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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디어 효선이(서우)가 잠에서 깨어났습니다. 가장 어리숙하고 세상 물정을 모르던 어린 그녀가, 한꺼번에 양쪽의 진실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대성참도가의 앞길을 가로막는 거대 공룡 홍주가의 존재를 알고 그 모든 사건의 원흉이라 할 수 있는 홍기정(고세원)을 만나기까지 했으니, 이제 홍기훈(천정명)의 정체를 알아차리는 것도 시간 문제입니다. 그리고 구대성(김갑수)이 남긴 일기를 모조리 읽으면서 송강숙(이미숙)이 그 오랜 세월 동안 자기 아버지를 어떻게 기만하며 살아왔는지를 알게 되었으니, 효선이가 잠에서 깨어나며 벌어질 일들은 섬뜩하기조차 합니다. 14회 말에서 벌어진 효선의 각성은 커다란 반전이었습니다. 송강숙이 먼저 구대성의 일기를 읽었고, 그녀는 떠나버린 사람이 남겨둔 마음에 그만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
구대성(김갑수)이 떠난 후, 대성참도가를 지켜야 하는 벅찬 의무가 은조(문근영)의 가녀린 두 어깨에 지워졌습니다. 그녀는 끝내 아빠라고 불러드리지도 못했던 아버지 구대성을 위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위기에 놓인 대성참도가를 지켜내려 할 것입니다. 대성참도가는 구대성이 평생을 바쳐 양심과 애정으로 일구어 온 기업이며, 그 자신이라고 할 수도 있는 존재니까요. "어쩌지, 구효선? 내가 또 해냈네? 이러다가는 정말 모두 내것이 되고 말겠어." 효선(서우)을 자극하는 은조의 속마음을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은조는 그녀와 힘을 합쳐서 아버지의 유업을 지켜나가려는 것입니다. 대성참도가를 지키는 일에, 구대성의 친딸인 구효선을 제외시킬 수 없다는 것을 은조는 알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다면 진정으로 구대성을 위하는 일..
"나의 사랑하는 못된 계집애가 독하디 독한 아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잡아 달라는 내 간절함을 그렇게 간단히 무시할 줄은 정말 몰랐다." '신데렐라 언니' 9회에서는 또 화자가 바뀌었습니다. 초반에 흐르던 은조(문근영)의 나레이션은 드라마의 몰입에 상당한 도움을 주었고 대단히 깊은 인상을 남겼기에, 저는 개인적으로 드라마에 나레이션 기법을 사용하는 것을 별로 찬성하지 않는 편이지만 그래도 이번에는 괜찮다 싶었습니다. 그런데 중간에 화자가 효선(서우)으로 바뀌게 되면서, 꼭 저런 것을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으로 바뀌더군요. 그래도 뭐 아주 나쁜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기훈(천정명)의 나레이션이 흐르기 시작하니, 이것은 차라리 드라마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싶은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홍기훈(천정명)은 아무래도 왕자님이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다크 프린스라도 왕자님이긴 한 줄 알았는데, 왕자라면 갖추지 말았어야 할 치명적 요소들을 너무 많이 끌어안고 있군요. 8회에서 기훈이 보여준 우유부단하면서도 유치찬란한 행동들을 목격하고 나서야 어찌 그를 계속 왕자님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으로 봐서는 오히려 최악의 악역이 아닐까 생각조차 될 지경입니다. 그와 헤어져 있던 8년 동안, 은조(문근영)는 그를 잊지 않고 그리워했습니다. 화랑에서 마주친 효선(서우)이가 기훈을 만나고 있다는 말에 흔들리던 은조의 눈빛이며, 효선의 통화 내용에서 어떤 '오빠'가 버스터미널에 있다는 소리를 듣고는 정신없이 자전거를 달려 터미널로 향하던 은조의 모습에서는 아직도 그녀가 기훈을 사랑하고 있음이 분명하게 ..
'신데렐라 언니' 5회에서 은조과 기훈은 훌쩍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당당한 커리어우먼으로 보기엔 아직도 너무 어리고 약해 보이는 외모이지만, 문근영은 그 약점을 연기력으로 충분히 커버했습니다. 그리고 천정명도 한결 중후한 느낌으로 변신에 성공했더군요. 저로서는 무엇보다도 가장 염려스럽던 부분이 천정명이었는데 한시름 놓았습니다. 이제는 제법 다크 왕자님의 포스를 제대로 풍기면서 그 어두운 속셈을 궁금하게 만드는 내면 연기도 얼핏 보이니 대견하더랍니다. 오랜만에 다시 만난 그들은 서로를 차갑게 외면합니다. 일단은 오해 때문이라고 봐야겠지요. 은조의 입장에서는 기훈이 말도 없이 떠난데다가, 충분히 소식을 전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8년이라는 세월동안 한 번도 찾아오지 않은 것에 대해 배신감을 느낄 ..
'선한 자와 악한 자의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기' 라는 시도는 사실 꽤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것입니다.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향에서 세상을 보고 사람을 본다는 그 발상은 매우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요. 역사 속의 실존인물들도 그 새로운 시각에 따라 재조명된 인물이 상당히 많습니다. 심지어 충신과 간신이 뒤바뀌고, 성녀와 악녀가 엇갈리는 사태에 이르러 자칫하면 가치관이 뒤집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 새로운 시각이란 "우리가 악인이라고 생각했던 그는, 사실 악인이 아니었다" 는 인식의 전환일 뿐, 결코 "악인이 좋은 것이다" 라는 가치관의 전도는 아닙니다. 그렇게 만들래야 만들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사이코패스가 아닌 다음에야 사람의 마음은 자연스럽게 착하고 올바른 쪽으로 ..
이번 주 '해피투게더'는 지난 번에 이어 '신데렐라 언니' 출연진들의 이야기로 꾸며졌습니다. 지난 방송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은 서우였지요. 그녀는 마치 문근영을 따돌리는 듯한 태도와 더불어 내숭과 산만한 기질을 수시로 드러내며 순식간에 엄청난 안티를 선물받았습니다. 속마음은 단정할 수 없으나 제가 보기에는 그냥 실수인 것 같아서 그녀가 적잖이 안스럽기도 하더군요. 그런데 이번 주 방송에서는 서우 못지않게 걱정스런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신언니'의 히어로 천정명입니다. 그러지 않아도 천정명은 최근 드라마 촬영이 진행된 모 대학교에서 시비에 휘말린 적이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쏟아져나오는 기사들을 읽어보니 과연 체대 학생들이 먼저 과하게 싸움을 걸어온 것 같더군요. 하지만 연예인의 신분으로서 끝까지 참아 ..
'신데렐라 언니' 2회에서는 주요 출연진들 간의 내공 격차가 뚜렷하게 드러났습니다. 1회에서는 이미숙의 고혹적인 요부 연기와 기대 이상의 변신에 성공한 문근영의 존재감 때문에 살짝 가리워져 있었던 구멍들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지요. 1. 서우 - 도를 넘어선 치근덕거림... 귀여운 게 아니라 귀찮다 솔직히 1회에서도 효선(서우)의 이미지가 썩 좋기만 했던 것은 아닙니다. 예능 출연에서 보여준 서우의 태도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저도 그 방송을 보았으나 고의성은 없는, 단순한 실수라고 느꼈기 때문에 그녀에게 가해지는 호된 비판에 동참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와는 상관없이 드라마의 뚜껑을 열어 보니, 분명 선한 역할이라고 알려져 있던 구효선의 캐릭터가 의외로 첫방송부터 비호감의 수증기를 모락모..
얼마 전 예능에 출연해서도 너무 순둥이같은 모습을 보여 주었기에, 문근영이 얼마나 악역을 실감나게 소화해낼 수 있을지는 약간 염려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될 것 같군요. 그지없이 순한 얼굴인데 시퍼런 냉기가 뚝뚝 떨어지는 것을 보니, 재작년 S본부의 최연소 연기대상 수상자라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졌습니다. 악녀 연기의 전설이라 할 수 있는 이미숙의 서포트를 받고 있다는 것은 문근영에게 있어 매우 큰 행운이라고 여겨집니다. 마성(魔性)의 모녀, 송강숙과 송은조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이 드라마의 성패가 좌우될 거라고 저는 생각하거든요. 출발은 매우 순조로웠습니다. 이미숙의 능란함과 문근영의 풋풋함이 어우러지며, 엄마와 딸은 거의 완벽한 앙상블을 이루어 악녀 연기의 ..
딸(문근영)의 독백에 의하면 그녀는 이미 100명의 남자와 살았습니다. 딸은 엄마가 자기에게 101번째 아버지를 만들어 주기 전에 엄마로부터 도망쳐야 한다고 혼자 되뇌입니다. 그러나 신산스러운 삶 속에서 한 번도 딸자식을 버리려 하지 않은 그녀의 끈끈한 모성은, 송강숙이라는 여자가 원래 악녀는 아니었다 말하고 있습니다. 도화살을 타고난 여인... 이라고 표현해야 할 듯 싶습니다. 효선 아버지 구대성(김갑수)을 유혹하는 그녀의 모습은 소름끼칠 만큼 리얼하고 자연스러웠습니다. 죽은 효선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죄책감을 안고 살아가는 구대성의 약한 부분을 정확히 파고들어간 것입니다. 게다가 모든 상황이 그녀를 돕는군요. 구정물에 젖은 옷을 말리는 동안 잠시 효선 엄마의 옷을 입고 있게 된 송강숙을 보며, 효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