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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저는 임성한 작가의 드라마를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자극적이고 막장스럽다는 것을 부인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재미있고 독특해서 좋더군요. 무언가를 새로이 만들어낼 때 식상하지 않게, 뻔하지 않게 만든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임성한의 드라마는 언제나 소재에서부터 보기 드문 독특함을 자랑합니다. 괴상한 인물들도 참 많이 등장하고,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도 많아서 그때마다 욕을 먹곤 하지만, 어쨌든 덕분에 지루하지는 않습니다. 온갖 볼거리가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그 중에 정말 재미있는 것을 찾기란 백사장에서 금조각 찾기인지라, 맑고 고상하지는 못해도 일단 재미있는 임성한의 드라마를 저는 매번 기다리곤 했습니다. 때로 악역을 맡은 인물이 청산유수로 풀어놓는 대사들은 상당히 억지스럽고 궤변스러워서 기를 막히게 하..
복수극 중에서도 왠지 독특한 복수극이 될 것 같아, 처음 시작할 때부터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가 그야말로 어이없는 종영을 맞았습니다. 하긴 중반쯤부터는 별 재미도 없었고 좋은 작품으로 끝맺게 될 가능성은 더욱 없어 보였지만, 그래도 기왕 보던 김에 본다는 식으로 계속 시청하고 있었지요.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되실 겁니다!" 라는 말이 최근 예능에서 나왔었는데 (제 기억에는 아마도 '남자의 자격'에서 윤형빈이 박칼린을 향해서 했던 말 같습니다. 처음 만나서 멤버들의 노래 실력을 테스트하던 그 때였어요^^) 그 말은 과연 이 드라마 '황금물고기'의 종영에 꼭 어울리는 말이었습니다. 추측컨대 작가는 고민 끝에 처음의 의도대로 엔딩을 끌고 간 것 같습니다. 남녀 주인공 이태영..
초반에는 극 중 설정 때문에 천박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문정호(박상원)와 같은 좋은 남편에 귀여운 자식을 둘이나 낳고 살던 이세린(김보연)은, 외도하던 남자와의 치명적 비밀이 담긴 사진이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유포되면서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시어머니 강여사(정혜선)는 세린을 가차없이 내쫓았고, 이에 충격을 받은 어린 아들 문석진은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이것이 대략 17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알고 보니 이 모든 일은 며느리를 내쫓기 위해 강여사가 꾸민 일이었군요. 딸 문현진(소유진)은 어른이 되면서 자기 어머니를 이해하고, 아버지의 집을 나와 어머니 곁에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마치 어머니와 딸의 역할이 뒤바뀐 것처럼, 성숙한 현진에 비해 이 중년의 어머니는 너무도 철없는..
일일연속극 '황금물고기'가 점점 더 재미있어지고 있습니다. 이태영(이태곤)의 복수극은 이미 정점을 찍었고, 이제 한지민(조윤희)의 재복수극이 급물살을 타고 있군요. 이태영이 모든 사랑과 은혜를 저버리고 냉혹한 복수의 길을 선택한 것은, 그 이후로 이어질 한지민의 재복수에 타당성을 부여하기 위해서였나 봅니다. 시청자들은 한지민의 슬픔과 억울함에 공감하며, 그녀와 더불어 이태영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게 되었습니다. 드라마의 절대 주인공은 1명이어야 한다는 원칙을 떠올려 보면,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한지민이라고 할 수 있겠군요. 원래 주인공인 줄 알았던 이태영은 사실 완전한 악역이었습니다. 한지민을 대하는 이태영의 태도는 비정할 뿐만 아니라 치졸하기까지 합니다. 자기가 무너뜨린 그녀의 집안과 가족을 들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