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수상한 삼형제 (5)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성균관 스캔들' 4회에서는 몇 가지의 주목할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고독한 원칙주의자 이선준(박유천)과 생계형 현실주의자 김윤희(박민영)는 충돌을 거듭하면서도 차츰 '내 편'으로 가까워졌고, 주요인물이면서도 3회까지 더벅머리 휘날리며 가끔씩 얼굴 한 번씩 비춰 주시는 것이 전부였던 걸호 문재신(유아인)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문재신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본다면, 저잣거리에서 부랑아로 살던 그를 볼 때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유아인의 곱상한 외모가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그 언밸런스함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지요. 그런데 성균관에 들어와 단정하게 상투를 틀고 의관을 갖추니 이젠 오갈 데 없는 꽃미남이라, 아무리 버럭질을 하고 난동을 부려도 그 느낌이 별로 살지 않더군요. 선이 굵고 ..
'민들레가족'의 후속으로 방송되는 주말드라마의 제목이 '글로리아'라는 것을 들었을 때 처음으로 떠오른 생각은 성가(聖歌)의 제목이었습니다. 'gloria'는 라틴어로 '영광'이라는 뜻을 지녔고, 가톨릭의 대표적인 미사곡 중 하나입니다. 저에게는 매우 익숙한 단어이지만 TV 드라마의 제목으로 접하니 좀 신기하더군요. 주인공 나진진은 앞으로 변두리 나이트클럽의 가수로 활동하게 될 것이며, 그녀가 사용하게 될 무대명이 바로 '글로리아'입니다.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름이지만,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주인공에게 작가가 굳이 '글로리아'라는 이름을 지어 준 뜻을 저는 이미 알 것 같습니다. '글로리아'의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척박한 삶을 견디어내고 있습니다. 나진진(배두나)은 나이 서른에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나..
'수상한 삼형제'를 꾸준히 시청하지는 않았으나, 가끔씩 볼 때마다 참기 힘들 정도로 역겨운 캐릭터가 있습니다. 요즘 모든 며느리들의 공공의 적으로 불린다는 '전과자'입니다. 그녀는 항상 뭔가에 대한 불만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등장할 때마다 누군가에게 소리를 지르고 화를 냅니다. 한 번도 좋은 낯빛과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람을 상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네요. 그런 인물을 연기하고 있는 탤런트 이효춘씨도 참 힘들겠다 싶습니다. 세 명의 며느리가 전과자에게는 모두 밉상인가 봅니다. 큰며느리 엄청난(도지원)에게 그러는 거야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을 속이고 사기 결혼을 한 며느리가 예뻐 보이면 비정상이죠. 아이까지 있으면서 처녀라고 속이고, 빚더미에 올라앉아 있으면서 오히려 큰 재산을 가진 것처럼 속이고, 게..
딸(문근영)의 독백에 의하면 그녀는 이미 100명의 남자와 살았습니다. 딸은 엄마가 자기에게 101번째 아버지를 만들어 주기 전에 엄마로부터 도망쳐야 한다고 혼자 되뇌입니다. 그러나 신산스러운 삶 속에서 한 번도 딸자식을 버리려 하지 않은 그녀의 끈끈한 모성은, 송강숙이라는 여자가 원래 악녀는 아니었다 말하고 있습니다. 도화살을 타고난 여인... 이라고 표현해야 할 듯 싶습니다. 효선 아버지 구대성(김갑수)을 유혹하는 그녀의 모습은 소름끼칠 만큼 리얼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죽은 효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구대성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어간 것입니다. 게다가 모든 상황이 그녀를 돕는군요. 구정물에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잠시 효선 엄마의 옷을 입고 있게 된 송강숙을 보며, 효선이..
'지붕뚫고 하이킥' 35회에 특별출연한 정일우를 보았습니다. 황정음의 첫사랑이며, 정음이 그토록 애지중지하는 반려견 '히릿'의 옛주인으로 말이지요. 새 봄처럼 젊은 나이에, 눈물겹도록 화창한 날에 아련한 추억만을 남기고 불치병으로 스러져간 첫사랑... 그야말로 더 이상 식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식상함의 전형이지만, 아무리 뻔한 스토리라도 순정만화는 영원히 소녀들에게 사랑받는 것처럼 '우유빛깔 정일우'가 표현해내는 첫사랑의 이미지는 자못 매혹적이었습니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혜성처럼 등장했던 정일우는 삽시간에 톱스타의 위치로 올라서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습니다. 저도 그 때 담임선생님 서민정을 향해 순수한 열정을 불태우던 학교짱 윤호를 무척이나 사랑하던 누나(?)였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이후에 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