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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박사 정약용의 미친 존재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성균관 스캔들

'성균관 스캔들' 박사 정약용의 미친 존재감

빛무리~ 2010. 9. 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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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4회에서는 몇 가지의 주목할 일들이 발생했습니다. 고독한 원칙주의자 이선준(박유천)과 생계형 현실주의자 김윤희(박민영)는 충돌을 거듭하면서도 차츰 '내 편'으로 가까워졌고, 주요인물이면서도 3회까지 더벅머리 휘날리며 가끔씩 얼굴 한 번씩 비춰 주시는 것이 전부였던 걸호 문재신(유아인)이 드디어 공식적으로(?) 활동을 전개했습니다.

문재신에 관한 이야기를 먼저 해본다면, 저잣거리에서 부랑아로 살던 그를 볼 때는 오히려 어울리지 않는 유아인의 곱상한 외모가 마음에 들었었습니다. 그 언밸런스함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졌지요. 그런데 성균관에 들어와 단정하게 상투를 틀고 의관을 갖추니 이젠 오갈 데 없는 꽃미남이라, 아무리 버럭질을 하고 난동을 부려도 그 느낌이 별로 살지 않더군요. 선이 굵고 야성적인 외모를 갖춘 배우였다면 더 어울렸을 것 같다는 생각을 오늘 처음으로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이런 것은 쓸데없는 소리이고, 앞으로 유아인의 능력을 기대해봐야겠지요. 캐릭터와 일치하기 어려운 외모적 조건이지만, 아무쪼록 우리가 그것을 잊어버릴 수 있을 만큼의 연기를 보여주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선준의 캐릭터는, 원작에서는 어땠는지 모르나 드라마에서는 꽤나 답답한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사실 저도 원칙주의적인 성향을 다분히 갖고 있지만, 공동생활을 하면서 자기 혼자 너무 융통성 없이 원칙만을 고집하는 이선준의 모습은, 정의롭다기보다 오히려 민폐라고 느껴지더군요. 게다가 성격도 까칠하고 사회성이 꽝이라서 아무와도 어울리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까웠습니다. 그보다는 올곧은 성정을 지녔으되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김윤희의 캐릭터에 훨씬 더 쉽게 공감이 되더군요.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이 고지식한 젊은이의 뜻을 조금씩 이루어지게 해 줄 것 같더군요. 하긴 처음부터 다분히 환상적인 내용이었으니까요. 과거시험장에서 "거벽을 하러 들어왔소" 라는 답변을 제시하여 대놓고 임금을 모욕하고서도 멀쩡히 살아남은 것이며, 묘령의 여인이 남장을 하고 금녀의 집인 성균관에 들어가는 것이며, 현실적이지 않은 설정들이 많으니 아마 이선준의 캐릭터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입니다. 성균관의 첫 수업에서 박사 정약용(안내상)을 만나며, 이미 그 환상은 실현의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정약용은 임금 정조와 더불어 이 드라마의 대표적 선역을 담당하는 인물이지요. 주인공인 젊은이들에게 정조는 목숨 걸고 섬겨도 좋을 주군이 될 것이며, 정약용은 존경하는 스승이자 인생의 롤모델이 되어 줄 것입니다. 이미 과거시험장에서도 정약용은 심상치 않은 존재감을 발산했지요. 이선준의 당돌함에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여유롭게 받아넘기는 모습이며, 김윤희가 이선준의 도포에 남긴 문장을 보고 "그것은 새로운 협서인가?" 하면서 재미있다는 듯 미소짓던 모습이 앞으로 그의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었습니다.

여담이지만, 배우 안내상의 연기력은 새삼스레 감탄을 자아낼 정도로 대단했습니다. '수상한 삼형제'의 찌질하던 장남 김건강이 맞나 싶을 정도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어요. 원래는 조민기가 맡으려던 역할이라는데, 만약 조민기가 했더라면 훨씬 점잖고 진지한 정약용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헐렁한 외양에 풍부한 유머 감각과 날카로운 통찰력을 동시에 지닌 괴짜 정약용을 연기하기에는, 저의 개인적 생각으로는 안내상이 최고의 적임자인 듯 합니다.


새로 부임한 박사로서 유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려는 의도였는지, 그의 첫 수업은 매우 독특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제자들에게 항아리를 돌리며 대놓고 금품을 수수하는가 싶더니, 곧이어 생뚱맞은 마술쇼를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유생들은 많든 적든 항아리에 돈과 장신구를 집어넣었으며, 스승이 벌이는 마술쇼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고 박수를 쳤습니다. 그러나 오직 원칙주의자 이선준만은 예외였습니다.

그는 분연히 나서서 스승의 옳지 못한 수업 방식을 탓하였으며, 실학에 빠져서 고전을 무시하는 것이냐고 무례한 언사까지 서슴지 않았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정약용도 아주 약간은 기분이 상한 듯 보였는데, 그것은 모두 훼이크였습니다. 속으로는 그런 이선준을 누구보다 미더워하고 마음에 들어했던 정약용이었습니다.

"군자는 한정된 그릇이 아니라 진리를 탐하는 군자라면 갇혀 있는 그릇처럼 편견에 치우쳐서는 안 된다. 서역의 잡기에서는 배울 게 없다는 건 무슨 고약한 편견이며, 내가 서학을 좀 했다 해서 고전을 싫어할 거라는 무지몽매함은 참 용감하기도 하군."

정약용은 위와 같은 호통으로 이선준의 그릇된 생각을 따끔히 지적하였으나, 정작 그 수업에서 '통(通)'을 받은 유생은 이선준 혼자뿐이었습니다. 그 이유는 '질문을 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무조건 스승에게 호응하며 아무 말 없이 앉아있던 다른 모든 유생은 '불통(不通)'의 성적을 받아들었습니다.


정약용은 배우는 자의 도리를 이렇게 효과적으로 일깨워 주었습니다. 아는지 모르는지, 이해를 했는지 못 했는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 수 없게끔 잠자코 있는 것은 학생의 도리가 아니라는 것을... 비록 틀린 의견을 제시했을 망정 과감히 나서서 질문하고 스승을 반박한 이선준의 태도를 칭찬함으로써 모두에게 가르친 것이었습니다.

어차피 금품수수에는 관심도 없었으면서, 나중에 깨뜨려버릴 항아리를 왜 굳이 돌려서 돈과 장신구를 거두어들였는지는 약간 의문이 남습니다. 그 안에 아부의 뜻으로 금품을 집어넣는 자들과, 꼿꼿한 자세로 넣지 않는 자들을 눈여겨 보아두고 기억하려는 의도였을까요? 그렇다면 소신껏 뇌물을 넣지 않은 이선준은 물론이고, 가진 것이 없어서 넣지 못한 김윤희도 정약용의 심중에는 합격점을 받았겠군요.

나중에 이선준과의 대화에서 윤희는 말합니다. 성적에 불만이 있었던 게 아니라, 정말 알고 싶었다고... 스승님의 뜻을 통해 진리가 무엇인지를 배우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바로 정약용이 가장 좋아하는 '질문의 자세'가 아니겠습니까? 이선준만 '통'을 받자 다들 술렁거렸지만, 정작 나서서 "왜입니까?" 하고 물은 사람은 역시 김윤희 뿐이었습니다. 이래저래 이선준과 김윤희는 주인공들답게 스승 정약용의 왼팔과 오른팔이 될 모양입니다.


아, 그리고 또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수업에 들어와서 대놓고 누워 잠을 청하던 문재신이 정약용의 수업이 계속될수록 점점 눈꺼풀이 흔들리더니 급기야 벌떡 일어나 앉아서 "꼰대... 제법인데?" 라고 중얼거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시대의 반항아 문재신이 인정할 정도라면 과연 자격있는 스승이라 아니할 수 없겠군요. 문재신의 활동이 본격화됨과 동시에 그의 아버지인 문근수가 처음 등장했는데, 예상보다 훨씬 중후하고 선한 이미지라서 약간은 뜻밖이었습니다. 재신이가 그렇게 미워하고 반항하는 아버지이니, 저는 하우규(이재용)와 비슷한 악역일 거라고 생각했었거든요.

하인수를 비롯한 노론의 유생들에게 핍박을 받던 김윤희는 이선준과 문재신에 의해 늦지 않게 구조되지만 충격을 이기지 못해 혼절하고 맙니다. 무슨 윌리엄텔도 아니고 사람의 머리 위에 사과를 올려놓고 활을 겨누다니, 그 설정은 좀 유치하고 별로였어요. 아무리 성균관 내에서 최고의 권력을 자랑하는 하인수라지만, 같은 양반의 자제인 동료 유생을 그렇게까지 핍박할 수가 있었을까요?


이선준은 기절한 김윤희를 정약용에게로 데려옵니다. 의술에 조예가 깊은 정약용의 눈앞에 무방비 상태로 누워 있었으니 그 정체가 탄로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들통난 사실은 여인이라는 것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녀의 죽은 아비 김승헌의 유서가 뒤늦게 정조의 손에 도착함으로써 다시 금등지사의 옛 사건은 수면 위로 떠올랐고, 김승헌의 가족력을 조사하던 정약용은 유생 김윤식이 바로 그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알았거든요. 그러니 이제는 김승헌의 딸 김윤희 낭자라는 것까지, 그녀의 비밀을 모두 알게 되었군요.

엉킨 실타래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좌충우돌 고난을 겪게 될 젊은이들의 운명도 궁금하고, 그들의 길잡이가 되어 줄 참된 스승 정약용의 역할 또한 매우 궁금합니다. 싱그러운 젊은이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눈이 즐거운데, 이렇게 든든한 중견 연기자들의 뒷받침이 있고, 내용 자체도 갈수록 흥미를 더해가니 '성균관 스캔들'은 너무도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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