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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 사극에서 시트콤 연기하는 서효림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성균관 스캔들

'성균관 스캔들' 사극에서 시트콤 연기하는 서효림

빛무리~ 2010. 9. 1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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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 스캔들'에서 서효림이 연기하고 있는 하효은 낭자는 매우 특이한 캐릭터입니다. 그녀는 병조판서 하우규(이재용)의 딸이며 성균관 장의 하인수(전태수)의 여동생이지요. 아버지도 오라비도 진지한 악역을 수행중인데 그녀만 등장하면 삽시간에 이 사극은 오갈 데 없는 시트콤이 되고 맙니다.

처음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포스를 자랑하던 효은은, 엄연한 사대부가의 규수가 자기 방에서 속옷 차림으로 외간남자인 이선준(박유천)과 맞닥뜨리고도 전혀 부끄러워하지 않고, 오히려 노골적인 유혹의 시선을 던졌습니다. 과연 성균관의 신입을 골탕먹이겠답시고 "자기 여동생과 하룻밤을 지내고 오라"는 미션을 던져주는 그 오라비의 누이답게 가볍고 천박한 태도였습니다. 그런데 이선준은 나중에 미션 수행 실패의 책임을 묻는 선배에게 "부용화는 정숙한 여인이었기에 그녀를 모욕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로 감싸 주었지요. 어떤 여자라 해도 반할 수밖에 없을만한 극강의 매너였습니다.


이선준에게 반해버린 하효은은 연서를 보내려 마음 먹지만, 문장력이 바닥인지라 여의치 않았지요. 결국 평소 연애소설을 탐닉하기 위해 단골로 들르는 세책방의 주인 황가(김광규)를 통해 연애편지를 대필해 줄 사람을 구하게 됩니다. 그래서 연결된 인물이 성균관 신입유생 김윤식, 즉 남장여인 김윤희(박민영)였지요. 하지만 그 또한 여의치 않았는지, 연서는 아직도 이선준의 손에 도착하지 않았군요.

하루하루 애만 태우던 하효은은 성균관에서 이루어지는 대사례를 빌미로 이선준과의 재회를 꿈꾸게 됩니다. 그녀의 아버지 하우규는 임금 정조(조성하)가 총애하는 정약용(안내상)을 성균관으로 보내어 무슨 일인가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에 잔뜩 긴장하여 고민에 빠져 있는데, 갑자기 다가온 딸네미가 그에게 다짜고짜 말을 붙입니다. 도저히 사극 속의 대사라 할 수 없는 대화가 그 부녀간에 이어집니다.

"갈거야, 나!"  /  "어딜?"
"성균관!"       /  "거길 네가 왜 가?"
"대사례는 어쩔 거야? 이대로 가만 있으면 어떡해?"
"아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야?"
"명색이 오라버니가 성균관 장의인데, 대사례 연습하는 유생들 간식도 좀 넣어주고, 그래야 하는 거 아냐, 우리가?"


처음에 하우규는 성균관을 무슨 자기 놀이터 쯤으로 여기는 듯한 발언에 그 철없음을 꾸짖고 안된다고 했지만, 실쭉하니 입을 댓발이나 내밀고 나가려는 효은의 모습을 보자 금세 마음이 약해져서 허락하고 맙니다. 저런 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일이면 모두 아버지를 졸라서 얻어내며 자라왔으니 그녀가 철딱서니 아가씨가 된 것도 무리는 아니겠군요.

'성균관 스캔들'은 가볍고 밝은 터치의 퓨전사극이지만, 그 주제와 분위기는 오히려 상당히 진중한 편입니다. 기본적으로 탕평책을 시행하려는 정조와 그에 반발하는 노론파 대신들의 불꽃튀는 대결이 드라마의 밑바탕에 깔려 있지요. 주인공 김윤희의 아버지 김승헌은 그 와중에 일어난 금등지사 사건에 휘말려 목숨을 잃었습니다. 문재신(유아인)의 형도 그 때 함께 죽었습니다. 그래서 재신은 형의 죽음을 막지 못하고 방관했던 아버지를 증오하며 시대의 반항아가 되었고, 소녀가장 윤희는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여자의 몸으로 동분서주하다가 결국 남장을 하고 성균관에까지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의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그 살벌한 전쟁터에서 파릇파릇한 청춘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살 길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원작을 읽지 않은 제가 대략 짐작해 본다면, 젊은이답게 이상적인 사회를 꿈꾸는 이선준과 김윤희는 정약용의 왼팔과 오른팔이 되어 정조의 탕평책을 돕게 될 것 같군요. 문재신과 구용하(송중기)도 결국은 이 그룹에 합류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오직 하인수만은 젊은 나이에 벌써부터 기성세대의 세속적 가치관을 그대로 갖고 있는지라 탕평책의 의미를 좀 다르게 해석합니다. 임금의 목적은 당파싸움을 근절시키는 데에 있지 않고, 남인과 소론의 세력을 키워서 현재 득세하고 있는 노론을 치려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물론 기득권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은 일이겠지요. 노론파의 영수인 좌의정의 아들 이선준이 탕평책에 동의한다는 것은, 노론 측에서 보면 충분히 배신이라고 할만합니다.


위에서는 정조에 맞서 신권을 지키려는 좌의정과 병조판서의 활약이 이어질 것이고, 아래에서는 이선준과 하인수의 대결이 계속될 이어질 것입니다. 젊은이들은 약간 어설프긴 하지만 상큼한 외모와 그럭저럭 괜찮은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으며, 특히 정조 역의 조성하와 신하들 역에 김갑수, 이재용, 안내상 등 중견 연기자들의 든든한 무게감은 이 드라마를 안정적으로 이끌어가는 힘입니다.

이렇게 진지한 사극인데, 하효은이 등장하면 갑자기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그녀의 대사를 비롯한 여러가지 설정부터 서효림의 말투와 오버스런 연기까지, 모든 것이 전혀 사극답지 않아요. 그대로 쏙 뽑아서 시트콤에 집어 넣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지경입니다. 발랄하고 귀엽기는 한데, 모든 면에서 너무 지나치게 튀기 때문에 좀처럼 드라마에 녹아들지 못하고 그녀 혼자만 겉돌고 있어요. 


지금까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많이 했으나, 결정적으로 아버지 앞에 나서서 "대사례는 어쩔 거야? 이대로 가만 있으면 어떡해?" 라며 반말로 무례하기 짝이 없는 대사를 하는 순간, 저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워낙 귀염받고 자라서 철없는 캐릭터를 표현하고자 한 것이겠으나, 그 정도가 너무 심했습니다.

가벼운 껍질 속에 무거운 메시지를 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두 가지의 적절한 조화가 중요합니다. 상반되는 성질의 것들을 자연스럽게 융화시키는 일은 생각보다 그리 쉽지 않아요. 제가 보기에 그런 방면의 능력을 가장 출중하게 보여주고 있는 드라마 작가는 현재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를 집필하고 있는 홍자매(홍정은, 홍미란)라고 생각됩니다. 그녀들의 드라마는 초반에 굉장히 가볍게 시작하지만, 뒤로 갈수록 만만치 않은 주제의 무게감이 느껴지면서 점차 그 언밸런스한 매력에 빠져들게 되지요.


하효은의 캐릭터를 이렇게 만든 이유는, 자칫 너무 어둡고 무거워질 듯한 분위기를 상쇄시키기 위해서일 겁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융화되지 못하고 겉돌면, 그 생뚱맞음에 몰입도만 저하시킬 뿐이에요. 이제라도 오버를 멈추고 조금씩 자연스럽게, 사극에 어울리는 캐릭터로 변화시켜야 긍정적인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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