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박혁권 (3)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지금껏 오혜원(김희애)의 삶에 순수란 없었다. 오직 생존을 위한 치열한 몸부림이 있었을 뿐이다. 그녀라고 처음부터 그렇게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진대, 왜 그래야만 했는지는 설명되지 않았다. 가난한 집안 사정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초라하게 살고 싶지 않은 자신의 욕망 때문이었는지, 음대 재학 시절 촉망받는 피아니스트 재원이었던 오혜원은 건초염 악화로 꿈을 접으면서부터 예고 동창 서영우(김혜은)에게 달라붙어 그 집안의 시녀가 되었다. 서한그룹 회장인 아버지 그늘에서 보호받으며 안하무인으로 살아 온 서영우는 걸핏하면 오혜원의 뺨까지 때리면서 모욕하지만, 그런 것쯤이야 대수롭지 않게 받아 넘길 만큼 혜원의 가슴은 무디어진지 오래다. 상처받기 쉬웠던 예술가의 여린 감성은 어느 새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졌다. 오혜원..
영화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영화 시나리오는 연출자인 감독이 직접 쓰는 경우도 많지만, 드라마 대본은 전문 드라마 작가가 아닌 이상 쓰기 어렵죠. 영화에서의 '스토리'가 영상미나 배경음악 등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드라마에서는 '스토리'가 작품 전체의 80% 이상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토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며 예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르의 특성이 그러한지라 저는 드라마를 선택할 때 연출자보다는 작가의 이름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허준'과 '대장금'의 눈부신 대성공에 힘입어, 1944년생의 노익장 이병훈 감독은 이 ..
기다리고 있던 '지붕뚫고 하이킥' 첫방송이 전파를 탔다. 이순재 옹을 제외하고는 그간 시트콤을 통해 낯익은 얼굴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있는 터라 약간 허전한 마음을 안고 시청했는데, 의외로 1회에서 낯익은 얼굴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물론 카메오였지만 말이다. 반가운 얼굴 첫번째는 '똑바로 살아라'에서 노주현의 머리 나쁜 아들로 나왔던 노형욱 군이었다. 그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이름은 김형욱이었는데, 워낙 노형욱이라는 이름으로 인지도가 생기다보니 아예 이름을 노형욱으로(예명) 바꾼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친구도 85년생이니까 벌써 25세의 어른인데 아직도 집안의 골칫덩이였던 막내 형욱이의 모습이 그대로 남아 있다. 맨날 샐샐거리고 웃기만 하던 둘째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