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윤손하 (11)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난공불락의 철옹성처럼 보이던 제국그룹의 김남윤(정동환) 회장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만약 현실이라면 그 상황에서 이런 식의 변화가 일어나리라 생각하기 어렵지만, 하여튼 이 드라마에서 김회장의 위독은 모든 갈등을 해결하는 열쇠였다. 대략 20년 동안이나 김회장의 명목상 본처 자리를 지키며 호시탐탐 제국그룹을 집어삼킬 계획을 세워 온 정지숙(박준금) 여사는 드디어 기회를 잡았다는 듯 자신의 추종자들을 불러모아 총공격을 개시하고, 김회장의 반목하던 두 아들 김원(최진혁)과 김탄(이민호)는 경영권을 남의 손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 자연스레 화해했다. 두 형제는 아직 나이가 어리고 경험도 얕은 데다가 전혀 준비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허를 찔렸기 때문에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다. 비서실장이었다가 ..
처음엔 특별한 개성도 없어 보이고 밋밋한 캐릭터라 생각했는데, 김탄(이민호) 이 녀석 볼수록 매력적이다. 순수가 실종된 시대에, 순수를 지닌 채로는 살아남을 수조차 없는 그 곳에서, 어떻게든 순수를 지켜 보려는 그 아이의 마지막 발버둥이 한없이 애처롭다. 물론 그 발버둥도 아직은 열 여덟 살이기에 가능한 것일 뿐, 이복형 김원(최진혁)을 원망스런 눈빛으로 바라보던 김탄 역시 10년쯤 흐른 후에는 형과 다를 바 없게 될 것이다. 어린 이복동생을 영영 미국으로 쫓아 보내려는 냉혹한 김원도 처음부터 그런 사람은 아니었을 테니까. 자신과 김탄의 약혼은 사랑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과 기업의 거대한 약속이라며 차은상(박신혜)을 다그치는 유라헬(김지원)을 볼 때 너무 어른같은 모습에 나는 살짝 소름이 끼쳤는데, 사실은..
김은숙 작가의 로코물이며 수많은 청춘 스타들을 출연시킨 야심작치고는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고 있던 '상속자들'이다. 일단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서 산만했고, 그 인물들의 제각각 스토리를 일일이 언급하며 진행되니 주인공들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졌다. 여주인공 차은상(박신혜)의 캐릭터는 흔해빠진 캔디 꼭 그 정도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그녀의 백마 탄 왕자님 김탄(이민호)의 캐릭터도 별로 신선한 부분이 없었다. 오히려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못된 무법자 최영도(김우빈)는 이미지가 워낙 강렬한 데다가 그 아버지의 캐릭터가 나름 독특하여 시선을 끌었다. 김탄의 아버지는 지금껏 드라마에서 보아 왔던 재벌 회장들의 모습과 다를 게 없었지만, 최영도의 아버지처럼 중후한 나이에도 깡패 수준의 저급한..
감옥에 있는 동안 공준수(임주환)는 죽은 이경태의 부친(안석환)에게 3통의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이경태의 부친은 그 편지들을 뜯지도 않고 반송시켰다. 그 어떤 변명도 사과도 듣지 않겠다는 완강한 태도였다. 공준수는 이경태 부친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편지를 보냈지만, 상대가 거부함으로써 전달되지 않았던 것이다. 할 수 없이 공준수는 출소 후 반드시 이경태 부친을 직접 찾아가 만나야겠다고 결심했다. 도대체 무슨 말을 그토록 간절히 하고 싶었던 걸까? 물론 변명을 하려는 것도 아니고, 살인의 진실을 밝히려는 것도 아니다. 자기 목숨보다 소중한 동생들을 지키는 것이 공준수 일생 최대의 목표인데, 살인 사건의 진실은 남동생 공현석(최태준)과 긴밀히 얽혀 있기 때문에 공준수로서는 절대로 말할 수 없는 것..
한동안 갈등이 없어서 지루했던 '못난이 주의보'에 갈등 요소가 살아나면서 다시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에게 닥친 위기는 상당한 수준인데요. 과거에 공준수가 나도희의 새엄마 유정연(윤손하)과 연인 사이였음이 밝혀지면서 불어닥친 풍파가 예상보다 훨씬 크군요. 저는 단지 공준수의 존재를 불편하게 여기는 유정연이 반대하고 나설 거라는 생각만 했었는데, 김비서(임성민)가 나서서 극심한 불화를 조장하고 거기에 현혹된 도희 아버지 나일평(천호진) 사장이 유정연과 공준수의 현재 사이를 의심하기 시작하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습니다. 의심의 내용인즉 10년이 넘도록 유정연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던 공준수가 의도적으로 나도희에게 접근했고, 옥탑방에 들어와 살게 된 것 ..
역시 120부작은 무리였던 걸까요? 명품의 향기를 풍기던 '못난이 주의보'가 늘어지는 전개로 침몰하기 시작했습니다. 별다른 스토리의 진전 없이 이곳 저곳에서 줄창 모두들 연애 놀음만 하는데, 그 연애 놀음에서 아무런 설렘이나 매력도 발견할 수 없기 때문이죠. 우선 공준수(임주환)와 나도희(강소라) 커플부터 말해 본다면, 공준수가 자신의 살인 전과를 고백하고 나도희가 그것을 받아들인 후부터 이들의 러브라인은 예전의 설렘과 애틋함을 거의 잃었습니다. 제 생각엔 두 사람의 이미지에 어울리지도 않는 반말을 시작한 것이 돌이킬 수 없는 화근인데요. 계속 존대하면서 약간은 서로를 어려워하는 모습도 남겨 두었더라면 지금처럼 긴장감 제로의 상태가 되지는 않았을 거라고 보거든요. 갑자기 나도희가 "연인끼리 반말하는 건 ..
원래는 같은 시간대의 경쟁작을 보느라 놓쳤었는데, 워낙 평판이 좋길래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가 푹 빠져버린 드라마입니다. 1회부터 20회까지 한꺼번에 정주행한 후, 21회부터는 본방사수를 하고 있죠. 주중 일일드라마인데다 방송 시간대가 이른 편이라 꼬박꼬박 챙겨 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정말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 시청한 후의 만족감이 남다른 편이에요. 정지우 작가의 드라마 중 '가문의 영광' 이라든가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은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현재 집필 중인 '못난이 주의보'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여겨지는군요. 솔직히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와 닿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런 못난이를..
'도망자 Plan.B' 18회는 시종일관 긴박감이 넘치고 다이내믹했습니다. 마지막에는 기막힌 반전도 숨어 있었죠. 시청률이 아쉬울 정도로 드라마의 내실은 정말 대박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압도적 존재감을 뽐낸 사람은 바로 악의 축 양두희(송재호)의 아들 양영준(김응수)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예전부터 이 인물이 참으로 궁금했습니다. 언제나 양두희만 부각되었을 뿐, 그가 모든 가진 것과 인생을 올인하여 뒷받침하려 하는 그 아들의 실체는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거든요. 정치인으로서 유력한 차기 대권 후보라는 것 외에는 말이죠. 대략 16회쯤부터 본격적으로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양영준은 언뜻 보기에 청렴한 정치인의 대명사 같았습니다. 카이(다니엘 헤니)에게서 자기 부친의 범죄 사실을 들었을 때 그는 말했습니다..
지나친 가벼움과 산만함에 좀처럼 몰입이 쉽지 않았던 드라마 '도망자'가 이제서야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여러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저는 특히 주인공 지우(비, 정지훈)의 캐릭터가 적절한 무게감을 찾은 데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죽은 친구 케빈(오지호)에 관한 이야기가 언급될 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비실비실 웃고만 있던 그가, 이제야 비로소 허파에 바람 든 인형이 아니라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임을 여실히 증명했거든요. 다른 면에서의 가벼움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여주인공 진이(이나영)를 대하는 태도의 경박함은 참을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툭하면 허락도 없이 입을 갖다대는가 하면, 위험한 장소에 끌어들여서 미끼로 사용하고 혼자 달아나더니만 그녀가 실컷 얻어맞고 굴욕을 당한 후에야 ..
'도망자 Plan.B'가 어느 새 5회를 넘겼습니다. 총 20부작이니 벌써 1/4이 지나간 셈입니다. 스토리가 탄력을 받기 시작하니 갈수록 재미있어진다는 느낌은 확실히 드는군요. 멜기덱의 정체를 쫓는 지우(정지훈)와 진이(이나영)의 다이내믹한 추격은 오늘도 계속되겠지요. 그들의 뒤에는 끊임없이 지우를 쫓는 도수(이정진)와 그의 부하들이 있습니다. 그야말로 쫓고 쫓기는 드라마인데, 숨막히는 질주 속에서 아주 조금씩 드러나는 멜기덱의 정체가 점점 더 흥미를 자극합니다. "네가 멜기덱이냐?"고 묻는 진이를 비웃으며 황미진(윤손하)은 "멜기덱은 사람이 아니야. 그때 그때 나타나는 얼굴이지. 이 애도 멜기덱, 저 애도 멜기덱~" 이라고 대답했지만, 설령 사람의 이름은 아니라 하더라도 그들의 모든 움직임을 조종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