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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눈이 부시게'의 여주인공 이름은 '김혜자'다. 2인 1역이라 두 명의 여배우가 하나의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데, 분량이 더 많은 쪽은 젊고 싱그러운 한지민이지만 배우의 이름과 캐릭터의 이름이 겹쳐지는 상황을 보면 왠지 진짜 주인공은 원로배우 김혜자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25세의 꽃다운 나이에, 타인을 배려하다가 몸만 폭삭 늙어버린 비운의 여주인공이라니 정말 슬프고도 특별하고 신비롭지 아니한가! 어린 시절, 우연히 '시간을 되돌리는 시계'를 얻게 된 김혜자는 사소한 일에도 종종 그 시계의 능력을 이용하지만, 곧 시간을 되돌린 만큼 본인의 시간이 빨라져서 급격히 나이들어 간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사용을 자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25세가 되던 어느 날 자꾸만 신경이 쓰이는 한 남자를 만나게 되고, 도저히..
노희경 작가의 새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첫 방송을 앞두고 기대가 몹시 크다. 마음 끌리는 드라마가 거의 없는 요즘, '디마프'는 메마른 가슴에 촉촉한 비를 내려주리라는 믿음이 생긴다.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윤여정, 고두심, 박원숙, 신구, 주현... 그들의 이름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벅차온다. 평균 연령 70여세, 평균 연기 경력 50여년... 젊은 주인공들의 뒷배경으로 물러선지도 어언 수십년인 그들이 이번에는 당당히 주인공으로 앞에 나섰다. "받아주지 않으니까, 이들은 돈이 되지 않으니까, 이들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으니까... 실제 캐스팅을 하면서도 어른들 이야기를 보겠어? 했지만... 그런데 이제 문득, 진짜 그런가? 진짜 안 보나? 한 번 해보자, 저질러 보자 하는 생각이 첫번째였고,..
'백년의 유산' 후속으로 방송되는 드라마의 제목이 특이하더군요. '스캔들'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앞세워 제목이 아예 '매우 충격적이고 부도덕한 사건' 이랍니다. 제목에서 언뜻 떠오르는 소재는 막장과 불륜과 치정 따위의 그런 것들이죠. 사실 제목만 보고는 구미가 당기지 않았어요. 그런데 무심히 포스터를 보고는 의외로 호기심이 동하더라 이겁니다. "나의 아버지는 나를 유괴한 유괴범이었다!" 이거 궁금증을 확 자극하지 않습니까? 엄마도 아니고 아버지가... 이런 설정은 이제껏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이었죠. 어머니의 경우라면 그와 비슷한 이야기는 수차례나 드라마로 만들어진 전례가 있습니다. 자식을 잃은 슬픔 때문에, 또는 아이를 가질 수 없는 절망 때문에 순간적으로 약간 제정신을 잃었던 어머니는 남의 아이를..
서울 한복판, 그 중에도 가장 고급스런 부자 마을 청담동, 그 휘황찬란한 높은 건물들 사이에 유일하게 작고 초라한 건물 '청담 만화방' 그 곳에는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아차, 정체를 숨기고 있는 미스테리한 청년 현우 한 사람은 빼야겠군요. 모든 등장인물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다고 가정했을 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최하위인 14등급을 받더라도 현우만은 1~2등급에 해당될 테니까요. 그리고 스펙은 보잘것없지만 젊고 예쁘장한 여주인공 오지은도 대충 10등급 안에는 들 수 있을 것 같군요. '청담동 살아요' 74회에서는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어 관리하는 결혼정보회사의 비인간적 시스템에 빗대어, 이 각박한 세상을 풍자하는 내용이 방송되었습니다. '청담 만화방' 식구들은 모두 자기 인생에 불만이 가득..
저는 시트콤을 아주 좋아합니다. 저에게 세상은 언제나 심각하고 무겁게만 느껴지는데, 시트콤을 볼 때면 마음이 가볍고 즐거워지거든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좋아하는 김병욱의 시트콤에서는 이제 가벼운 즐거움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되었습니다. 물론 사람을 중독시키는 스텐레스김 특유의 재미는 여전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 때부터는 분위기가 필요 이상으로 심각해져 버린 거죠. 그런데 심각한 것은 원래 저의 취향과 잘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몰입도는 점점 더 높아지더군요. 그러다 보니 이상하게 예민해져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시트콤을 보는 원래의 목적과는 좀 멀어져 버렸습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는 '하이킥3'가 끝나면 곧바로 채널을 돌려 '청담동 살아요'를 시청하며 무거워진 마음을 달래곤 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