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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 '여왕의 교실'에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감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배우들 각각의 연기도 물론 훌륭하지만, 수많은 아역 캐릭터를 이토록 개성적이며 섬세하게 그려놓은 드라마는 이제껏 본 적이 없었어요. 언제나 1등을 놓치지 않는 수재로서 어려움에 처한 친구를 보면 용감히 나서서 편을 들어 줄 줄도 아는 완벽한 김서현(김새론), 비록 공부는 꼴찌이지만 할아버지와 단 둘이 살면서도 항상 밝고 의리있는 오동구(천보근), 소심한 성격으로 학창시절 내내 은따(은근한 따돌림)를 당하며 존재감 없이 살아가는 은보미(서신애), 부잣집 외동딸의 화려함으로 주변을 사로잡는 고나리(이영유), 그리고 왕따를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력과 긍정적 마인드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는 심하나(김향기)까지, 주요 인물들의 캐릭터는 눈을 ..
어춘심(김해숙) 아줌마가 죽는다는 건 상상만으로도 너무 끔찍하고 억울하고 슬픈 일이라, 저는 설마 아닐거야, 아닐거야... 계속 되뇌이고 있었지요. 아무리 드라마 속의 일이라지만 그래도 정말 믿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민준국(정웅인), 이 나쁜 놈, 천벌을 받을 놈은 스패너로 춘심 아줌마의 머리를 때리고 손발을 테이프로 묶은 뒤 가게에 불을 질러 처참히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선량하고 따뜻하고 용감하고 정의롭던 우리의 국민엄마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혹시 딸이 복수심에 사로잡혀 불행해질까봐 "사람 미워하느라 네 인생 낭비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그렇게 떠났습니다. 자기에게 그토록 잘해주던 아줌마의 머리를 사정없이 내리칠 때, 그 놈의 머릿속에는 무슨 생각이 들어차 있었을까요? 이제 민준국의 과거에 그..
무려 6회가 지나도록 초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흥미진진한 스토리와 스릴 넘치는 전개를 이어가고 있으니,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 (이하 '너목들')는 점점 더 명작의 향기가 짙어지는 듯합니다. 무거운 주제를 표현함에 가벼운 코믹과 멜로를 섞어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기법이 과하지 않고 적정선을 지켰기에 매우 훌륭하다 생각되고요. 매력적인 인물들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서로 어울림마저 좋다 보니 그 달달함에 빠져들기 십상인데, 그러다가 느슨해질만하면 예상치 못한 반전을 선보임으로써 정신을 바짝 차리게 합니다. 그러니 한시도 쫄깃한 긴장감을 늦출 수 없고 지루해질 틈이 없군요. 흐름의 강약을 조절하는 작가의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요. 저는 이 작품을 계기로 지금껏 주목하지 않았던 박혜련 작가의 이름을..
드라마 '너목들'의 여주인공 장혜성(이보영)은 사실 직업이 변호사라는 것 외에는 매우 평범한 인물로서 특별한 장점을 찾기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오히려 평범 이하의 부족한 인물이라고 해야겠군요. 워낙 까칠한 성격으로 마음을 닫고 살기 때문에 친구도 거의 없죠. 때로는 괜한 심통을 부리다가 겪지 않아도 좋을 험한 꼴을 당하기도 합니다. 이를테면 공을 좀 던져 달라는데 일부러 다른 쪽으로 걷어차서 혈기방장한 남학생들의 화를 돋구었던 것도 아무 이유 없이 심통을 부린 거였으니까요. 어두운 밤길에서 세 명의 남학생에게 둘러싸였을 때, 박수하(이종석)가 나타나서 구해주지 않았다면 그 괜한 심통 때문에 신세 망칠 뻔하지 않았습니까? 국선변호사 면접시험장에서 차관우(윤상현)와 처음 만났을 때도 장..
사실 이것은 가난한 고아소녀가 우연히 재벌2세를 만나 사랑받고 결혼하게 되는 신데렐라 이야기보다도 훨씬 허황되고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입니다. 눈빛만 보면 타인의 생각을 듣게 되는 초능력이라니,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세상엔 아이큐가 200인 사람도 있고 100미터를 9초대에 뛰는 사람도 있어.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괴물은 아니잖아!" 소년 박수하(이종석)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래, 물론 괴물은 아니지만) 그가 지닌 초능력은 결코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기에, 이것은 극명한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흔히 말하는 독심술(讀心術)은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얼굴 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 따위로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을 의미하는 사전적 용어일 뿐, 박수하가 지닌 선천적 초능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