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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보고 또 보고'(1998)의 김지수부터 '신기생뎐'(2011)의 임수향까지, 임성한 드라마의 여주인공으로 선택받은 배우들은 로또에 당첨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특히 20년 무명을 견뎌 온 중고신인 장서희에게는 '인어 아가씨'(2002)의 성공으로 배우 인생의 화려한 제2막이 열렸고, '왕꽃 선녀님'(2004)의 이다해와 '하늘이시여'(2006)의 윤정희는 연기 경험이 없는 신인이었지만 임성한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곧바로 전성기에 돌입했다. 물론 '아현동 마님'(2007)의 왕희지와 '보석 비빔밥'(2009)의 고나은처럼 혜택을 누리지 못한 경우도 없지는 않았으나, 그래도 임성한의 여주인공은 무명 또는 신인 여배우에게 놓칠 수 없는 대박 기회로 인식되어 있었다. 그런데 '오로라 공주'(2013)에서..
만약 '주군의 태양'에서 그 멋진 소지섭이 찌질남으로 변신한다면 시청자는 받아들일 수 있을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그 해맑은 이종석이 스토커로 변신하여 싫다는 이보영을 지긋지긋하게 쫓아다녔다면 시청자는 용서할 수 있었을까? 어느 정도의 못난 모습, 인간적으로 봐줄 수 있는 차원이라면 용납 가능하겠지만 이건 아니다. '오로라 공주' 공식 홈페이지 대문에는 아직도 오로라(전소민)와 황마마(오창석)를 주인공으로 한 포스터가 걸려 있다. "너무 다른 두 완벽 남녀의 운명적 사랑 스토리!" 라는 표제도 아직은 유효한 모양이다. 그러나 황마마는 이미 주인공으로서의 자격을 잃었다. 설설희(서하준)의 등장 이후로 걷잡을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걸어 왔지만 그래도 한 가닥 희망은 남아 있었는데, 74회에서 최후의 마..
손문권 PD의 죽음에 여러가지 석연찮은 점이 있다 하여, 그의 여동생을 필두로 한 가족들은 미망인 임성한 작가에게 금액 5천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액수가 크지 않은 이유는 돈을 받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진실을 규명하는데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는군요. 이번 사건을 맡은 이재만 변호사는 12년 전 주병진이 강간치상 혐의를 받았을 때, 의뢰인에게 매우 불리한 상황에서도 무죄 판결을 받아냄으로써 화제가 되었던 인물이라고 합니다. (관련 기사 링크) 가족의 주장에 의하면 유서의 필적도 손PD의 것이 아니었고, 증거 자료로 제출된 CCTV의 화질도 너무 흐릿해서 손PD인지 아닌지 제대로 알아볼 수 없었고, 수사는 자살로 종결되었지만 명확한 죽음의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러가지 의혹으로..
'신기생뎐' 이 드라마는 시작부터 온갖 혹평이 난무하며 막장 논란에 시달리고 있지만, 그래도 저는 임성한 작가 특유의 톡 쏘는 재미를 기대하며 좀 더 지켜볼 생각입니다. 홈피를 장식한 문구는 "전통을 지켜나가는 자존심 강한 그녀들" 이지만, 아직까지 저의 인식은 "그래봤자 해어화(解語花)"라는 것입니다. 조선시대에야 문화가 그러하니 사정이 달랐다 하겠지만, 이 시대에 자존심 강한 여성이 선택할 직업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따지면 소재 자체에 거부감이 든다고 할 수 있겠으나, 그럼에도 어떤 식으로 풀어 나갈지가 궁금하기에 저는 계속 지켜볼 생각입니다. 막장 드라마답게(?) 초반부터 이 작품 전체를 휘어싸고 있는 것은 '출생의 비밀'입니다. 그것도 단순하지 않게 몇 겹으로 포개져서 좀처럼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