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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 드라마의 제목이자 배경은 '대한민국 최고 명문인 사립 주남대학교의 초대 이사장이 서울 근교의 숲속에 세운, 대학병원 의사들과 판검사 출신의 로스쿨 교수들이 모여 사는 유럽풍의 4층 석조저택 단지'를 지칭하는 ''SKY 캐슬' 이다. 서울 근교라고 설정되어 있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서울 강남의 신흥 부촌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대대로 부모에게서 큰 재산을 물려받은 사람들보다는, 자신의 특출한 (학업) 능력으로 대한민국 상위 1%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 자녀들에게 꼭 자신의 지위를 물려주고 싶어 몸부림치는 이야기라고 보는 것이 맞을 듯하다. 현재 그들이 누리는 삶의 특권은 1차적으로 최고의 학벌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자녀들의 학벌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
'칸의 여인' 전도연이 오랜만에 브라운관 복귀를 선언하며 화제를 모은 드라마 '굿와이프'의 첫방송이 전파를 탔다. 전도연 뿐만 아니라 유지태, 김태우, 윤계상, 김서형 등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의 묵직한 이름만으로도 '굿와이프'는 관심이 끌리는 작품이었다. 더욱이 최근 인기리에 방송되었던 미드(미국 드라마)의 한국판 리메이크작이라는 점에서도 궁금증이 일었다. '굿와이프'는 15년 동안 남편 이태준(유지태)의 그늘에서 살아왔던 김혜경(전도연)이 갑작스레 남편의 그늘 밖으로 밀려나와 홀로서기를 하게 되는 과정부터 시작되었다. 강직하고 실력있는 검사로서 장래가 촉망되던 이태준은 금품 비리와 성상납 혐의로 구속되었고, 설상가상 매춘부와의 은밀한 관계가 찍힌 동영상까지 외부로 유출되며, 가정주부 김혜경의 평화롭던 ..
조기 종영 결정의 폐해는 14회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법정 드라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재판 과정이 대폭 축소되면서, 시청자들은 주인공과 함께 승리의 기쁨을 맛보거나 패배의 좌절을 느낄 기회마저 박탈당했다. 그러잖아도 너무 어려운 경제 전문 용어들이 난무해서 이해하기 힘든데, 잔뜩 몰입하고 있다 보면 어느 새 재판은 황당할 만큼 짧게 끝나 버렸다. 그냥 주인공 김석주(김명민)가 몇 마디 하고, 증인 몇 마디 하고, 이에 맞서는 전지원(진이한)이 몇 마디 했을 뿐인데, 화면이 바뀌면 사람들은 그냥 법원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다. 판결이 내려지는 장면 따위는 과감히 삭제해 버린 것이다. "뭐지? 김명민이 진 거예요?"... "이번에는 이겼나본데?"... 함께 시청하던 우리 부부는 어안이 벙벙한 채 서로 묻고..
장서희의 처연한 모습으로 흰빛 화면을 가득 채웠던 '뻐꾸기 둥지' 예고편은 많은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인어 아가씨', '아내의 유혹' 이후 복수극의 여신이라 불리는 그녀가 다시 복수극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은 일말의 설렘마저 느끼게 했다. 그런데 이번에 장서희는 복수의 주체가 아니라 그 대상이다. 복수를 하는 쪽이 아니라 당하는 쪽인 것이다. 독한 연기를 할 때조차 여리고 상처받은 이미지로 가슴 저리게 하는 배우인데 설상가상 억울하게 처절한 복수를 당하는 비련의 여인이라니, 이제 '뻐꾸기 둥지'는 안방극장에 넘치는 눈물을 예고한다. 그런데 문제는 복수의 타당성이다. 타당한 복수는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고, 시청자는 복수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통해 쾌감을 얻는다. 장서희를 복수극의 여신으로 만들어 ..
요즈음 나는 공포스럽도록 지독한 '드한기'에 허덕이고 있는 중이다. '드한기'가 무엇의 줄임말인지는 모르겠는데, 그 뜻은 '도통 볼만한 드라마가 없어서 지루한 시기'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평소 드라마 시청을 즐길 뿐 아니라 리뷰를 쓰는 활동을 통해서도 일상의 활력을 충전하는 나로서는 상당히 힘든 시기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각종 드라마는 여러 방송국에서 차고 넘치게 방송되고 있으며 새로운 작품들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어째서 당최 볼만한 것이 이토록 없는 것일까? '너의 목소리가 들려'와 '황금의 제국'이 방송되던 6월부터 9월까지는 정말 행복했었다. 그 두 작품 외에도 썩 괜찮다 싶은 드라마가 초가을 까지는 제법 있었는데, 본격적으로 찬바람이 불기 시작한 후부터는 거의 전멸 수준이..
'미친 존재감 스페셜'이라는 다소 생뚱맞은 주제 아래 특별한 공통점 없이 모인 게스트들이었지만, 어쨌든 이번 주 '강심장'은 거의 최고의 무대였습니다. 각자의 숨겨진 매력을 유감없이 발산하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빠져들었지요. 조필연, 이런 모습 처음이야! 정보석의 소탈한 모습은 예전 '무릎팍 도사'에서도 본 적이 있었지만, 이번에는 더욱 업그레이드 된 버젼을 보여 주시더군요. 미(美)의 기준이 지금과 달랐던 예전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외모였지만, 지금은 "언뜻 봐도 잘나긴 했죠?" 라며 거침없는 '지자랑'을 날려 주시기도 하고, 연애 시절 아내를 절절히 사랑하던 이야기를 하다가 지금은 잠잘 때 옆에서 코를 골면 베개를 휙~ 빼어 버린다는 반전을 선사해 웃음을 주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MC들이 요구하는 대로..
'아내의 유혹'과 '천사의 유혹'을 통해 김순옥 작가의 스타일을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작품성 있는 드라마가 나올 거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그래도 빠른 전개와 자극적인 재미는 보장되겠구나 싶었지요. 그런데 아쉽게도 4회까지 방송된 지금으로서는 유혹시리즈에 맞먹는 재미조차 기대하기 어려울 듯 합니다. 무엇보다 제2의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신달래(강민경)의 어색한 연기 때문에 좀처럼 몰입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유혹시리즈에는 없었던 이 드라마의 커다란 맹점입니다. 몰입을 좀 해볼까 하면 신달래가 등장해서 손발을 오글거리게 하거든요. 말하자면 대본의 재미는 유혹시리즈에 비견할만한데, 전체적으로 캐스팅의 문제가 심각해 보인다는 것입니다. 대본이 막장스러울수록 연기자의 역할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
황태섭(이덕화)의 아내 오남숙(문희경)이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굳이 선인과 악인으로 구분한다면 드라마 속에서는 악녀로 그려졌지만, 인간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녀만큼 불행한 사람도 없었습니다. 중학교 졸업 학력을 지닌 오남숙은 남편 황태섭을 사랑하고 아들 황정식(김정현)을 사랑하는 것만이 삶의 전부였던, 그저 단순한 여자였습니다. 하지만 남편은 그녀를 배신하고 다른 여자에게서 아이를 낳아다가 그녀에게 맡겼습니다. 그녀가 아들을 낳은지 얼마 되지도 않았을 때의 일이었습니다. 오남숙은 명석한 두뇌도, 품위 있는 교양도 갖추지 못했습니다. 돈 잘 버는 남편 덕에 호화롭게 살기는 했지만, 그녀 본인은 아무 능력도 없었습니다. 이런 그녀가 자기 아들 황정식과 더불어 남편의 사생아인 황정연(박진희)을 함께 키..
'자이언트' 44회에서 이강모(이범수)는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라는 제목으로 영화를 만들어도 좋을만큼 감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습니다. 어려서부터 한 번도 변함없이 지속되어 온 이강모의 황정연(박진희)을 향한 사랑은 거의 신앙이라 해도 좋을 만큼 숭고합니다. 백파의 사후, 유경옥(김서형)은 그의 유언에 따라 사채업자들에게서 원금을 회수하여 사회에 환원하려 하지만, 사채업자들의 반발은 예상대로 거칠기 짝이 없습니다. 급기야 차부철(김성오)은 사채업자들과 결탁하여 황정연을 납치했지요. 황정연이 유경옥의 친딸이라는 것을 알기에, 그녀의 목숨을 담보로 유경옥에게서 차용증서들을 빼앗으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비상사태를 맞아 황태섭(이덕화)과 유경옥, 이강모는 대책을 강구하지만 황정연이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
사채업계의 대부 백파(임혁)가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가 살아 온 방식을 옳다고 할 수야 없겠지만, 최소한 드라마 상에서는 절대악 조필연(정보석)과 맞서 싸우는 인물이었기에 우리는 마음 속으로 그를 응원해 왔지요. 백파와 조필연의 싸움은 말 그대로 돈과 권력의 싸움이었습니다. 확신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상대적으로 조필연의 힘이 더 막강해 보였는데, 결과는 백파의 승리였습니다. 그 동안 대부업은 어둠의 시장으로 불렸습니다. 사채업자들은 정당한 세금을 내는 대신 정권의 실세들과 야합하여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댓가로 모든 편익을 제공받으며 사업을 해 왔지요. 악어와 악어새 같은 그들의 관계는 너무 단단하고 역사가 길어서 결코 깨뜨려질 수 없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조필연 뿐만 아니라 다른 누구도 그들의 공생관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