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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어, 거긴 내 지정석인데!" 거짓말처럼 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처음 만나던 그 날처럼... 햇살이 눈부시던 가을 날의 그 모습 그대로 너는 그 자리에 서 있다. 너는 변한 게 없는데, 나만 혼자 이렇게 변해 있다. 너는 여전히 교복 입은 여고생인데, 나는 이제 스무 살의 어른이다. 그리고 ... 네 마음에는 여전히 내가 없는데, 내 마음은 온통 너로 가득차 있다. 아주 먼 훗날, 열 아홉에서 스물이 되던 해의 이 추운 겨울을 다시 떠올리면, 나는 너 말고 다른 무엇을 기억해낼 수 있을까? 가끔은 이렇게 바보처럼 변해버린 내가 믿어지지 않는다. 나 안종석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 자존심 뿐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비록 아빠의 사업 실패로 운동을 그만두고 이 꼴..
참 오랫동안 가슴만 졸이게 하던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 커플이 드디어 78~79회에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며 행복한 연인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그 동안 김병욱 시트콤에서 중반부쯤에 결성된 커플들은 대부분 해피엔딩을 맞이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긴 합니다. 그들은 온갖 달콤한 연애 행각으로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화제의 중심에 놓이지만, 결국은 이러저러한 이유로 헤어지게 됩니다. '거침킥'의 최민용-서민정 커플이나 '지붕킥'의 이지훈(최다니엘)-황정음 커플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죠. 하지만 제가 보기에 윤지석-박하선 커플은 무사히 해피엔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병욱의 전작에서도 모든 연인들이 쓸쓸한 결말을 맞이했던 것은 아니지요.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는 청춘 커플이 2쌍 있었는..
윤계상은 선배로부터 한 폭의 그림을 선물 받습니다. 그런데 눈 덮인 풍경 속에 서 있는 소녀의 뒷모습은 김지원을 꼭 닮았네요. (저만 그렇게 느꼈나요? ㅎ) 처음 보는 순간부터 저는 "지원이구나!" 했습니다. 그림에서 풍겨나오는 분위기와 느낌이 영락없이 김지원이었거든요. 계상에게 빌린 책을 돌려주러 왔던 지원은 그림을 보고 말합니다. "황량한 풍경이네요... 사람의 뒷모습에도 표정이 있대요. 저 여자는... (아주 소중한) 무언가를 잃어버린 사람 같아요." 윤계상은 그림을 보건소 벽에 걸어 놓는데, 백진희는 그림을 보자 왠지 마음이 설렌다면서 좋아합니다. 눈으로 가득한 풍경이라서 좋고, 그림 속의 여자는 프레임 밖의 누군가와 곧 사랑에 빠질 것 같은 느낌이라면서 말이죠. 역시 백진희는 밝고 통통 튀는 모..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예비 커플(?), 윤계상과 김지원의 에피소드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62회에서 이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군요. 영화의 제목은 '노량진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 이며, 극본 따위는 없고, 제작과 총연출은 강승윤이 맡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식구들의 일상을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니, 사실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내상이 혼자 밥먹는 장면이 15분, 윤유선이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15분, 뭐 이런 식입니다. 통로로 사용되는 땅굴 속에 임시 극장을 설립하고, 종석이네 가족들과 옆집 식구들까지 불러모아 시사회를 가졌지만, 관람객들은 모두 하품하면서 중간에 나가 버렸지요. 하지만 그 자..
처음부터 지금까지 제 눈에는 단 한 번도 곱게 보인 적 없던 인물이 안내상입니다. 그는 힘을 잃고 움츠러든 이 시대의 중년 남성들과 초라한 가장들을 대변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지만, 제 마음속에는 별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키지 못했습니다. 무려 30회를 넘기도록 뻔뻔스런 민폐와 진상 행각을 해대던 모습도 밉상이었지만, 최근 들어 미친 게 아닐까 싶을 만큼 급격히 변화한 모습도 그저 부자연스럽기만 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안내상이 마라톤 경기에 참가했던 회차의 방송을 보며 새삼 가족의 소중함과 아버지에 대한 연민을 느끼고 눈물까지 흘렸다는데, 저는 오히려 너무 전형적인 방법으로 억지 감동을 짜내려는 듯한 구성에 실망만 느껴졌습니다. 이건 정말 김병욱 PD답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드디어 처..
'하이킥3' 제23회에서 이적은 처음으로 '미래의 아내' 될 사람의 '손맛'을 보게 되었습니다. 예고편에서부터 지대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는 에피소드였죠. 설마 벌써 드러내려는 건가? 그건 너무 김병욱답지 않은데? 그래도 혹시나 하고 시청했지만, 역시 헛된 기대는 금물이었습니다. 윤계상의 집에 식사 초대를 받아서 방문한 이적은, 무려 5명이나 되는 여자의 손맛을 골고루 보게 되었거든요. 무슨 막장드라마는 아닐 테니까 유부녀 윤유선은 제외한다 해도, 가능성 있는 후보가 무려 4명이나 되었습니다. 용돈을 뜯어내려고 어깨를 안마해 준 수정이(크리스탈)의 얄미운 손맛, 자신의 치질 이야기를 꺼내지 못하게 하려고 이적의 입을 틀어막다가 손가락을 밀어넣어 버린 백진희의 짭짤한 손맛, 하이파이브를 하려다가 이적의 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