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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여성캐릭터의 잘못된 활용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성균관 스캔들

'성균관 스캔들' 여성캐릭터의 잘못된 활용

빛무리~ 2010. 9. 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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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5회와 6회를 온통 단조로운 활쏘기 장면으로 메꾸게 만들었던 대사례가 드디어 7회에서 끝이 났다. 역시 장원은 온갖 시련을 극복하고 악의 세력을 물리친 탕평접이었다. 탕평접이란 노론 이선준, 소론 문재신, 남인 김윤식이 함께 함으로써 당색을 뛰어넘은 팀이라는 뜻이다.

악의 세력을 대표하는 장의 하인수는 최고의 실력을 지녔으나 기생 초선에게 한눈을 팔다가 마지막 화살이 빗나가 5점에 그치고 말았다. 그리고 김윤희는 하인수의 지시를 받은 임병춘이 활시위에 온통 유리가루를 묻혀 놓은 탓에 손이 피투성이가 되고 말았으나, 초선이가 감아 준 손수건의 힘을 입어 이를 악물고 홍심을 명중시킨다. 초선이는 선견지명이라도 있었던 걸까?

필요 이상으로 오래 끌던 대사례가 이렇게 극적으로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핵심 내용으로 접어들려나 했는데, 금등지사 이야기는 언제 수면 위로 떠오를지 기약이 없고, 금녀(禁女)의 집인 성균관에 웬 여인의 향기들만 가득하다. 뭔가 좀 어색하다. 아무래도 여성 캐릭터를 잘못 활용하고 있는 것 같다.

1. 김윤희(박민영)


남자의 옷을 입혀 놓았지만 조금도 남자 같지가 않다. 얼굴도 목소리도 너무 고운 여자인 게다. 하지만 그거야 뭐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치겠다. 그런데 왜 술에 취한 남자와 진흙탕을 구르며 몸싸움을 하게 만들고, 구용하(송중기)의 술책에 넘어가 나신(裸身)으로 목욕을 하게 만드는가?

임병춘에게 먼저 주먹을 휘두르는 것은 과한 설정이었다. 아무리 술에 취해 비틀거리고 있었지만 그래도 엄연한 사내인데 여인의 힘으로 육탄전을 벌여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겠다. 그러잖아도 이선준에게 작정하고 들이대는 하효은 낭자 때문에 잔뜩 화가 나 있었던 데다가, 활시위에 비열한 짓거리를 해 놓은 것이 임병춘이라는 사실을 알았기에 잠깐 이성을 잃었던 것 같기는 하다. 그러나 김윤희는 몰락한 집안일 망정 양반가의 규수로 자라났는데, 술에 취한 외간남자와 엉켜서 데굴데굴 굴러다니며 주먹질을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황당했다.


난투극을 벌인 결과 김윤희의 몰골은 엉망진창이 되었고, 구용하는 평소 귀신이 출몰한다는 소문이 있어 아무도 얼씬하지 않는다는 극비의 장소를 그녀에게 소개해 준다. 그 곳에는 커다란 나무 욕조 안에 더운 김을 모락모락 피워 올리는 목욕물이 벌써 마련되어 있었다. 귀신이 곡할 노릇이다. 하여튼 그녀에게 목욕탕을 소개시켜 준 구용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잠시 자리를 비키고, 김윤희는 서슴없이 옷을 벗기 시작한다.

이거야 한두번도 아니고 의도적으로 연출하는 선정적 장면임이 뻔히 보이기에 좀 짜증스럽다. 그 동안도 여장에서 남장으로 바꿀 때마다 박민영의 맨살을 노골적으로 비춰 주긴 했지만, 이번에는 아예 물 속에 잠긴 맨 다리까지 보여줌으로써 그녀가 완전 나신임을 짐작하게 한 것이다. 게다가 윤희는 아주 느긋하게 목욕을 즐기며 유유자적하는 모습까지 보인다. 이렇게 되면 여주인공이 대략 푼수가 되어 버린다.


누구도 얼씬거리지 않는 장소라는 구용하의 말을 아무리 믿는다 해도, 그 곳은 엄연히 성균관 내부에 있는 위험 장소이다. 그렇게 긴장을 모두 풀고 목욕을 즐길만한 상황은 아닌 게다. 몸에 흉터가 있어서 남에게 보여주기 싫다고 둘러대긴 했으나 짖궂은 구용하가 혹시 들이닥칠지도 모른다는 예상도 가능하며, 그 장소를 구용하 외에 다른 사람도 알고 있을 가능성도 아주 없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과연 그녀의 나신을 처음으로 목격한 사람은 구용하가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문재신이었다.

김윤희는 당찬 여장부이면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현숙한 규수의 모습을 겸비해야 하지 않을까? 술 취한 남자에게 홧김에 주먹을 휘두르고 몸싸움을 하고, 위험한 장소에서 느긋하게 나신으로 목욕을 즐기는 태도는 여주인공의 이미지를 깨는 것이었다. 여인임을 들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과정이겠으나, 보다 자연스럽고 무리 없는 방법이 있지 않았을까?

2. 하효은(서효림)


조금이라도 자제를 시켰으면 했는데, 제작진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모양이다. 병조판서의 딸이 망나니처럼 아버지에게 반말을 툭툭 던지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대사례를 마친 성균관 유생들의 잔치에 버젓이 나타나 일종의 접대를 시작한다. 그 당시에는 명백히 기생들이나 했을 역할을 혼인조차 하지 않은 반가의 규수가 자청하고 나선 것이다.

그녀의 캐릭터상 명품 허리띠를 구입하여 자기 손으로 수를 놓았다고 뻥을 치며 이선준에게 선물하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굳이 그런 장소에서 공개적으로 할 필요는 없었다고 본다. 이선준에게 노골적으로 대쉬하는 그녀를 보고 주변의 동료들은 휘파람을 불고 "우우~" 소리를 질러댔으며 "받아라~ 받아라~" 하고 외쳐댔다. 아무리 퓨전사극이지만 너무 지나치게 현대적인 설정이었다.

지금의 하효은은 아무리 봐도 사극 속의 인물이라고 할 수가 없다. 그냥 현대의 여대생처럼 보인다. 자기의 선물을 직접 이선준의 허리에 둘러 준답시고, 그 많은 눈들이 지켜보는 와중에 사내의 허리를 거침없이 끌어안는 사대부의 규수라니 이건 도저히 몰입이 되지 않는다. 너무 생뚱맞게 느껴지다 보니, 그 장면을 보면서 속으로 질투를 느끼는 김윤희의 감정에마저 공감할 수 없게 되어버리는 것이다.

3. 초선(김민서)


위의 두 경우와 달리 초선에 대한 생각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다. 내 눈에는 그녀가 주변의 다른 기생들에 비해 나을 것이 조금도 없어 보인다는 말이다. 군계일학처럼 아름다운 외모와 도도한 카리스마를 겸비해야 하는 캐릭터인데, '초선 형님'을 신처럼 떠받드는 다른 기녀들에 비해 좀 더 나이가 들어 보일 뿐 예쁘다는 것은 모르겠고, 대사를 치는 연기력도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설상가상 과하게 높이 올린 가채는 보기에도 부담스러울 뿐이다. 그 커다란 머리 때문에 더 나이가 들어 보여서 다른 기녀들의 언니뻘이 아니라 이모뻘처럼 보이기도 한다. 말하자면 한창 잘 나가는 현직의 기녀가 아니라, 뒷방으로 물러나서 후배들을 관리하는 기생어미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그러다 보니 장의 하인수와 꽃도령 구용하를 모두 퇴짜놓을 만큼 도도한 최고의 기녀라는 설정에 도무지 몰입이 되지 않는다. 일전에 병조판서 하우규의 손에 저고리를 벗기운 적이 있었는데, 왠지 그녀에게는 그쪽 레벨이 더 어울리는 듯 느껴진다.

아비가 탐하는 여자를 아들이 같이 탐하는 병조판서 집안의 패륜부터 기막힌 일이지만, 그 추한 욕망의 대상이 된 여인 초선에게서는 별다른 기품을 찾아볼 수 없다. 김윤식에게 마음을 전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불타는 질투심에 사로잡힌 하인수가 대사례를 망칠 정도의 매력을 발견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

앞서도 밝혔듯이 초선에 대한 의견은 지극히 개인적인 느낌일 뿐이니, 일종의 사족이라고 보아도 좋다. 그러나 여주인공 김윤희를 무분별한 푼수로 만들고, 하효은 낭자를 도에 지나친 왈가닥으로 만드는 것은 드라마에 명백한 폐해를 끼치는 부분이다. '성균관 스캔들'의 제작진은 부디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쪽으로 시청률을 확보할 생각을 하지 말고, 보다 품격 높은 작품성으로 승부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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