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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정용화는 2010년 1월 '황금어장'의 '라디오스타'에 나와서 말하길, 연기자보다는 가수가 되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고 했었습니다. 함께 출연했던 조권과 이홍기가 할 수만 있다면 가수 활동과 연기를 병행하고 싶다는 뜻을 비친 것과 달리, 콕 집어서 가수를 선택하는 정용화는 곱상한 외모에 비해 상당히 고집이 세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수가 꿈이라던 정용화가 연예계에 처음 데뷔한 것은 연기자로서였습니다. 씨엔블루의 데뷔에 앞서 정용화의 인지도를 높이는 것이 유리하겠다고 판단한 소속사가 그를 '미남이시네요'에 전격 투입시켰기 때문이지요. 연기 수업도 전혀 받지 못한 상태에서 거의 주연급으로 캐스팅되었으니 부담이 무척 컸겠지만, 다행히 드라마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정용화는 '밀크남', '수건남' 등의 ..
드디어 10년 전, 국보소녀의 해체 원인이 밝혀졌습니다. 많은 사람의 예상대로 그 원인은 한미나(배슬기)에게 있었습니다. 미나는 옛 동료였던 제니(이희진)와 강세리(유인나)를 불러 모든 비밀을 털어놓았습니다. 국보소녀로 활동할 당시, 연예인의 삶 자체를 너무도 힘겨워했던 미나는 남자 아이돌 스타(브라이언)와 사랑에 빠졌고, 그와의 결혼을 통해 현실에서 달아나려 했습니다. 부적절한 상황이지만 그녀에게 잉태된 아기는 현실에서 도망갈 수 있게 해 줄 유일한 희망이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중에서는 오직 리더인 구애정(공효진)만이 그 사실을 알고 있었지요. 그런데 구애정이 자기를 따돌린다고 오해한 강세리가 음료수에 약을 타는 해서는 안 될 장난을 했고, 우연히 구애정 대신 그 음료를 마신 한미나는 유산을 하고 말았..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드라마에는 일정한 법칙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훤히 예상되는 것들이 있고, 각오해야 할 것들도 있지요. 우선 남주인공은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인 듯하지만 그 가슴 속에는 깊이 상처받은 어린아이가 살고 있습니다. 그 상처는 '미남이시네요'의 황태경(장근석)처럼 엄마에게서 버림받은 정신적 상처일 수도 있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처럼 몸이 병들었던 탓에 겪어야 했던 육체적 상처일 수도 있습니다. 초반에 남주인공의 까칠함을 보며 살짝 재수없다고 느끼던 시청자들은 점차로 그 가슴 속에서 아직도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어린아이를 발견하고 연민에 젖게 됩니다. 그에 비해 서브남, 즉 여주인공을 사이에 두고 남주인공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인물은 아주 어른스러운 남성입니다. 어린애..
참 오래 걸렸습니다. 총 20부작 드라마의 절반을 훌쩍 넘어, 무려 11회의 엔딩 장면에 가서야 제가 드디어 이 드라마의 히어로 김주원(현빈)에게 마음을 열 수 있었군요. 그렇다고 남들처럼 현빈앓이에 동참하게 된 수준은 아니지만, 이제껏 대책없는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김주원이 심상찮은 변화의 조짐을 보이면서 제 마음을 울컥하게 만들었거든요. 그런데 이상하게 가슴이 아파 옵니다. 어쩌면 그 동안 김주원에게 빠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마음을 더 닫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군요. 그는 너무 매력적인 남자인데다 모성애를 자극하는 소년처럼 외로운 자아를 지녔습니다. 못된 성질도 못된 말버릇도, 차분히 그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이해 못할 것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부러 김주원에게 몰입하지 않으려 하며, 철저히 여주..
싸늘한 겨울을 앞두고 시작된, 순정만화 원작의 '매리는 외박중'... 이 드라마는 현재 초반부터 가슴 시린 슬픔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차츰 따사로운 멜로의 감성으로 변해갈 것을 기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뜻함보다 공허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군요. 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은 점점 더 우리를 이 사랑이야기의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 장근석의 독특한 캐릭터 '강무결' 때문입니다. 장근석은 이제껏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닌 연기자인데, 자기의 느낌과 꼭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저..
요즘 '런닝맨'은 확실히 재미있어졌습니다. 날마다 바뀌는 랜드마크의 특징을 살림으로써 답답한 느낌을 없애고, 단조로워 보였던 게임의 패턴에도 수시로 변화를 주면서 착실히 발전해 나가고 있어요. 특히 서울중앙우체국에서 촬영한 이번 주의 방송은 그 중에서도 압권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라면, 게임 중에 가장 재미도 없으면서 가혹하다고 느껴졌던 '차 한 잔의 여유' 코너가 사라진 것이었습니다. 커피든 레몬차든 쌍화차든 한꺼번에 10인분 가량의 많은 양을 마시는 출연자들의 모습은 보기 불편했거든요. 계란 노른자도 한꺼번에 8개씩을 먹어서는 몸에 좋을 리가 없었고, 무엇보다 뜨거운 차를 빨리 마시느라 식도를 크게 델 위험이 있어 보였기에 보면서도 굉장히 불안했습니다. 없어진 것이 아주 다행..
저는 원래 황금어장의 코너 '라디오스타'를 즐겨보는 편은 아니었습니다. 4명의 MC, 그들 특유의 독하면서도 산만한 토크 스타일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거든요. 그냥 '무릎팍 도사'가 끝나면 채널을 돌려봐야 볼 것도 없으니까 그대로 둔 채, 다른 일을 하면서 건성으로 보는 둥 마는 둥 했었지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정말 한 장면도 놓치지 않으려고, 집중해서 시청을 하게 되더군요. 시청한 후의 기분도 그야말로 귀한 선물을 받은 듯 최고입니다... ^_^ 2AM의 조권과 창민, FT아일랜드의 이홍기, 그리고 씨엔블루의 정용화가 게스트로 출연했는데 어쩌면 4명 모두 제가 너무 좋아하는 친구들인 거였어요. 요즘 아이돌 스타들이 그렇게나 많은데, 저는 무조건 다~ 좋아하는 누나팬은 아니거든요..ㅎㅎ 사실은 다 알..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의 남녀 주인공들 가슴에는 커다란 구멍이 나 있습니다. 누군가 그 구멍 안을 들여다본다면, 끝이 보이지 않는 그 어두운 깊이에 온 몸을 떨게 될 것입니다. 검게 벌어진 상처... 좀처럼 아물지 않는, 어쩌면 그들의 인생 끝까지 따라다닐 그 깊은 상처의 구멍을 낸 사람은 바로 그들의 어머니입니다. 어머니, 남들에겐 포근한 그 이름이, 차강진(고수)과 한지완(한예슬)에게는 쓰라린 이름입니다. '미남이시네요'의 모화란을 보며 그 '나쁜 어머니'의 모습에 경악한지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강진의 어머니와 지완의 어머니는 어느 면에서 모화란보다 더 지독하게 나쁜 어머니상을 보여주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어머니는 마음의 고향이고, 어머니의 사랑은 인격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해주고, 어머니..
'크리스마스에 눈이 올까요?' (이하 '크눈올') 제목부터 멜로의 느낌을 물씬 풍기는 드라마가 12월과 함께 찾아왔습니다. 드라마에서는 아주 오랜만에 고수의 얼굴을 볼 수 있겠군요. 더불어 '환상의 커플' 이후로 이렇다할 히트작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예슬도 이번 작품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크눈올' 첫방송은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전형적인 멜로드라마인데다가 제목부터가 너무 소녀적인 감성을 드러내고 있기에 그저 말랑말랑한 분위기일 거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낭만적인 분위기 안쪽에 상당히 거칠면서도 어두운 감성을 품고 있는 드라마였습니다. 남주인공의 아역은 비교적 생소한 얼굴의 신예 김수현이, 여주인공의 아역은 '선덕여왕'의 어린 덕만으로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
'미남이시네요' 최종회에서 결국 제가 바라던 대로 아이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습니다. 모화란(김성령)의 이기심과 집착으로 인해 비극적 결말을 맞이해야 했던 부모 세대의 사랑은, 아이들의 세대에 와서 더없이 순수한 고미녀(박신혜)의 희생과 용기로 인해 행복한 화해로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마나 기쁜지 모릅니다. 비극의 씨앗은 모화란, 그녀에게서 탄생되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기만 한다면 그 누구도 자기를 버릴 수 없을 거라고 믿은 그녀의 무모한 자신감은, 결국 그녀가 사랑한 사람과 그녀 자신을 깊은 불행에 빠뜨렸습니다. 그렇다 해도 미남과 미녀의 아버지인 작곡가 고재현의 죽음이 모화란 때문이라고까지 한다면 너무 심하게 몰아가는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다만 모화란의 집착으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