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울릉도 (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열심히 챙겨보던 드라마는 아니지만 '장옥정, 사랑에 살다'가 종영을 앞둔 시점에서 생각하니 크게 아쉬운 점이 한 가지 있습니다. 장희빈의 이야기는 이제껏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즐겨 차용되었지만, 등장인물들은 언제나 구태의연하고 전형적인 캐릭터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죠. 그나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야심찬 변화의 시도가 좀 있기도 했습니다. 김혜수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던 7대 장희빈(2002년)의 경우, 초반에는 전형적인 악녀가 아니라 진취적인 여성으로 그려지기도 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문제는 시청률 부진이었습니다. 어차피 뻔한 내용인 줄을 다 알면서 또 '장희빈 드라마'를 선택한 시청자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악녀 장희빈'과 '선녀(善女) 인현왕후'의 첨예한 대결을 지켜보다가, 장희빈이 천벌을 받고 인..
'1박2일'의 신입생 엄태웅은 등장하자마자 영웅이 되었습니다. 새벽에 팬티 바람으로 끌려나왔던 첫 등장에서부터 본인의 의도와 상관없이 빵빵 터뜨리더니, 의외로 구구단 게임에 유난히 약한 모습을 보이면서 무(無)당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첫 촬영부터 낙오가 되었는데도 당황하지 않고 시민들과의 친화력을 자랑하며 정해진 시간내에 다음 촬영 장소를 찾아오는 미션에 너끈히 성공하면서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지난 2주간의 방송에서는 신입이라는 이유로 엄태웅에게만 대놓고 초점이 맞춰져 있었기 때문에, 본인이 자발적으로 큰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도 그냥 짜여진 프로그램에 열심히 따르기만 하면 얼마든지 돋보일 수 있었을 거라는 의구심도 존재했습니다. 그래서 신입에 대한 아무 혜택 없이 모두 똑같은 상황..
갑작스런 서해바다의 기상악화로 인해 은지원이 호도에 고립됨으로써, '1박2일 - 5대섬 특집'은 결과적으로 '은지원의 호도 3일 특집'이 되었고, 더 정확히 말하면 '1박2일 - 의리 특집'이 되었습니다. 지난 주의 방송만 보았을 때는 미션 수행의 순서를 정하는 과정이 미심쩍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은지원을 고립시킨 것이 아닌가 생각도 했지만, 이번 주의 방송을 보니, 더 이상 의심하기에는 그들의 보여 준 우정과 의리가 너무 감동적이더군요. 릴레이 미션 수행이 실패함으로써 5명의 멤버 전원의 야외 취침이 결정되었으나, 홀로 섬에 고립된 은지원을 야외취침하도록 내버려둘 수 없었던 다른 멤버들은 과감한 결정을 내립니다. '멤버들 전원의 저녁식사'와 '은지원의 실내 취침'을 맞바꾸는 것이었지요. 그래..
김C와 MC몽이 빠진 이후 5인 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1박2일'을 보면, 요즈음 새로이 등장한 패턴이 눈에 띕니다. 예전처럼 3:3 복불복의 재미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김종민은 여전히 발전의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에, 한동안 '1박2일'은 고생하는 만큼 좋은 반응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었지요. 말하자면 아무리 먼 곳까지 가서 개고생을 하다 와도 정작 방송이 재미없게 느껴지면 시청자는 냉정히 등을 돌려 버리니까요. 그런데 '만재도' 편에서부터 시작된 '책임할당제'는 이제 암암리에 고정적 패턴으로 자리잡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말하자면 이 한 몸 바쳐서 그 날의 방송을 책임지는 인물이 등장했다는 것이지요. 꼭 1명의 주인공을 설정하고 때에 따라 희생양(?)이 되거나 영웅이 되는 이 패턴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