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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그저 사랑스런 업둥이라고만 생각했던 아이... 제 속으로 낳은 자식들보다도 훨씬 더 큰 애정을 쏟으며 금이야 옥이야 키워낸 막내아들이 사실은 남편과 여비서의 불륜(?)으로 태어난 아이였음을 알게 된다면 그 어떤 여자라도 깊은 충격과 슬픔에 빠질 것입니다. 설상가상 그 아들의 생모는 "기왕 들키고 말았으니 이젠 아이를 데려가겠다"면서 뻔뻔하게 엄마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으며, 남편은 "그저 한 순간의 실수였을 뿐이고 나는 기억도 못하지만 어쨌든 결과가 이렇게 되었으니 책임을 지겠다"면서, "이혼이든 뭐든 당신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고 쿨하게 나옵니다. 사실 감정을 철저히 배제하고 이성적으로만 따진다면 남편 강기범(최정우)의 그런 태도가 최선일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상하게도 강기범의 쿨하다 못해 당당한 태..
어느 정도까지는 바람직하다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성적 소수자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이 사회의 소외된 사람들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소외된 자들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이 잔인하게 왜곡되어 있었음을 일깨워 주기에, 모두가 진정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를 진지하게 고민하도록 만들어 주기에,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저는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했으며, 노년의 나이에도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소외된 자들의 삶을 현실적으로 과감히 재조명하는 김수현 작가의 배포와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태섭의 커밍아웃 이후, 급속도로 진전된 남남커플의 애정 묘사가 이제는 너무 과한 정도까지 치닫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시대에 반 발짝 앞서 나가면 찬사가 쏟아지지만, 한 발짝 앞서 ..
큰딸 내외인 양지혜(우희진)와 이수일(이민우)은 평범하고 화목한 커플이었습니다. 두 사람 사이에는 귀여운 딸 지나가 있고, 이제 곧 태어날 둘째 아기도 있습니다. 아내 양지혜는 성격이 드세고 이기적인 듯 하지만, 가족을 위하는 마음이 진실하고 매사에 경우가 바른 여인입니다. 상대적으로 착하고 부드러운 성격의 남편 이수일은 아내에게 눌려 사는 듯 보이지만, 나름대로 자기 삶의 방식을 융통성있게 운영하는 터라 두 사람은 퍽 잘 어울렸지요. 특히 예정에 없던 둘째의 임신으로 한참을 고민하던 지혜가, 이기심을 억누르고 모성의 용기를 발휘하며 둘째를 낳기로 결심하던 장면은 흐뭇한 감동을 안겨 주었습니다. '인생은 아름다워'에는 독특한 사랑과 평범한 사랑이 공존합니다. 가장 커다란 반향을 불러 일으켰던 태섭(송창의..
2002년 월드컵 4강의 주역들이 '놀러와'에 출연한다고 해서 아예 일찌감치 채널을 맞추고 대기하고 있었다지요. 과연 기다린 보람이 있었습니다. 비록 8년 전의 이야기들이지만 어찌나 생생하고 재미있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그리고 우리가 몰랐던 비하인드 스토리들과 그 영웅들의 내면에 숨겨진 기쁨과 슬픔까지 조금은 엿볼 수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 1. 황선홍의 스페인전 승부차기 1호골은 실축이었다?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은 벅찬 골인의 순간과 그 뜨거운 함성이었을 뿐인데, 정작 그 골의 주인공은 실축이었다고 말하더군요. 좀 더 위쪽으로 찼어야 했는데 완벽히 골키퍼의 품에 안겨주는 형상이 되었으니 100% 막히는 골이었다고 말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스페인의 골키퍼는 황선홍이 실축한 골을 막..
'인생은 아름다워'의 가족들은 최근 태섭(송창의)의 커밍아웃을 경험하며 놀라운 수준의 이해심과 포용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 중에는 병걸(윤다훈)이나 수일(이민우)처럼 거부감을 드러내는 일원도 있었으나, 그들의 태도를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만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우리 사회의 평범한 구성원들을 대표하는 인물들인지도 모릅니다. 특히 이수일의 모습은 아주 전형적인 '보통 사람'이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속으로는 거부감을 갖고 있으면서도 겉으로 표현은 하지 않고 마치 이해하는 것처럼 쿨한 태도를 보이고 있지요. 만약 태섭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 묶여 있지만 않았더라면, 수일의 착하고 순한 성격상 약간의 거부감도 드러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자기 가족들 중에 동성애자가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
당분간 '수목드라마의 난'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진심으로 '맨땅에 헤딩'에 대해서만큼은 실망했다는 리뷰를 쓰고 싶지 않았다. '태양을 삼켜라'(태삼)와 '아가씨를 부탁해'(아부해)가 개연성 없는 스토리와 도를 넘어선 유치함으로 끊임없이 손발을 오그라들게 만드는 와중에 '맨땅에 헤딩'(이하 '맨딩')은 정말 '재미있게 보고 싶은' 드라마였다. 그래서 초반에 이미 유치함으로 흐를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음에도 애써 관록있는 조연배우들에게 집중하며 ("맨땅에 헤딩, 명품 조연들은 수호천사다") 부디 좋은 드라마로 탄생해 주기를 바랬던 것이다 그러나 '맨딩' 4회의 엔딩은 이러한 나의 간절한 기대를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악질 변호사 장승우(이상윤)의 애인으로 오해받은 강해빈(아라)이 납치되고,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