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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평판이 워낙 좋길래 뒤늦게나마 발품을 팔아 상영관까지 보러 갔습니다. 그러나 역시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대원칙을 깨뜨릴만한 명작은 아니더군요. 물론 나름대로의 장점을 가진 영화이긴 했지만, 제게는 장점보다 단점이 훨씬 많고 크게 느껴졌습니다. 혹자는 이처럼 동화같은 환타지를 표방하는 영화에서 리얼리티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태도라고도 하더군요. 하지만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기엔 지나치게 유치하고, 아이들을 위한 동화라기엔 걸맞지 않는 성인물의 분위기가 풍겼습니다. 일단 교도소를 배경으로 한다는 것부터가 어린이 대상의 영화로는 적합치 않거니와, 지적장애인 이용구(류승룡)를 향한 경찰청장(조덕현)의 무차별적 폭력 장면이라든가, 심지어 "당신이 죽어야 딸이 산다"고 회유하는 변호사의 모습이라..
'신기생뎐'과 '내게 거짓말을 해봐' 라는 두 개의 드라마는 별로 제 마음에 드는 작품들은 아닙니다. '내 마음이 들리니'와 '동안미녀'에 턱없이 밀려서 둘 다 본방사수는 절대 안 하고, 가끔씩 재방송을 힐끗거리는 수준이지요. 하지만 그저그런 드라마라 해도 볼 때마다 제 마음을 흐뭇하게 해 주는 청년들이 있으니 '신기생뎐'의 남주인공 아다모(성훈)와 '내거해'의 비중있는 조연 현상희(성준)입니다. 저는 이 두 사람이 형제일 것 같다는 생각에, 열심히 검색을 해서 증거자료를 찾아 보았지만 결국 찾지 못했고, 성준의 가족사항이 1남1녀 중 둘째라고 나와 있으니 친형은 없음이 확인된 셈이지만, 그렇다면 아마도 사촌형제가 아닐까 생각중입니다. '신기생뎐'의 성훈은 1983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극 중 아다모와 같..
봉영규(정보석)는 지적 장애인입니다. 남들이 바보라고 놀리면, 그는 바보가 아주 좋은 것이라면서 싱글벙글 웃습니다. 그의 나이는 어느 새 50을 훌쩍 넘겼으니 지천명(知天命)이라 할 것인데, 따지고 보면 하늘의 뜻을 그만큼 잘 아는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그는 세상 모든 것을 사랑하며, 누구에게도 앙심을 먹지 않습니다. 햇님은 환하게 세상을 비추어 주니 고맙고, 새싹은 물만 먹고도 무럭무럭 자라서 예쁜 꽃을 피워 주니 고맙습니다. 온통 눈 마주치는 것마다 예쁜 것, 고마운 것 투성이입니다. 그는 어머니(윤여정)를 좋아하고 딸 봉우리(황정음)를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같이 살 수 있어서 봉영규는 행복합니다. 참, 깜박 잊을 뻔했는데 좋은 사람들이 또 있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바보라..
"안개 속을 혼자 거닐면 정말 이상하다. 덩쿨과 돌은 모두 외롭고, 나무들도 서로를 보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다. 내 삶에 밝은 빛이 비추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그 누구 한 사람도 보이지 않는다. ... 살아있다는 것은 고독하다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혼자다." - 헤르만 헤세 헤세는 안개 속에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을 노래했다. 하지만 나는 들리지 않는 세상으로 바꾸어 노래한다. 내 삶에 온갖 소리들이 존재할 때엔, 세상은 사랑할 사람들로 가득차 있었다. 하지만 이제 조용한 안개가 내려와 두 귀를 막으니 소리와 함께 모든 것이 사라져 갔다. 아빠는 내 친아빠가 아니었지만 그런 것쯤은 별 상관이 없었다, 내 나이 13살, 운명의 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