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이영 (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초반의 기대는 제법 컸으나 갈수록 흥미를 잃어가고 있는 드라마입니다. 혹자는 '마의'의 시청률이 대박을 치지 못하고 어정쩡한 20% 언저리에서 머뭇거리는 이유가 이병훈 감독 특유의 클리세[사전적 의미는 Cliché(불) : 판에 박힌 듯한 문구, 진부한 표현(생각, 행동)이다. 클리세라는 단어는 드라마에서 늘 같은 이야기 또는 같은 대사 등이 반복될 때 사용된다.]에 시청자들도 이제는 지쳤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주인공('이산'의 정조는 예외)이 스스로의 놀라운 능력과 용기와 성실성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그 입지전적인 일대기를 그렸다는 점에서 '마의'는 벌써 수많은 전작들의 발자취를 따르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제가 개인적으로 이 드라마에 끌리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감독의 역할이 절대적이지만,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서는 작가의 역할이 매우 큽니다. 영화 시나리오는 연출자인 감독이 직접 쓰는 경우도 많지만, 드라마 대본은 전문 드라마 작가가 아닌 이상 쓰기 어렵죠. 영화에서의 '스토리'가 영상미나 배경음악 등과 마찬가지로 작품의 여러 가지 구성 요소 중 하나에 불과하다면, 드라마에서는 '스토리'가 작품 전체의 80% 이상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스토리의 비중이 높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것이 절대적인 원칙은 아니며 예외의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장르의 특성이 그러한지라 저는 드라마를 선택할 때 연출자보다는 작가의 이름에 더 주의를 기울이는 편입니다. '허준'과 '대장금'의 눈부신 대성공에 힘입어, 1944년생의 노익장 이병훈 감독은 이 ..
아무래도 1~2회에서 너무 힘을 뺀 것 같습니다. 초반에 시선을 끌기 위해 너무 많은 이야기들을, 너무 빠른 전개로 풀어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3회에서는 현저히 주춤하는 기세가 느껴졌습니다. 벌여놓은 수많은 일들을 얼른 수습하고, 주인공의 아역시절을 지나 성인 연기자를 등장시켜야 한다는 조급함 때문일까요? 벌써부터 캐릭터는 널을 뛰기 시작하고, 구성의 허술함이 적잖이 엿보입니다. 헌데 그러면서도 전개가 살짝 지루할 만큼 늘어지는 것은 어찌된 셈인지 모르겠네요. 1. 이해하기 어려운 최효원의 침묵 지난 번 포스팅에서도 언급했었지만, 서용기(정진영)의 오해는 쉽사리 풀릴 것 같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서용기는 최효원(천호진)과 단둘이 만나서 대화할 수 있는 자리를 아주 어렵게 마련했습니다. 몇 ..
"세상 어디에도 도망친 노비가 갈 곳은 없다!" 이것은 '추노'의 대사일까요? 아닙니다. MBC에서 새로 시작된 월화드라마, 이병훈PD의 사극 '동이'의 첫방송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요즘 '추노'라는 드라마에 한동안 빠져서 지내고 있던 터라, '도망친 노비'라는 익숙한 표현을 들으니 왠지 반가웠더랍니다..^^ 사실 '동이'에서 도망친 노비나 추노꾼들은 중요한 역할이 아닙니다. 그들이 잠시 등장한 이유는 이 드라마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검계(劍契)를 인상적으로 등장시키기 위함이었지요. 검계는 조선후기에 실존했던 조직으로, 학자에 따라서는 민중 저항운동 세력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대개는 단순한 반양반 세력으로 본다고 합니다. 폭력을 행동강령으로 삼으며 약탈, 살인 등을 일삼고, 스스로 자기 몸에 상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