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성균관 스캔들' 벗님들아, 내 말 좀 들어 보시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성균관 스캔들

'성균관 스캔들' 벗님들아, 내 말 좀 들어 보시게!

빛무리~ 2010. 8. 31. 09:03
반응형






'성균관 스캔들'은 고요한 밤중에 갑작스런 우뢰 소리처럼, 내 마음을 강렬하게 두드렸네. 이곳에는 치렁치렁한 도포자락에 감싸였을 망정 어린 나무처럼 싱싱한 젊음들이 가득한데, 마음껏 하늘을 향해 가지를 뻗어나가지 못하도록 만드는 현실의 벽은 지금보다 더욱 높았다네. 하지만 어느 시대에나 젊음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빛나는 무기가 아니던가! 아직 연륜이 일천하기에 가진 힘은 없지만, 이들은 당차게 기성세대와 맞서며 보다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고 있었다네.

1. 김윤희 (박민영)


몰락한 양반가의 장녀이며 당돌한 소녀가장이로세. 아비 김승헌이 노론의 모함을 받아 억울한 누명을 쓰고 비명횡사한 후, 가냘픈 몸으로 어머니와 남동생을 이 처자가 홀로 부양해 왔네. 아무리 가난해도 반가의 규수로서 그 차림 그대로 돈을 벌러 나서는 것은 용납될 일이 아니었기에, 그녀는 동생의 이름으로 과감히 남장을 하고 생활전선에 뛰어들었지.

그녀는 아비에게서 물려받은 천재적인 기억력과 문장력을 지녔기에, 한 번 들은 말이나 한 번 읽은 책의 내용은 거의 완벽하게 기억하여 일필휘지로 써내려갈 수 있었다네. 덕분에 세책방(현대의 도서대여점)에서 필사본을 만들어 달라며 그녀에게 맡기는 일거리가 줄을 이었기에 입에 풀칠하는 것이야 어렵지 않았지만, 중병으로 앓아누워 나날이 위태로운 목숨을 이어가는 남동생 윤식의 약값이 그녀의 발목을 잡았네.


병조판서 하우규(이재용)는 부와 권력에 대한 욕심이 끝을 모르는 인간이라, 그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아랫것들을 시켜 체통도 없이 고리대를 돌리고 있었는데, 윤식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그에게서 100냥의 약값을 빚지고 말았으니,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다 한들 어찌 값는단 말인가? 과거장에 침투하여 거벽꾼(대리시험 쳐 주는 자) 노릇까지 하는 것은 죽기보다 싫은 일이었지만, 양심도 우선은 살고 나서 생각할 일이었네. 

그런데 글재주는 좋아도 눈썰미는 없는 이 처자... 기껏 초상화를 보고 찾아낸 선비는 자기에게 거벽을 부탁한 자가 아니라, 까칠하기 이를데 없는 이선준이었으니 완전히 잘못 걸렸군. 혼자 고고한 척 잘난 척을 하면서 벌떡 일어나 "이 과거장에서 모든 부정부패를 없애야 한다"고 소리치는 모습이 그녀의 눈에는 가소로울 뿐이었네. 하루에도 몇 차례씩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오락가락하는 궁핍한 자들의 심정을 그자가 어찌 헤아리겠는가? 그의 푸른 도포자락 뒤에 몇 줄의 충고를 남겨준 것은 마지막 자존심이었다네.


기일이 되어도 빚을 갚지 못하자 그녀는 병조판서의 첩실로 끌려갈 위기에 처했네. 어미는 차라리 잘됐다며 말하기를 "글이 재주가 되고 밥이 되는 계집은 노류장화 기생들 뿐, 너에게 글재주는 독" 이라면서, 이제는 사내의 그늘에 기대어 계집의 삶을 살라고 그녀의 등을 떠밀었네.

하지만 받아들일 수 없는 윤희는 어떻게든 자기 힘으로 빚을 갚겠다며, 다시 금서(禁書)를 운반하는 일을 자청했지. 그런데 금서를 받으러 나온 사람은 과거장에서 만났던 이선준이 아닌가! 놀란 마음을 추스를 길도 없이 관군이 들이닥쳤고, 현행범으로 체포될 찰나 두 사람은 아슬아슬하게 도망쳤네. 이거 분위기가 심상치 않군. 색다른 매력의 두 청년이 더 기다리고 있는데, 벌써 사랑이 시작되는 것인가? 후후...

2. 이선준 (박유천)


좌의정의 외아들이며 문무를 겸비한 원칙주의자일세. 그의 아비인 좌의정 이정무(김갑수)는 더없이 노회한 정객이건만, 이 자는 아직 더러운 세상에 때묻지 않은 순결한 청춘이라네. 자기가 옳다고 믿는 정의는 어느 자리에서나 겁도 없이 일어서서 외칠 줄 아는 그의 용기를 혹자는 무모함이라 하겠고 혹자는 바보스런 순진함이라 하겠지. 어쩌면 모두 맞는 말일세. 그러나 그 또한 가장 아름다운 젊음의 특권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글 읽는 선비라 그 기개 드높으나, 백성의 살림을 살피는데 어두워라. 글을 팔아 쌀을 사는 이가 도적이면, 글을 팔아 권력을 사는 이는 충신인가? 이런 자에게 칼을 쥐어 주면 그가 바로 사람 잡는 선무당..." 하찮은 거벽꾼이라 여기고 관심두지 않았건만, 당돌하게도 그의 도포자락에 이런 모욕적인 글을 남기고 사라졌으니 그를 잡아 담판을 지어야겠다 마음먹었네. 저잣거리를 뒤지며 곱게 생긴 그 선비를 찾다가 우연히 돕겠다는 자를 만났는데 그것은 바로 함정이었지. 과거장에서 너무 튀는 행동을 하는 바람에 성균관의 선배 유생들에게 완전히 찍혀버린 거였네. 그들은 금서를 운반하는 김윤희를 이용해서 이선준을 체포하고 제대로 망신 줄 계획을 세웠던 걸세.


어쨌든 애타게 찾아 헤매던 사람을 만났으니 일단은 성공인데, 좌의정 댁 도련님 체면에 군사들에게 쫓기게 생겼으니 이 또한 난감한 일이군. 다행히도 글 읽는 틈틈이 익혀 둔 무예 덕분에 위기는 모면할 수 있었네. 잠시 숨죽이고 있다가 관군이 물러가면 윤희에게 따져 묻겠지. 대체 누가 글을 팔아 권력을 샀다는 것이며, 누가 사람 잡는 선무당이냐고 말일세. 전자에 해당하는 것은 자기의 노회한 아비이며, 후자에 해당하는 것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자기라는 것을 이선준은 아직 모르고 있다네. 자기의 품 안에서 떨고 있는 처녀의 두근대는 가슴을 아직 모르는 것처럼 말일세.

3. 문재신 (유아인)


대사헌 문근수의 둘째아들이며 시대의 반항아일세. 순진한 이선준과 달리 이 자는 제 아비가 부패한 권력의 중심에 서 있음을 분명히 자각하고 있다네. 그래서 그는 남몰래 아비에게 항거하는 중이지. 성균관 유생들 중에 뜻을 같이 하는 동료를 모아 기성세대와는 다른 정치를 해보겠노라 다짐하는 한편, 필요할 때면 저잣거리의 왈패 행세도 마다하지 않는다네. 그래서 누군가 힘센 자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약한 사람을 보면 홍길동처럼 나타나 구해주곤 하는 것이지.


기본적으로 세상에 대한 사랑보다 반항심이 더 큰 인물이라 과연 훗날 대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나, 지금 보기에는 그 알싸한 매력이 최고이군. 100냥의 빚 때문에 하우규의 수중에 떨어질 뻔한 김윤희를 구해 주고는 쉽게 무릎꿇지 말라고 폼나는 멘트까지 날려 주시는데... 어느 정도의 정의감과 어느 정도의 측은지심을 지녔으니 인품도 그만하면 훌륭한 장부이나, 존경할 수 없는 아비의 아들로 태어난 것이 그의 가장 큰 슬픔이네.

4. 구용하 (송중기)


명문가의 자제인 선준이나 재신과 달리, 이 자의 집안은 벼슬과는 그다지 인연이 없네. 그러나 반드시 권세만이 힘이던가? 어설픈 권력보다 넘치는 돈이 낫다는 것은 불변의 진리 중 하나인 법. 양반의 족보마저 돈으로 산 것인지도 모르겠다 싶을 만큼 이 자는 온 몸에 금칠을 하고 돌아다닌다네. 하여 성균관의 동료들도 결코 그를 무시하지 않고 앞다투어 그와 안면을 트려 하니, 폼생폼사 구용하는 남녀 공히 어디에서나 인기절정일세.

이선준이야 말할 것도 없고 문재신마저도 이 자에 비교하면 순진한 편이지. 아직도 약관에 불과하건만 대체 언제부터 저잣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온갖 밑바닥 인생을 체험한 것인지, 얼굴은 해맑은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되 벌써 닳고 닳았다 할 만큼 세상을 잘 안다네. 그래도 왠지 미워할 수 없는 이유는 그 젊은 가슴 속을 채우고 있는 허무감이 느껴지기 때문이야.

세상을 너무 일찍 알게 된 젊은이를 어른들은 가엾다고 말한다네. 더러운 세상을 일찍 알아봐야 늘어나는 것은 고통 뿐이지. 아직은 몰라도 될 것을, 조금 더 있다가 알아도 될 것을 너무 빨리 알았기에, 그는 가엾게도 열정 대신 냉소를 먼저 배웠네.


한쪽으로 슬며시 입꼬리를 치켜 올리며 그는 이선준에게 접근했다네. 순진하고 올곧기만 한 이선준은 아주 쉽게 그의 함정에 빠지고 말았지. 사실 용하는 선준에게 별다른 악의는 없었네. 그 잘난체 하는 녀석이 못마땅하기도 했지만... 그저 장난을 치고 싶었던 걸세. 허무감에 빠진 젊은이는 항상 심심한 법이거든. 그래서 오히려 이선준이 너무 쉽게 잡힐 것 같으니까 실망스럽기까지 했네.

금서를 주고받는 현장에서 체포된다면 이선준만이 아니라 그 기묘한 녀석도 함께 걸려들겠군. 척 봐도 계집아이인 것을 알겠건만, 새책방에서 선비 행세를 하는 그 녀석을 보고도 모른체 해 준 것은 역시 재미있어서였네. 쉽게 터뜨리기에는 모처럼 호기심이 끌리는 장난거리였단 말일세. 그런데 차츰 그녀를 보는 눈이 달라지겠지. 나는 구용하가 김윤희로 인하여 그 허전한 속을 채우게 될 거라 믿고 있다네. 사랑을 이루지 못해도, 그는 다른 사람으로 태어날 걸세.

이 네 명의 친구들은 지극히 멋지고 사랑스러워서 누구 한 사람도 놓칠 수가 없다네. '선덕여왕' 이후로 정말 오랜만에 전심을 기울여서 올인할 수 있는 벗들을 만난 기분이야. 그래서 난 지금 무척이나 행복하다네.


* 문재신 캐릭터에 대해 제가 많은 부분을 잘못 알고 있었네요. 첫방송에 등장한 많은 캐릭터를 제대로 점검하지 못한 것은, 원작을 접하지 못해서 무척 낯설었던 것도 하나의 문제이지만, 김윤희보다 더 눈썰미가 떨어지는 저의 허술함이 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고맙게도 오류를 지적해 주신 분이 있어 뒤늦게나마 수정했습니다. 죄송합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