 말이 안된다"는 둥 "이 영화가 은근히 야하다는데 괜찮겠어?" 라는 둥 닭살스런 대화까지 나누면서 말입니다. 이것을 어찌 순수한 직장 동료로서의 행동이라 하겠습니까?


분명 가증스럽고 파렴치한 행위이며, 직접 자기 눈으로 보고 들은 지혜의 입장에서는 결코 잊을 수 없는 상처가 될만한 일이었습니다. 지혜가 지독한 완벽주의자라서 더욱 그렇겠지만, 평범한 여성 그 누구라도 받아들일 수 없을 거예요. 아이들도 있는데 그 정도의 일로 차마 이혼은 하기 어렵겠지만, 이제는 행복한 결혼생활을 포기한 채 그저 하루하루 견디며 살아가야 할지도 모릅니다.

제가 지난 주에 올렸던 포스팅 '이수일의 외도가 충격적인 이유' 를 읽으신 한 독자분이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비로그인 상태에서 남기셨기에 누구신지는 모르겠고, 남기신 댓글을 인용해도 되느냐고 물어볼 수도 없었지만, 어쨌든 제 블로그에 공개적으로 남겨주신 글이니 허락 없이 인용해 보겠습니다. 


"글 쓰신 분께는 좀 예의없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보기에 수일의 성격을 잘못 파악하고 계신거 같습니다. 제가 파악하는 수일은 상당히 자기 욕망에 강하면서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아주 능수능란한 영업맨의 모습니다. 극중에서 아내의 낙태에 대해 "내 아이 너한테서만 낳으라는 법이 있냐"는 독백도 있었습니다만, 이런 유형의 사람은 겉으로는 유해보이나 이는 실은 자신의 의지와 욕망을 관철하고자 하는 수단이자 겉모습일뿐 끊임없이 현실을 살피면서 의지와 목적을 반드시 이루는 스타일입니다. 사회생활을 일정 기간 해서 요령과 방법이 터득된 거지요. 좀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은 관계없는 사람들입니다. 수일이 아내에게 저자세인 이유도 단지 자신의 여건 때문이라는 생각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잘못 판단하면 나중에 크게 뒤통수를 맞으며, 심한 배신을 당할 수 있습니다. 김수현 작가의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캐릭터 창조가 상당한 수준이라는데 저는 수일을 보면서 항상 느낍니다. 여자들이 이혼을 생각하는 이유도 남편의 참모습을 발견했을 때가 아닐까해요."

'로렌스'라는 필명을 남겨주신 이 독자님 덕분에 저는 큰 깨달음을 얻은 듯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아,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참 없었구나" 싶었어요. 저는 그냥 보여지는 겉모습 그대로, 소심하고 착하고 순하고 뭐 그런 사람인 줄 알았거든요. 그 와중에도 큰처남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지 않으려 고집피우는 모습을 보면, 반드시 아내에게 꽉 잡혀 사는 것도 아닌 듯, 할 말은 다 하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착하고 순하지만 솔직하구나, 이렇게 상당히 좋은 이미지로 받아들이고 있던 캐릭터가 이수일이었습니다. 아주 좋게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가 거짓말을 하고 다른 여자를 만났다는 사실이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이지요.


청맹과니처럼 눈 뜨고도 속아넘어간 저 자신이 너무 기막혀서, 역시 저와 마찬가지로 '인생은 아름다워'의 애청자이신 제 어머니께 의견을 여쭈어 보았습니다. "엄마가 보시기에는 어때요? 그 집 사위, 착하고 순하고 솔직한 사람 같나요? 아니면 겉다르고 속다른 이중인격자 같나요?" 엄마는 대답하셨습니다. "글쎄, 사람 속을 확실히 알 수야 없지만, 내가 보기엔 별로 솔직한 사람 같지 않더라. 오히려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은 그렇게 저자세로 쩔쩔 매거나 그러지 않아."

곁에 계시던 아버지께서도 말씀하셨습니다. "그 녀석이 만날 제 마누라 앞에서 지나치게 쩔쩔 매었지. 별로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야. 그러는 놈은 보통 뒤편으로 뭔가 켕기는 게 있거나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러는 거다." 아, 그랬군요. 이거야말로 이수일이라는 인물의 본색이었던 겁니다. 영화관 사건은 어쩌다 한 번 실수한 거라기 보다, 그의 원래 생활방식이었는데 재수없게 들킨 경우였다고 보는 게 맞을 듯 합니다. "제주 시내에 영화관이 몇 갠데 하필..." 지혜에게 들킨 날 혼자서 중얼거리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어떤 사람들은 말할 것입니다. 이수일이 쩔쩔 매면서 살아온 것은, 소심한 본인의 성격에다가, 처가살이를 하고 있는 자기 신세가 너무 초라한 데다가, 아내 지혜의 성격이 너무 드세기 때문에 그렇게 된 거지, 다른 꿍꿍이가 있어서 그랬다고 몰고 가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아닙니다. 이제까지 보여준 그의 태도가 진심이었다면, 지금의 적반하장을 설명할 수 없습니다.

현재 가진 것이 없어서 처가살이를 하고 있으니 망정이지, 자기가 돈과 권력을 갖게 되면 대놓고 뻔뻔하게 첩살림이라도 차릴 인물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이수일을 보면 결코 소심하지도 않고, 부드럽지도 않고, 매너도 없습니다. 지혜가 화해를 청하며 방으로 들어와서 자라고 해도 오히려 틱틱거리며 거부합니다. 그러면서도 장인 장모 앞에서는 여전히 예전처럼 활짝 미소를 지으며 순한 사위인 척을 합니다. 이민우의 능청스런 연기력이 더해져서, 요즘 이수일의 캐릭터는 가증스러움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지혜는 성격이 강하긴 하지만, 단순하고 솔직하며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는 여성입니다. 지금까지 이수일의 가면에 속아서 살아왔으니, 이제야 알게 된 그 마음의 상처가 어떨까요? 그녀의 타들어가는 속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아픕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녀의 엄마 김민재(김해숙)는 딸의 상처를 보듬어 줄 생각은 안하고, 모질게 탓하기만 합니다. 그리고 현실 속에서도 그런 사람들이 상당히 많은 듯 합니다. 그래서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아버지 양병태(김영철)가 그녀를 이해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잘못을 했으면 제 아내 분이 풀릴 때까지 당해 주고 받아 줘야지, 사내자식이 그렇게 속 좁아서 어디 써!" 그렇게 한 마디만 편들어 주어도, 상처받은 딸자식의 마음은 한결 따뜻하게 녹아내릴 텐데, 그녀의 엄마는 정말 너무하더군요.


"이서방 오늘 들어오면 나한테 죽었다. 내가 가만 안둘 거야" 하고 아버지가 말하자, 오히려 지혜는 말립니다. "그냥 두세요. 그러지 않아도 요즘 눈치 많이 보인대요" 겉으로는 그렇게 퍼부어대면서도 사실은 남편을 감싸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아버지도 딸의 그런 마음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더 사위한테 화난 척을 해서 그 마음을 풀어 주려 했던 것이지요.

지금 그들 부부가 겪고 있는 위기에, 지혜의 책임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보다 근본적인 책임은 분명히 수일에게 있습니다. 다들 대수롭지 않은 한 순간의 실수로 치부해 버리지만, 언뜻언뜻 스쳐지나가는 수일의 말과 태도를 눈여겨 보면 결코 순간의 실수가 아님을 알 수 있기 때문이지요.


아내에게 가면을 쓰고 쇼를 하며 살아온 이수일, 그리고 이제는 "쇼를 안해도 되니 만사 편하고 좋다" 며 배째라고 소파에서 잠자는 이수일, 아내가 화해를 청하며 "소파 꺼지니까 방에 들어와서 자라"고 하자 "내 돈으로 산 내 소파" 라고 유치한 막말을 던지는 이수일... 이런 남편에게 속아서 살아 온 양지혜는 피해자입니다. 그녀의 성격이 부드럽지 못하고 남을 피곤하게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우리가 그녀를 너무 탓해서는 안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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