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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가 좋아하고 신뢰하는 소현경 작가의 신작이지만 '투윅스'는 방송 전부터 몇 가지의 의문점을 품게 했습니다. 우선 내용과 인물 설정을 보면 진지하고 묵직한 드라마인데, 제목이 하필 '투윅스'라서 초콜릿 바를 연상케 한다는 점이 황당하게 느껴졌지요. 물론 의미를 따지면 운명의 2주일(週日), 살인 누명을 쓰게 된 아버지가 백혈병에 걸린 딸을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14일간의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지만요. 다른 좋은 제목을 찾을 수는 없었을까, 반드시 '투윅스' 라야만 했을까, 그보다는 차라리 '2주일'이 낫지 않았을까 등 여러가지 아쉬운 생각이 들더군요. 전작인 '내 딸 서영이'도 내용상의 퀄리티와 시청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나 제목은 꽝이더니 (먼저 방영된 드라마 '내 딸 꽃님이'를 따라한 것처..
우리의 못난이 공준수(임주환)가 또 한 번 사고를 쳤습니다. 14살 어린 나이부터 6년이나 동생들을 부양하기 위해 갖은 노동과 희생을 한 것도 모자라, 남동생 공현석(최태준)이 저지른 살인사건을 기꺼이 덮어쓰고 감옥에서 10년이나 살더니, 이제 간신히 햇빛 보며 산지가 몇 개월이나 되었다고 또 다시 여동생 공진주(강별)가 혼전임신한 아이의 양육을 책임지겠다며 외항선이라도 탈 기세군요. 공진주가 과연 예비 시어머니 방정자(송옥숙)의 거센 반대를 이겨내고 아기 아빠인 강철수(현우)와 결혼할 수 있을지는 아직 모르지만, 일단 낙태를 결심했던 진주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는 성공했으니 준수는 명백히 한 생명을 살려낸 셈입니다. 방정자가 얼마나 속물적 인간인지를 잘 알고 있던 공진주는 그런 시어머니를 감당할 자신이 ..
'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과 '내 딸 서영이'가 연이어 5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대박을 기록한 후, 그 축복의 시간대에 '최고다 이순신'이라는 제목의 새 드라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그 시간대에는 달리 볼만한 공중파 드라마가 없을 뿐 아니라, KBS 주말드라마는 원래 주 시청층의 연령과 충성도가 높은지라 이번에도 별 무리없이 중박은 장담해도 되지 않을까 싶군요. 하지만 전작들이 워낙 대박을 쳤던지라, 그 바통을 이어받고도 중박에 그치면 찬사는 커녕 비웃음만 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최고다 이순신'에 임하는 배우들과 제작진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첫 방송을 시청한 소감을 말하자면, 일단 남주인공이 여러모로 아주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신준호라는 캐릭터 자체도 신선하고 매력적이지만..
중반부터 후반에 이르기까지의 스토리가 굉장히 독특하게 진행되길래, 엽기적일 만큼은 아니어도 약간은 특이한 엔딩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내심 있었더랬습니다. 그토록 엷은 기대감마저 민망해질 만큼 식상한 엔딩... 어찌 보면 동화에 가깝다 싶을 만큼 작위적인 해피엔딩에 조금은 어처구니가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모든 등장인물이 약속이나 한 듯 너그러운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중년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저마다의 꿈을 이루고, 외로움에 시달리던 청춘들은 또 저마다의 짝을 찾고... 저는 다만 이삼재(천호진)가 죽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주인공 서영이(이보영)가 너무 불쌍해지지 않기만을 바랐을 뿐인데, 이건 행복해도 너무 행복해져 버렸으니 염려했던 마음조차 뻘쭘해지네요. 현실 속에서라면 어느 한쪽에서는..
모든 일이 기적처럼 잘 풀려가던 참이었습니다. 끝내 꺾이지 않을 것 같던 이서영(이보영)의 자존심도 끝내 아버지 이삼재(천호진)의 사랑 앞에서는 허물어지고 말았네요. 최근 아버지의 변화된 모습을 보면서,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위해 얼마나 많은 배려를 하고 있었는지 깨닫게 되면서, 이서영의 차가운 마음은 조금씩 녹아들고 있었죠. 그러다가 3년 전 자기의 결혼식에 아버지가 하객 대행 아르바이트를 하러 왔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되면서 이서영은 결국 무너져 내립니다. 아버지에게 해도 너무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죄책감, 그런데도 내색하지 않고 참고 견디며 묵묵히 행복을 빌어주었던 아버지의 사랑, 그리고 예전 아버지의 잘못된 행동들도 사실은 자식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무리한 것이었다는 깨달음 등, 이서영은 뒤..
이서영(이보영)은 참 복이 많은 아이입니다. 모나고 못나고 비뚤어졌지만, 그녀를 위해 기꺼이 고통을 감내하고 자기 삶의 방향도 변화시킬 수 있을 만큼,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참 행복한 서영입니다. 아니, 그보다 더 행복한 이유는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이해받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죠. 누구나 가족을 사랑하지만, 사랑하면서도 타인을 이해하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그런데 참 운 좋게도, 이서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나고 못나고 비뚤어진 그녀를 마음 깊이 이해해 주고 있습니다. 지금 이서영의 주변 인물들은 모두 그녀를 진심으로 염려하며 그녀가 행복하기만 바라고 있는데, 여전히 독불장군처럼 '나 혼자'를 외치는 이서영의 모습은 참 못나고 이기적입니다. 하지만 그녀 스스로는 잘못되었다는 ..
제가 첫 방송을 20분 가량 보다가 관심을 딱 끊어버렸던 프로그램이 '달빛 프린스' 였습니다. '토크클럽 배우들'도 비슷한 케이스지만 그래도 간신히 첫 방송은 끝까지 보았던 것에 비해, '달빛 프린스'는 끝까지 보고 싶은 마음조차 들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도 굳이 '강심장'을 외면하고 '달프' 쪽으로 채널을 고정한 것은 요즘 '내 딸 서영이'를 통해 주목하고 있던 여배우 이보영이 게스트로 출연한다고 해서였습니다. 참으로 다작을 하는 배우인데도 이전까지는 별다른 관심이 끌리지 않았었는데, '내 딸 서영이'에서 물 만난 고기처럼 활약하는 모습을 보며 날마다 새롭게 느껴지는 그녀의 매력에 감탄을 거듭하는 중이거든요. 게다가 그녀가 소개할 책에도 관심이 끌렸습니다. 지금은 생애 최고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
엔딩은 점점 다가오는데,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되어가는 스토리를 보고 있자니 당혹스러웠습니다. 자존심이 아무리 소중해도 사랑보다 앞선 가치는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저는 이서영(이보영)이 한 번쯤은 자존심을 꺾어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너무 자기 방식대로 강압적이었던 강우재(이상윤)의 사랑 방식도 올바른 건 아니었지만, 어쨌든 속임수 없고 진실했던 강우재에 비한다면 시종일관 엄청난 비밀을 숨긴 채 그를 기만하며 살아왔던 이서영이 훨씬 더 잘못한 거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게다가 이서영은 남편과의 상의도 없이 3년 동안이나 몰래 피임약을 먹으며 임신을 거부해 왔던 잘못까지 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 속이고 또 속인 셈이니 강우재가 어떻게 분노하지 않을 수 있으며, 어떻게 그녀를 이해..
개인적인 추억 때문에 소현경 작가를 특별히 아끼는 저로서는 '내 딸 서영이'라는 제목이 아주 못마땅하고 창피스러웠습니다. 왜냐하면 작년에 방송된 인기 드라마 중 '내 딸 꽃님이'라는 제목이 있었거든요. 아마도 이건 작가의 뜻이 아니라 제작사 또는 방송사 측의 압력에 의한 울며 겨자먹기식의 선택이 아니었을까 생각했지요. 아무리 내용은 전혀 다르다지만 제목이 얼마나 중요한데 이토록 '대놓고 따라하기'의 굴욕이라니, 작가의 입장에서는 절대 그러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어쨌든 드라마를 재미있게 시청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는 제목이 조그만 가시처럼 걸려 있었는데, 37회의 엔딩을 보고는 그 찜찜한 마음을 약간이나마 달랠 수 있었습니다. 비록 구차스런 따라쟁이 형식의 제목이지만, 그안에는 작품의 주제가 온전히 녹아..
드라마 '내 딸 서영이'에는 정말 깜찍하게 주변 사람들을 속여 온 두 명의 여성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하나는 아버지와 남동생이 있는데도 없는 것처럼 고아라고 거짓말한 채 강우재(이상윤)와 결혼해 3년 동안이나 속이며 살아 온 여주인공 이서영(이보영)이고, 또 하나는 상사 강기범(최정우)의 아들 강성재(이정신)를 낳아 업둥이로 위장해 몰래 생부의 집에 들여보낸 후 20여 년 동안이나 자기 정체를 숨긴 채 그 주변을 맴돌며 살아 온 여비서 윤소미(조은숙)입니다. 두 여자 모두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을 저질렀지만, 굳이 비교한다면 윤소미가 이서영보다 훨씬 더 뻔뻔하지요. 진심으로 뉘우치거나 사죄하는 태도는 눈꼽만치도 없이 그저 건성으로 "죄송합니다" 맘에도 없는 사과의 말 한마디만 던진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