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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평소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월드컵 열기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는 않았다. 더욱이 모든 경기가 새벽녘에 방송되다 보니 그 시간에 한창 꿀잠을 자고 있던 생활 패턴을 바꾸면서까지 시청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1승을 기대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던 알제리전에서 4-2의 참패를 당했다는 소식마저 들려오니 차라리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을테니 굳이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피땀 흘리며 준비해 왔을텐데, 지금 선수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과 좌절을 생각하면 오히려 안타깝고 가슴아플 뿐이었다. 궁금해지는 것은 무한도전과 우리동네 예체능, 그리고 힐링캠프 등 월드컵 특수를 노리며 브라질까지 날아간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참혹한 결과를 어떻게 포장하여 방송으로 내보낼..
아직도 우리에게 '한일전'의 의미는 컸다. 단순히 '외국'과의 경기가 아닌 '한일전'서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이, 정식 스포츠 경기도 아니고 예능 프로그램에서까지 열렬하게 솟구쳤으니 말이다. 예전처럼 단일민족 국가라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수 없는 글로벌 시대에, 오히려 그랬다가는 편협한 국수주의라든가 비윤리적인 인종차별의 일환으로 여겨질 수 있는 이 시대에, 일본('일본인'이 아니라 '일본'이다)을 상대하는 한국인들만의 독특한 감정을 그 어떤 외국인이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부당한 국권 침탈과 잔인한 식민통치는 결코 잊혀질 수 없는 역사의 상처이나 오래 전에 지나간 일이고, 우리의 감정도 더 이상 치떨리는 미움이나 증오까지는 아니다. 그러나 한국인의 가슴에는 아직도 풀리지 않은 응어리가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