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박해진 (15)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서영(이보영)은 참 복이 많은 아이입니다. 모나고 못나고 비뚤어졌지만, 그녀를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자기 삶의 방향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 행복한 서영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죠. 누구나 가족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면서도 타인을 이해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참 운 좋게도, 이서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나고 못나고 비뚤어진 그녀를 마음 깊이 이해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서영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그녀를 진심으로 염려하며 그녀가 행복하기만 바라고 있는데, 여전히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를 외치는 이서영의 모습은 참 못나고 이기적입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잘못되었다는 ..
드럼 학원에서 차지선(김혜옥)에게 접근해 왔던 마술사 배영택(전노민)의 정체는 안타깝게도 좋은 친구가 아니라 사기꾼이었습니다. 위너스 그룹의 하청업체를 운영하면서 각종 비리를 저지르다가 회장 강기범(최정우)에게 축출당한 안사장이 앙심을 먹고 일부러 배영택 부부를 사주해서 차지선을 이용하려 했던 것이지요. 가뜩이나 외로움 많이 타고 심기가 약한 차지선에게 최근 불어닥치는 시련들은 참으로 모질기만 하군요. 사랑하는 막내아들 강성재(이정신)가 남편 강기범의 혼외자라는 사실을 알게 된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믿었던 며느리 이서영(이보영)이 엄청난 거짓말을 하고 시집왔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었는데, 이제는 제비한테 당해서 억울한 누명까지 쓰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남편의 비서 윤소미(조은숙)에게 속고, 며느리에게..
엔딩은 점점 다가오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가는 스토리를 보고 있자니 당혹스러웠습니다. 자존심이 아무리 소중해도 사랑보다 앞선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이서영(이보영)이 한 번쯤은 자존심을 꺾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자기 방식대로 강압적이었던 강우재(이상윤)의 사랑 방식도 올바른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속임수 없고 진실했던 강우재에 비한다면 시종일관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그를 기만하며 살아왔던 이서영이 훨씬 더 잘못한 거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게다가 이서영은 남편과의 상의도 없이 3년 동안이나 몰래 피임약을 먹으며 임신을 거부해 왔던 잘못까지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속이고 또 속인 셈이니 강우재가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녀를 이해..
개인적인 추억 때문에 소현경 작가를 특별히 아끼는 저로서는 '내 딸 서영이'라는 제목이 아주 못마땅하고 창피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방송된 인기 드라마 중 '내 딸 꽃님이'라는 제목이 있었거든요. 아마도 이건 작가의 뜻이 아니라 제작사 또는 방송사 측의 압력에 의한 울며 겨자먹기식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지요. 아무리 내용은 전혀 다르다지만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토록 '대놓고 따라하기'의 굴욕이라니, 작가의 입장에서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어쨌든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제목이 조그만 가시처럼 걸려 있었는데, 37회의 엔딩을 보고는 그 찜찜한 마음을 약간이나마 달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구차스런 따라쟁이 형식의 제목이지만, 그안에는 작품의 주제가 온전히 녹아..
제가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을 좋아하던 이유는 탐정 '에르큘 포와로'의 치밀한 수사방식에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중 하나의 예를 들어 본다면 다음과 같은 것입니다. 범인으로 지목되는 남성에게 분명 협조자가 있었을 것이며, 그 공범은 여성일 확률이 높다는 것을 추리해낸 포와로는, 용의선상에 오른 여성들을 모아 놓고 자연스런 상황을 연출하여 '고소공포증이 있는지에 대한' 그녀들의 대답을 이끌어 냅니다. 그 중 2명의 여성이 "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으며 높은 곳에 올라가면 두려움과 어지럼증을 느낀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또 우연인 것처럼 포와로에 의해 그 여성들은 고소공포증 체험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흔들다리를 건널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던 것이죠. 그런데 어제 "나는 고소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