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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이수일의 외도가 충격적인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이수일의 외도가 충격적인 이유

빛무리~ 2010. 7.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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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딸 내외인 양지혜(우희진)와 이수일(이민우)은 평범하고 화목한 커플이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귀여운 딸 지나가 있고, 이제 곧 태어날 둘째 아기도 있습니다. 아내 양지혜는 성격이 드세고 이기적인 듯 하지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진실하고 매사에 경우가 바른 여인입니다. 상대적으로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남편 이수일은 아내에게 눌려 사는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자기 삶의 방식을 융통성있게 운영하는 터라 두 사람은 퍽 잘 어울렸지요. 특히 예정에 없던 둘째의 임신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지혜가, 이기심을 억누르고 모성의 용기를 발휘하며 둘째를 낳기로 결심하던 장면은 흐뭇한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독특한 사랑과 평범한 사랑이 공존합니다. 가장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동성 커플은, 이 사회에서 소외당한 사람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을 조금은 변화시켜 주었기에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면이 컸다고 생각합니다. 평범하지 않은 사랑을 한다는 이유로 질시하고 멀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족애와 우정으로 안아 주던 그들의 자세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인간의 자세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음으로 감싸고 이해하는 정도를 넘어서서, 이제는 남남커플의 결혼이라는 화두까지 등장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들이 반드시 결혼을 해야 할 이유도 없는 듯하고, 파격적인 설정을 단숨에 너무 과하게 진행하는 것보다는 어느 정도의 선에서 멈추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되는데 말이에요.

어쨌든 이들의 독특한 사랑이 우리로 하여금 미처 생각지 못했던 부분을 돌아보게 함으로서 교훈을 준다면, 다른 커플들의 평범한 사랑은 우리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웃들의 정겨운 모습입니다. 김민재(김해숙)와 양병태(김영철) 부부는 재혼 가정의 좋은 예로서 화목한 가정을 이끌어가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으며, 늦은 나이에도 설레는 사랑을 시작하는 양병준(김상중)과 조아라(장미희) 커플은 세월이 인간의 마음까지 늙게 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워 줍니다.

호섭(이상윤)과 부연주(남상미), 초롱이(남규리)와 동건(이켠) 커플은 귀여운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사랑을 키워가는 중인데, 이 청춘 남녀들의 풋풋함은 드라마의 색채를 한층 밝게 함으로써 시청의 즐거움을 더해 줍니다.


이 중에서도 지혜와 수일 커플은 이 시대 젊은 부부의 평범한 삶을 대표하고 있었습니다. 교육비를 비롯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두려워하며 고민하는 지혜는, 제 주변에서도 수없이 많이 보아 온 젊은 기혼 여성들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아이를 원하면서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다가, 아내의 입장을 깊이 이해하기에 강요하지 못하고 안타까워하다가, 아내가 용기를 내어 낳기로 결심하자 뛸듯이 기뻐하는 수일의 모습도, 이 시대의 자상하고 평범한 젊은 가장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평범한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는 것... 28회에서 드러난 이수일의 바람기가 무엇보다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아내와 딸에게 언제나 자상한 남편과 아버지였으며, 처가의 식구들에게도 상냥하기 이를 데 없는 착한 사위였던 이수일이, 눈 하나 깜박이지 않고 천연덕스럽게 거짓말을 늘어놓은 후 혼자서 희희낙락 다른 여인과의 데이트를 즐기는 장면은, 대수롭지 않은 듯 보였지만 의외로 상당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하긴 직장 동료인 여성과 개봉관에서 영화 한 편 정도 볼 수야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임신한 아내에게 이런 저런 거짓말을 둘러대고 다른 여성을 만났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필이면 그날따라 너무도 영화를 보고 싶었던 지혜는, 급한 용무로 회사에 출근해야 한다는 수일을 붙잡지 못하고 혼자서 영화관에 외출을 합니다. 그런데 젊은 여성과 단 둘이 다정한 모습으로 그 영화관에 들어서는 수일을 정면으로 목격하고 만 것입니다.

옆에 있는 여성에게 온통 정신이 팔린 수일은 지혜가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는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옆의 여성에게 농담을 건넵니다. "그런데 이 영화가 은근히 야하다던데, 괜찮겠어?" 그의 능글거리는 말투에 옆의 여성은 앙탈이라도 부리듯 가볍게 주먹으로 칩니다. 영락없는 연인들의 모습입니다. 두 사람의 태도는 단순한 직장 동료라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으며, 무엇보다 이수일은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나왔던 것입니다.


지혜는 마시던 생수병으로 수일의 뒤통수를 세차게 후려치고, 커다란 팝콘 상자를 그의 머리 위에 쏟아 부었습니다. "사모님!" 하며 놀라는 옆의 여성을 사정없이 일으켜 한쪽으로 밀어 던지고, 가방으로 수일을 두세 차례 후려친 뒤 말합니다. "조용히 따라 나와!" 그 순간 우희진의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가슴 가득히 차오르는 분노를 충분히 표현하면서도, 적정선 이상으로 기품을 잃지는 않았습니다.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거나 울기라도 했더라면 그야말로 신파극이 될 뻔 했는데 말입니다.

현장검거된 이수일이 수전증 환자처럼 손을 벌벌 떨면서 어떻게든 변명을 해보려 했으나, 양지혜는 어떤 말도 듣고 싶지 않다며 그대로 함께 집으로 돌아옵니다. 마침 저녁식사로 삼계탕 파티를 벌이고 있던 가족들은 큰딸 내외에게 어떤 사건이 벌어졌는지 꿈에도 모른 채 그들을 반겼지요. 이수일이라는 남자가 약간 속없고 모자란 캐릭터라는 것은 지금까지도 틈틈이 드러났었지만, 이번에는 의심할 여지가 없더군요. 아내의 마음에 그토록 큰 상처를 주어 놓고, 금세 잊어버린 듯 가족들의 농담에 큰 소리로 하하하 웃는 모습에서는 완전히 정나미가 떨어질 지경이었습니다.


"짐 싸서 나가!" 가족들이 듣는 앞에서 지혜는 선언합니다. 심각한 외도도 아닌데 영화관 데이트 한 번을 이유로 남편과 갈라설 것을 결심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나치다고 여기겠지요. 하지만 그토록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 지혜의 마음을 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수일이라는 캐릭터는 워낙 모든 사람에게, 특히 여성들에게 친절하지만 단지 착해서 남을 배려하느라 그럴 뿐이라고 지금까지 믿어 왔습니다. 인품이 진중하지 못하고 가벼워 보인다 해도, 역시 가족들에게 더없이 성실하고 따뜻한 사람이기에, 그 착한 심성 하나로 얼마든지 좋게 봐줄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중요했던 그 믿음이 깨어진 것입니다. 이제는 그의 사람좋은 미소도 예전과 같은 마음으로 볼 수 없을 것이며, 그의 어떤 말도 순수하게 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더구나 이수일은 결코 가볍지 않은 자기의 잘못을 대충 눙치고 넘어가려는 듯한 태도마저 보이고 있습니다. 무서워서 벌벌 떠는 모습은 보였지만,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상처받은 아내는 웃을 수 없는 마음인데, 그 곁에서 큰 소리로 웃기까지 합니다. 그대로 넘어간다면, 이런 일은 100% 반복되고 또 반복될 것입니다. 이수일의 캐릭터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지혜의 선택은 단순한 분노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 이 정도의 극약처방을 하지 않으면 악순환이 반복될 것임을 직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평범한 가정에서 일어난 파문이기에,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임을, 부인하고 싶지만 부인하기 힘든 일임을 알기에, 이수일의 외도는 그만큼 충격적이었습니다. 지금도 겉보기에 멀쩡한 많은 가정들이 속으로는 저런 문제 때문에 곪아들어가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삶이라는 게 참으로 지독하다는 생각마저 듭니다. 평범한 삶이 꼭 아름답기만 하지는 않다는 것을, 김수현 작가는 이런 식으로 잔인하게 보여주시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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