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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명품 아역들이 활약이 한창이던 드라마 초반, 문근(이민호)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찌질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계백(이현우)과 의자왕자(노영학)가 저마다의 색다른 매력을 뽐내며 영웅의 어린 시절을 폼나게 연기하고 있을 때, 문근은 그저 못난 술집 종업원으로서 걸핏하면 술이나 약을 바꿔치기하며 손님들에게 어설픈 사기를 치다가 발각되어 경을 치기 일쑤였고, 동네 불량배들이라도 나타나면 대적 한 번 하지 못하고 엎드려 벌벌 떠는 겁쟁이였습니다. 독개(윤다훈) 일당이 외팔이 무진(차인표)을 찾는다는 소리를 듣고 대뜸 그들에게 다가가 "우리 아버지를 왜 찾는데요?" 라고 물었던 녀석도 바로 문근이었습니다. 그에게도 뇌가 있다면, 저 험악하게 생긴 놈들이 자기 아버지를 왜 찾는 걸까 잠시라도 고민해 보아야 마땅하련만..
무진(차인표)이 자기 목숨을 바쳐 의자왕자(노영학)을 살리려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도 의자가 스스로 몸을 날려 무진의 몸에 칼을 찔러넣는 순간, 의자왕의 캐릭터는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졌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주군과 신하의 관계이지만 자신의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둘도 없는 충신을 제 손으로 죽이는 임금이라니, 너무나 배은망덕하고 비겁해 보였거든요. 아역들이 퇴장하고 성인 연기자들이 등장하면서, 너무 급격히 늙어버린 계백과 의자의 모습은 역시 제가 보기에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의자(조재현)와 은고(송지효)가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영락없는 아버지와 딸의 분위기가 흘렀고, 한껏 시커멓게 생구(전쟁포로) 분장을 하고 있는 계백(이서진)의 모습에서는 뭐랄까 쿤타킨테의 향기가 났습니다. 하지만 ..
부모 세대의 피맺힌 비하인드 스토리가 일단락되고, 드디어 주인공들의 아역들이 등장했습니다. 사실 아역을 맡기에는 이제 꽤 나이가 많은 친구들이죠. 계백 역할의 이현우와 의자왕 역할의 노영학은 1993년생으로 올해 19세이니 몇 개월만 지나면 스무살의 성인이고, 특히 여주인공 은고의 어린 시절을 맡은 박은빈은 그들보다 한 살 많은 1992년생으로 현재 대학생입니다. 은고 역할의 성인 연기자 송지효와 박은빈의 나이차는 겨우 11세에 불과한 데다가, 설상가상 스무살에 접어든 박은빈의 외모가 급격히 성숙해짐으로써 송지효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일 지경이니 아역이라고 하기는 좀 민망하더군요. 그래도 계백 역할의 이서진과 의자왕 역할의 조재현은 40대의 장년이라서 아역들과 뚜렷한 차별화가 이루어지니 훨씬 자연스럽게 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