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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드라마 '군주-가면의 주인'을 보면 자연스레 떠오르는 한 편의 유명한 문학 작품이 있다. 미국 소설가 마크 트웨인의 '왕자와 거지'다. 얼굴이 무척 닮은 에드워드 왕자와 거지 소년 톰의 운명이 필연처럼 뒤바뀌면서, 생생한 체험을 통해 밑바닥 서민들의 삶과 애환을 누구보다 잘 알게 된 왕자는 훗날 폭군이었던 아버지와 달리 진정한 성군이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몇 가지 설정과 상황은 다르지만 '군주'의 주인공인 세자 이선(유승호)도 서민들의 삶을 직접 체험한 후 결국은 에드워드처럼 위대한 성군이 될 것이다. 세자 이선 역의 유승호와 한가은 역의 김소현은 아역 시절부터 수많은 작품을 통해 연기 내공을 다져 왔으며, 더욱이 사극 경험이 많은 터라 현재 8회까지 방송된 '군주'에서도 전혀 어색함 없이 탄탄한 연기..
2주에 걸쳐 방송된 '불후의 명곡2' 전설 조영남 편의 최종 우승은 '내 생애 단 한 번만'을 열창한 알리에게 돌아갔다. '내 생애 단 한 번만'은 칸소네 가수 마시오 라니에리의 'Magia'를 번안한 곡이다. 조영남은 '딜라일라'등의 번안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 노래 역시 발표되자 마자 큰 인기를 끌어 같은 제목의 영화로까지 만들어졌고, 조영남은 인기 여배우 남정임과 더불어 일약 남주인공으로 열연(?)했다고 한다. 알리의 무대가 끝나자 조영남은 "이렇게 좋은 노래를 내가 만들었단 말인가!" 하면서 알리를 칭찬하기보다 자기 자랑을 먼저 했는데, 번안곡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으스대면서 민망한 기색조차 없으니 오히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이어서 조영남은 "내가 알리와 연애를 한다면..." 하..
사실 이것은 가난한 고아소녀가 우연히 재벌2세를 만나 사랑받고 결혼하게 되는 신데렐라 이야기보다도 훨씬 허황되고 실현 가능성 없는 이야기입니다. 눈빛만 보면 타인의 생각을 듣게 되는 초능력이라니, 그런 것이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요? "세상엔 아이큐가 200인 사람도 있고 100미터를 9초대에 뛰는 사람도 있어. 남들보다 특별하다고 괴물은 아니잖아!" 소년 박수하(이종석)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래, 물론 괴물은 아니지만) 그가 지닌 초능력은 결코 현실 속에 존재할 수 없기에, 이것은 극명한 판타지 드라마입니다. 흔히 말하는 독심술(讀心術)은 "상대편의 몸가짐이나 얼굴 표정, 얼굴 근육의 움직임 따위로 속마음을 알아내는 기술"을 의미하는 사전적 용어일 뿐, 박수하가 지닌 선천적 초능력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
아무리 생각해도 '위대한 탄생3' 제작진이 선택한 서바이벌 방식은 최악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오디션 참가자들을 아무 의미도 없는 '나이'와 '성별'에 따라 4개의 그룹으로 구별해 놓은 걸까요? 이 방식에는 '위대한 캠프'를 구성할 때부터 치명적인 오류가 있음이 벌써 입증되었건만, (관련글 : 위대한 탄생 시즌3의 세 가지 무리수) 제작진은 수많은 성토의 소리에 전혀 귀 기울일 생각이 없나봅니다. 그 어처구니 없는 서바이벌 방식을 생방송에 들어와서까지 꿋꿋이 적용하고 있네요. 공중파 방송의 대국민 오디션에서 도대체 '나이'와 '성별'이 왜 탈락의 이유가 된단 말입니까? 일개 기획사의 오디션이라면 각 회사의 방침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문..
이제 어느 덧 오디션 예능은 '지겹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식상한 아이템이 되어버린 지 오래입니다. '슈퍼스타K', '위대한 탄생', 'K팝스타', '내 생애 마지막 오디션', 'TOP밴드' 등은 물론이고, 약간 범위를 넓혀 본다면 '나는 가수다'와 '불후의 명곡2'까지... 이거야 원 예능 프로그램을 좀 보려는데 줄창 노래만 듣고 있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오디션 예능이 넘쳐나는 현실이죠. 하지만 아무리 식상해졌어도 오디션 예능은 사라지지 않고 그 명맥이 꾸준히 이어질 거라고 생각됩니다. 왜냐하면 신선하고도 충격적인 실력을 갖춘 참가자들이 언제 어디서 갑자기 툭 튀어나올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입니다. 각종 오디션 예능 덕분에 듣는 귀만 한없이 높아져 버려서 웬만한 실력에는 감흥조차 못 느끼는 저 같은 ..
허연우(김유정)가 그토록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후, 열정적이던 세자 이훤(여진구)은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체감했기에, 깊은 슬픔을 차가운 웃음으로 갈무리하며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자가 윤대형의 딸 윤보경(김소현)과 원치 않는 혼례를 치르던 날, 문득 하늘에서는 보슬비가 흩뿌리기 시작하는군요. "연우(煙雨)라는 너의 이름은 보슬비라는 뜻이냐?... 예쁜 이름이구나!" 그녀의 기억이 떠오르자, 눈 앞의 새신부는 아랑곳도 없이, 이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 그 빗방울을 받아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으니, 이훤은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우는 죽어가면서도 그를 ..
세자 이훤(여진구)에게 자칫 염문이 날까 우려한 성조대왕(안내상)은 서둘러 금혼령을 내리고 세자의 혼례를 추진하기 시작합니다. 혼인 적령기에 달한 사대부가의 처녀들에게는 모두 처녀단자를 올릴 의무가 주어졌으나, 사실상 이미 세자빈은 내정되어 있는 상태였습니다. 왕가의 혼례는 내명부에서 주관하는 것이고 내명부의 최고 권위자는 대비 윤씨(김영애)였기에, 허울뿐인 간택의 절차를 거쳐서 결국은 이조판서의 딸 윤보경(김소현)이 뽑힐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홍문관 대제학의 딸 허연우(김유정)를 마음에 품고 있던 세자 이훤은 과감히 기존의 질서에 도전하며 자신의 사랑을 지키려 합니다. 대제학 허영재(선우재덕)의 집안에서도 갈등이 시작됩니다. 세자빈 간택 과정에서 최종 3인의 후보에까지 오른 처녀들은 ..
민화공주(진지희)의 예동으로 발탁된 두 소녀가 입궐하면서 달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들은 두 개의 달(月)로서, 홍문관 대제학의 딸 허연우(김유정)는 왕후의 상을 지녔으나 교태전(경복궁의 내전이며 왕비가 거처하던 침전)의 주인이 될 수 없는 운명이고, 이조판서의 딸 윤보경(김소현)은 왕후의 상이 아니지만 교태전의 주인이 될 운명입니다. 성수청의 국무 장녹영(전미선)은 놀라운 신력으로 그녀들의 운명을 꿰뚫어 보고, 허연우에게 닥쳐올 비극적 일들을 예감합니다. 친구였던 무녀 아리(장영남)가 죽어가면서 지켜달라 당부했던 바로 그 아이가 허연우라는 사실도 곧 알아차립니다. 나례진연(음력 섣달 그믐에 잡귀를 쫓는 예식)이 열리고, 수많은 왕족들과 대신들이 어울려 질펀하게 먹고 마시며, 각종 화려한 탈춤과 불..
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오빠'라는 캐릭터는 아무리 잘났어도 거의 주변인에 그칠 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내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천일의 약속'에서 이상우의 캐릭터에 약간 기대를 걸어 보았지만 역시 무리였더군요. '선덕여왕' 같은 드라마는 주연들만이 아니라 서브와 단역에 해당하는 캐릭터까지 모두 매력적으로 살려 주었지만 그것은 대본, 연출, 배우의 삼박자가 기막히게 맞아 떨어져서 발생된 예외적인 케이스였고, 대부분의 경우 가뜩이나 주인공 살리기에도 바쁜 제작진이 주변인 캐릭터까지 신경써 줄 여력은 없습니다. 그런데 참으로 기이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어떤 드라마든 초반에는 상당 부분을 인물 소개에 할애하는데, 주변인 캐릭터에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경우는 본 적이 없습니다. '해를 품은 달' 2회를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