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성오 (6)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처음부터 대놓고 '치정극'을 표방한 드라마라기에는 사건 사고가 부족한게 아닌가 싶더니, 중반을 넘어 후반으로 접어들면서 '남자가 사랑할 때'는 본격적인 '치정멜로'의 극치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치정'이라는 단어에서 필히 연상되는 것은 비뚤어진 사랑의 무서운 집착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어지러운 (또는 끔찍한) 사건들이 아니겠습니까? 그러므로 무릇 치정을 다룬 드라마에서는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사랑을 빌미삼아 일어나야 하고, 그로 인해 등장인물들이 파멸해 가는 과정 또한 필수 코스라 하겠습니다. 폭력조직의 2인자 한태상(송승헌)이 가난한 소녀 서미도(신세경)를 사랑하기 시작하면서 모든 이야기는 시작되었습니다. 한태상은 조직원들을 이끌고 ..
'마이더스'는 참으로 복잡한 드라마입니다. 처음에는 잘 몰랐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이쪽저쪽에서 새로운 인물들이 나타나고 굵직한 비밀들이 밝혀지며 섬뜩한 반전이 일어납니다. 제발 이 복잡한 내용들이 나중에는 자연스럽게 한 갈래로 합쳐지며 개연성 있는 결말을 이끌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벌여놓은 것이 워낙 많다 보니 수습을 못하고 용두사미가 될까봐 벌써부터 걱정이네요. 현재 겉으로 드러나 있는 중심적 갈등 구조는 김도현(장혁)과 유인혜(김희애)의 팽팽한 줄다리기입니다.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이 둘의 긴장감 넘치는 엎치락 뒤치락만 해도 꽤나 볼만하지요. 그런데 아무래도 중심추는 벌써 김도현 쪽으로 많이 기울어진 것이 우리 시청자의 눈에는 보입니다. 비록 모두가 염려하는 무리수 몇 가지를 던지고 있지만,..
다음 주 종영을 앞둔 드라마 '싸인'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기는 했으나 대체적으로는 좋은 평가를 받은 수작으로 기억될 것 같습니다. 신선한 소재와 잘 짜여진 구성,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가 잘 어우러져서 긴장을 풀거나 지루할 틈 없이 계속 몰입할 수 있는, 흥미로운 작품을 만들어냈습니다. 그러나 연기자 박신양에게는 별로 흡족하지 않은, 아니 어쩌면 오히려 아픈 기억의 출연작으로 남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신양의 에너지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은 '파리의 연인'에서부터 '쩐의 전쟁'까지의 시기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상대역을 맡았던 여배우 김정은과 박진희도 인기를 얻기는 했으나 박신양의 막강한 존재감에 비한다면 미약한 수준이었지요. 한창 물이 올랐던 그 시절에는 "애기야, 가자!"를 비..
'시크릿 가든'의 코믹한 김비서로 인기몰이를 했던 김성오가 새로 시작된 대작 '마이더스'에서 고정 배역을 맡았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은 '싸인'에서 그의 모습이 보이길래 깜짝 놀랐지요. 더욱 놀란 것은 출연 분량이 지극히 짧은 카메오인데도 불구하고 그 존재감이 주연급 이상이었다는 것입니다. 김성오가 '싸인'에서 맡은 배역은 오래 전부터 여성들을 상대로 묻지마살인을 반복해 온 싸이코패스입니다. 알고 보니 고다경(김아중)의 동생 다희도 그의 손에 희생되었군요. 동생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시신을 보고, 다경은 직감적으로 같은 범인의 소행임을 알아차립니다. 최근 사건의 범인으로 검거된 남자(김성오)와 1:1로 마주한 고다경은, 5년 전 같은 방식으로 살해당한 여고생을 아느냐고..
'시크릿가든 스페셜'에서는 시청자들이 주는 특별한 상이 출연진들에게 주어졌습니다. 그 중 '미친 존재감' 김비서 역의 김성오에게 돌아갔군요. 김주원(현빈)의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던 박상무(이병준), 길라임(하지원)의 액션스쿨 선배로서 재벌인 김주원을 "우리 주원이~"라고 부르던 능청꾸러기 황정환(장서원), 짧은 등장에도 성자처럼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길라임의 아버지 길익선(정인기)이 김비서와 더불어 물망에 올랐는데, 그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김비서가 소박한 영예를 차지한 것입니다. 따로 시상식도 없이 그냥 개인 인터뷰 중에 트로피가 전달되었습니다. 그런데 무척이나 인상적인 것은 그 트로피를 받고 너무나 진지하게 기뻐하는 김성오의 모습이었습니다. 자기 앞으로 쑥 내밀어지는 트로피를 보더니 그는 ..
'자이언트' 44회에서 이강모(이범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좋을만큼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온 이강모의 황정연(박진희)을 향한 사랑은 거의 신앙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숭고합니다. 백파의 사후, 유경옥(김서형)은 그의 유언에 따라 사채업자들에게서 원금을 회수하여 사회에 환원하려 하지만, 사채업자들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급기야 차부철(김성오)은 사채업자들과 결탁하여 황정연을 납치했지요. 황정연이 유경옥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목숨을 담보로 유경옥에게서 차용증서들을 빼앗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비상사태를 맞아 황태섭(이덕화)과 유경옥, 이강모는 대책을 강구하지만 황정연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