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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주의보' 임주환 강소라, 달콤한데도 슬퍼지는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못난이 주의보

'못난이 주의보' 임주환 강소라, 달콤한데도 슬퍼지는 이유

빛무리~ 2013. 6. 22.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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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같은 시간대의 경쟁작을 보느라 놓쳤었는데, 워낙 평판이 좋길래 뒤늦게 보기 시작했다가 푹 빠져버린 드라마입니다. 1회부터 20회까지 한꺼번에 정주행한 후, 21회부터는 본방사수를 하고 있죠. 주중 일일드라마인데다 방송 시간대가 이른 편이라 꼬박꼬박 챙겨 보기가 쉽지는 않지만, 정말 보기 드물게 아름답고 흠잡을 데 없는 작품이라 시청한 후의 만족감이 남다른 편이에요. 정지우 작가의 드라마 중 '가문의 영광' 이라든가 '완벽한 이웃을 만나는 법' 등은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나는데, 현재 집필 중인 '못난이 주의보'는 작가 특유의 따뜻한 휴머니즘을 최고조로 끌어올린 작품이라 여겨지는군요.

 

솔직히 제목이 썩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 의미는 충분히 와 닿습니다. "이토록 아름답고 사랑스런 못난이를 본 적이 있는가? 주의하라.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못난이가 이제 곧 당신의 마음을 사로잡아 버릴테니!" 대략 이런 느낌인데, 상당히 촌스럽고 오글거리네요. 하지만 어차피 못난이가 주인공이니, 제목도 그에 맞춰서 촌스러워야 제격이겠죠. 언젠가부터 브라운관을 점령해 버린 시크한 차도남, 애간장을 태우는 나쁜 남자들에 지쳐버린 마음을, 이 순둥이 못난이가 살며시 포근하게 감싸 안아 줍니다.

 

이렇게 착한 사람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게 하는 공준수(임주환)의 캐릭터는 현실적이기보다 동화적이며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아버지가 죽고, 새엄마가 죽고,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동생 두 명과 갓난아기였던 이복 여동생까지 도합 세 명이나 되는 동생들을 먹여 살려야 할 의무가 공준수의 어깨에 지워졌을 때, 그의 나이는 고작 열 네 살에 불과했지요. 남들 같으면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벅찼을 어린 나이부터 공준수는 신문배달, 우유배달 및 기타 등등의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무려 4인 가족의 생계를 6년 동안이나 책임졌습니다. 그러다가 스무 살이 되던 해, 고등학생이던 남동생 현석(최태준)이 실수로 친구를 죽이게 되자 그 죄를 덮어쓰고 대신 살인자가 되어 10년 동안 옥고를 치를 후 서른 살의 나이로 세상에 다시 나왔군요.

 

 

새엄마와 그 전남편 사이에서 태어난 진주(강별)와 현석은 원래 김진주 김현석이었는데, 새엄마 진선혜(신애라)가 공준수의 아버지 공상만(안내상)과 재혼을 하면서 호적을 바꾸어 공진주 공현석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공준수가 살인을 저지르고 감옥에 들어갔을 때, 진주와 현석이는 가족의 인연을 끊자며 차갑게 돌아섰었죠. 공현석은 싸움 중에 친구를 죽인 것이 바로 자기였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현석이가 그 자리를 떠난 다음에야 공준수는 동생과 다투던 녀석이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고, 동생을 위해 그 죄를 덮어쓴 후 10년 동안 아무에게도 진실을 말하지 않았거든요.

 

공준수가 감옥에 있는 동안, 진주와 현석이는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습니다. 10년이 어디 짧은 세월이던가요? 답답한 감옥에서 20대의 꽃다운 시절을 아무 죄 없이 썩고 있다 보면, 아무리 선량한 사람이라도 때로는 후회나 원망의 감정이 생겨날 법한데 말입니다. 하지만 10년의 공백이 무색하게, 동생들을 아끼는 공준수의 마음은 예전과 달라진 게 없었죠. 아니, 오히려 예전보다 더 애틋해졌습니다. 공준수는 출소한 후 동생들이 이사한 집을 어렵게 수소문해서 찾아갔지만, 진주는 무엇 때문에 이제 와서 자기들을 찾아왔냐며 모질게 박대했고 현석은 아무 말도 없었습니다. 여고생이 되어 있는 막내동생 공나리(김설현)는 자기를 업어 키워 주었던 큰오빠에 대한 어렴풋한 기억을 떠올리며 그의 처지를 안타까워했지만, 살인전과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언니의 강경함에 어쩔 수가 없었죠.

 

진주와 현석의 몰인정함에도 나름 이유는 있었습니다. 새아빠 공상만이 죽기 전에 그들에게 너무 큰 잘못을 저질렀거든요. 진주와 현석의 친아빠는 존경받는 의사였는데 사고로 일찍 세상을 떠났고, 그 후 엄마 진선혜는 어린 시절 첫사랑이었던 공상만을 다시 만나 재혼했습니다. 하지만 천성적으로 귀가 얇고 재주가 없었던 공상만은 나쁜 친구들의 꼬임에 넘어가 벌써 사기전과 5범이 되어 있는 상태였죠. 어느 날 느닷없이 거지같은 몰골로 꾸역꾸역 집안에 기어들어온 공상만과 공준수 부자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건, 어린 진주와 현석에게는 너무도 힘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엄마의 굳건한 사랑과 공씨 부자의 착한 성품으로 조금씩 분위기가 누그러졌고, 얼마 후 엄마가 막내를 임신하게 되면서 그들은 화목한 가정을 이룰 수 있을 것도 같았는데...

 

 

불행히도 공상만은 다시 한 번 친구의 꼬임에 넘어갔고, 이번에는 아내 진선혜의 인감까지 훔쳐다가 사기 범죄에 휘말리고 말았습니다. 경찰의 추격을 피해 달아나던 공상만은 그대로 차에 치어 죽었지만, 그가 저지른 사기의 피해는 고스란히 남은 가족에게 돌아왔지요. 유복하던 새엄마의 살림은 모두 넘어갔고, 갓난아기를 포함한 5인 가족은 삽시간에 달동네 단칸방으로 밀려났습니다. 약한 몸으로도 어떻게든 아이 네 명을 혼자 키워 보겠다고 애쓰던 엄마는 어느 날 꺼져가는 촛불처럼 모든 기력을 소진한 채 조용히 숨을 거두고 말았네요. 그 후 공준수는 아빠의 잘못을 대신 속죄하는 마음으로 동생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갔습니다. 까칠한 성격의 진주는 한 번도 그를 오빠라고 부르거나 오빠 대접을 하지 않았지만, 준수에게는 그저 가엾고 미안한 동생일 뿐이었어요.

 

출소한 후 마땅한 직업을 구하지 못하던 공준수는 우여곡절 끝에 동대문의 옷가게에 취직하게 되고, 두 살 어린 여사장 나도희(강소라)에게 묘한 감정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동대문에서는 정체를 숨기고 있지만, 사실 나도희는 BY 그룹 회장 나상진(이순재)의 하나뿐인 친손녀인데, 엄마가 죽은 후 채 1년도 못 되어 젊은 여자와 재혼한 아버지 나일평(천호진)에 대한 배신감으로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왔죠. 한집에 사는 고모 나인숙(이일화)과 고종사촌 신주영(신소율)은 호시탐탐 후계자의 자리를 노리며 도희를 경계하고, 고작 일곱 살 위인 새엄마 유정연(윤손하)은 아무리 잘해줘봤자 눈엣가시일 뿐입니다. 마음 터놓을 친구 한 명 없는 나도희는 정말 외로운 사람이었어요. 그러다가 이 세상 사람같지 않게 순수하고 따뜻한 공준수를 만나게 되면서 차츰 얼어붙었던 그녀의 마음도 녹아들기 시작하는데...

 

현재 25회까지 진행된 스토리는 이제 행복의 절정에 이르렀습니다. 공준수의 한결같은 진심에 감동한 진주는 결국 막내동생 나리에게 큰오빠를 돌려주겠다는 구실로 대문을 열어젖히고 그를 가족으로 받아들였죠. 나리의 생일날 저녁 초대를 받고 집안에 들어선 공준수의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차올랐습니다. 그토록 그리던 동생들과 10년만에 한 자리에서 밥을 먹던 날, 공준수의 벅차오르는 기쁨은 임주환의 열연을 통해 그대로 시청자에게 전해졌으니, 그 순간 '못난이 주의보'의 시청자라면 모두 함께 울지 않을 수 없었을 거예요. 준수의 희생이 헛되지 않았던 듯, 똑똑한 남동생 현석이는 일찍 고시에 패스하여 유능한 검사가 되어 있고... 이렇게 가족을 되찾은 공준수에게 어느 덧 사랑도 아주 가까이 다가와 있습니다. 둘 다 처음이기에 자기 감정의 실체를 명확히 깨닫지는 못하지만, 서로 끌리는 마음을 서툴게 표현하며 천천히 가까워지는 두 사람, 공준수와 나도희의 모습은 볼수록 훈훈하고 사랑스럽기만 하네요.

 

 

그런데 준수와 도희의 사랑이 조금씩 깊어가고 분위기가 달콤해질수록, 머지않아 그들에게 닥쳐올 시련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슬퍼지려 합니다. 두 사람의 사랑이 해피엔딩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관문이 만만치 않거든요. 공준수가 초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닌 빈털터리 전과자이고 나도희가 엘리트 재벌가의 후계자라는 건 너무 흔한 설정이지만 역시 무시할 수는 없는 부분이고, 또 하나의 관문은 나도희의 계모 유정연이 공준수의 옛 애인이라는 점이 되겠습니다. 홀아버지의 병구완에 지쳐 있던 스물 다섯 살의 유정연은 스무 살 공준수의 어른스러움과 착한 성품에 반해 먼저 용감히 고백했고, 가녀리면서도 당찬 그녀에게서 죽은 진선혜의 모습을 본 공준수는 그 고백을 받아들였었지요. 하지만 연상연하 커플의 달콤한 연애가 시작될 무렵 살인사건이 터졌고, 아무 이유도 말하지 않는 준수를 오해한 정연은 상처받은 채 떠나가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2년 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자 그 동안 삼촌처럼 돌봐 주던 아버지의 친구 나일평의 후처로 들어가 자신보다 일곱 살 어린 도희의 새엄마가 된 것입니다.

 

이제 의붓딸 나도희의 애인이랍시고 다시 눈앞에 나타난 공준수를 보면 유정연은 어떤 태도를 취할까요? 20대 중반의 적잖은 나이에 결혼까지 생각햇을 만큼 사랑했던 남자를 이제 사위로 맞아들여야 할 입장인데 말이죠. 정연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들의 사이를 방해하려 할 것이고, 뜻대로 안 되면 남편에게 사실대로 말할지도 모릅니다. 나일평의 입장에서도 아내의 옛 애인을 사위로 맞을 수는 없을 테고, 도희의 입장에서도 젊은 계모의 반대쯤이야 묵살하고 넘어갈 수 있겠지만 아버지의 반대는 쉽지 않은 벽이겠죠. 이렇게 두 사람의 사랑은 가뜩이나 어려운데, 공준수의 인생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시한폭탄이 잠재되어 있습니다. 바로 살인사건이 있던 날 밤, 그 장면을 목격했던 공나리의 기억입니다. 당시 일곱 살이었던 나리는 큰오빠를 쫓아 나왔다가 빗속에서 벌어진 그 사건을 보게 되었는데,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그 의미를 깨닫지 못했고 차츰 기억도 흐려졌지만, 최근 공준수와 재회하게 되면서 나리의 꿈 속에 자꾸만 그 장면이 떠오르고 있거든요.

 

이제 머지 않아 공나리는 완전히 기억해낼 것이고, 살인 사건의 진짜 범인은 큰오빠 준수가 아니라 작은오빠 현석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공준수는 죽을 때까지 아무도 모르게 덮으려 했던 일이지만, 그리고 차라리 덮을 수 있었다면 모두가 평온하고 행복했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렇게는 안될 듯 싶네요. 청렴결백한 검사로서 자기 삶에 한 점 티끌도 없다고 자신하며 살아왔던 오만한 공현석이 사실은 자기가 살인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게다가 현석은 최근 우연히 알게 된 나도희에게 조금씩 끌리며 호감을 품는 중인데, 그녀가 바로 의붓형 준수의 애인임을 알게 된다면?

 

 

예상컨대 공현석은 고마워하기는 커녕 "내가 원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며 공준수를 원망하고 미워할 것 같습니다. 준수가 아니었다면 10년이나 감옥에서 썩었을 자신의 운명은 생각지도 않고, 검사는 커녕 전과자가 되어 밑바닥을 전전했을 것은 생각지도 않고, 그저 자기가 청하지도 않은 은혜를 입혀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고, 죄책감 때문에 가슴 찔리는 고통을 느끼게 하고, 설상가상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까지 가로챈 놈이라고 생각하며, 냉혹한 악인으로 변해 공준수의 적이 될지도 모르겠어요. 준수 앞에 무릎 꿇고 사죄하며 고맙고 미안해서 눈물 뚝뚝 흘리는 현석의 모습은 아무래도 상상이 가질 않는군요. 지금까지 보여준 공현석의 성격상, 폭주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진실을 알게 되면 공진주가 받을 충격도 만만치 않습니다. 꿈에도 상상 못했던 일, 그토록 자랑스러워했던 동생 현석이가 살인자였다는 사실도 억장이 무너지겠지만, 그런 줄도 모르고 이제껏 공준수를 원망해 왔던 긴 세월이 모두 회한으로 돌아올 테니까요. 그러잖아도 준수에게 너무 못되게 굴었다며 스스로를 책망하고 괴로워하던 진주인데, 사건의 내막을 알고 난 후에 느낄 자괴감은 어쩌면 예민한 그녀를 망가뜨릴지도 모릅니다. 막내 공나리는 어떨까요? 부모처럼 든든한 기둥이었던 언니와 작은오빠가 맥없이 허물어지거나 다른 사람처럼 냉혹해지면 그녀도 고통받을 수밖에 없겠죠. 그리고 같은 아버지의 피를 나눈 큰오빠 준수가 죄없이 10년이나 옥살이한 것을 생각하면 가여워서 눈물도 많이 흘려야 할 테고요.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을 진실... 하지만 드라마의 전개를 위해서는 꼭 밝혀져야 할 진실입니다.

 

 

'못난이 주의보'는 무려 120부작으로 기획된 장편드라마입니다. 게다가 일일극이면서 하루 방송 시간이 40분을 넘길 정도로 호흡이 긴 작품이죠. 앞으로도 거의 100회 가까운 분량이 남아 있는데, 부디 뒷심을 잃지 말고 지금까지처럼만 끌고 나갔으면 좋겠네요. 다행히 크고 작은 갈등들과 미스테리가 촘촘하게 설정되어 있어서 지루할 틈은 없을 것 같지만, 자칫 안일한 생각에 한 가지 갈등을 붙잡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우려먹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템포가 처지면서 망작으로 전락하는 것도 한순간이거든요. 바야흐로 시작되는 연애의 달콤함에 젖어드는 공준수와 나도희의 모습을 보면 함께 흐뭇하며 행복해하다가도, 그 예쁜 아이들이 이제 곧 겪게 될 힘든 일들을 생각하면 저절로 슬퍼질 만큼, 높은 몰입도를 자랑하는 명품 힐링 드라마 '못난이 주의보'가 꾸준히 사랑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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