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김미경 (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괜찮아 사랑이야' 7회가 방송된 후 다수 시청자의 반응을 보면 서로 사랑하면서도 평생 끝없이 상처를 주고받는 이상한 형제, 장재열(조인성)과 장재범(양익준)의 처절한 스토리가 매우 인상적이었던 듯하다. 하지만 나는 그들 형제의 모습에 서늘한 두려움을 느꼈을 뿐, 공감이나 감동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장재범이 주사한 액체는 수액에 불과했기 때문에 장재열은 정신이 멀쩡한 상태였고 육체적으로도 충분히 형을 제압할 힘이 있었지만, 아무런 저항 없이 형의 가혹한 주먹질과 발길질을 고스란히 당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폭행 장면을 실제로 목격할 때보다 영상을 통해 접할 때 더욱 큰 영향을 받는다는데, 가족간의 일방적 폭행과 무력한 피해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매우 끔찍하고 괴로운 일이었다. 난장판이 된 폭행 현장을 목..
나에게 있어 홍자매표 남주인공은 아주 서서히 데워지는 크고 두꺼운 국냄비 같다. 나쁜 남자 스타일을 선호하는 여성들은 홍자매의 남주인공을 보자마자 사랑에 빠져들지만 내 취향은 그 쪽이 아닌지라, 당최 몰입이 안 되면서도 꾹 참고 시청하다 보면 나중에는 좀처럼 끓지 않는 국냄비를 바라보며 짜증내는 심정이 되고 만다. 나도 남들처럼 열광하고 싶은데 안 되니까 답답한 거다. 그러다가 기적처럼 내 마음에도 까칠한 남주인공의 매력이 폭발하면 그 순간의 희열이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하지만 홍자매의 모든 작품에서 그와 같은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실망하지 않도록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해 두어야 한다. 그런데 '주군의 태양'에서는 드디어 그 순간이 왔다. 종영을 불과 4회 앞둔 시점이라 ..
로코믹호러, 올 여름 홍자매는 이제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새로운 장르의 드라마를 선보였다. 로맨틱코미디와 호러가 결합하면 과연 어떤 색채의 드라마가 탄생할까, 짐작조차 하기 힘든 과감한 시도였다. 그렇게 시작된 16부작 드라마 '주군의 태양'은 어느 덧 10회를 넘어섰고, 대중의 반응은 상당히 뜨거운 편이다. 참 많은 사람들이 각각의 캐릭터가 잘 살아있고 스토리도 재미있다면서 이 드라마를 찬양한다. 그런데 나는 도무지 이 작품의 매력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었다. 물론 소지섭은 예전보다 더욱 멋있어졌고, 공블리 공효진의 연기도 언제나처럼 일품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로맨틱코미디와 호러의 분위기가 잘 어우러지지도 않았고, 주인공들의 러브스토리와 귀신들의 에피소드는 생뚱맞게 따로 노는 것만 같았다. ..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극하며 온갖 추측과 스포일러를 난무하게 만들던 '황달중 사건'이 드디어 수면 위로 떠올랐군요. 신상덕(윤주상) 변호사와 더불어 그 사건을 맡게 된 장혜성(이보영)은, 때마침 능력을 되찾은 박수하(이종석) 덕분에 결정적 단서를 잡게 됩니다. 26년 전에 사망 처리된 전영자와 이번 사건의 피해자인 손채옥이 동일 인물임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 딸을 찾아야만 했는데, 박수하의 도움 없이는 절대 찾을 수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시청자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극 중에서는 아무도 상상 못 했던, 어마어마한 출생의 비밀이 숨어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버젓이 살아있는 아내를 죽였다는 누명을 쓰고 26년이나 감옥살이를 해야만 했던 황달중(김병옥)의 인생은 너무나 비극적입니다. 그 유죄 판결이 잘못..
자극적 설정 없이도 조용히 뒷심을 발휘하며 선전해 온 착한 드라마 '동안미녀'가 20회로 종영을 맞이했습니다. '동안미녀'의 주인공들은 너무나 평범하고 현실적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드라마 속에서는 특이한 인물들이었습니다. 특히 남주인공 최진욱(최다니엘)은 그 흔한 재벌도 아니고 요즘 대세라는 까도남도 아니었습니다. 물론 그토록 굳건하게 순수한 사랑을 고집하는 남자는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잘 찾아보면 현실 속에도 충분히 있을 법한, 보통의 착한 청년이었을 뿐입니다. 여주인공 이소영(장나라)의 캐릭터는 그보다 좀 더 평범해 보였습니다. 최진욱은 그래도 체인을 소유한 족발집 사장의 아들로서 풍부한 경제력을 지닌 사람이니까 그런 면에서는 좀 평범하지 않다고도 볼 수 있는데, 실직과 빚에 시달리며 가족..
사실 '동안미녀'의 주인공 이소영(장나라)의 캐릭터는 순수하고 선량하고 배려심이 깊은 아가씨로서 충분히 처음부터 호감형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괜시리 초반에 남주인공들과의 자극적 만남을 위해 무리한 설정을 넣은 것이 비호감으로 작용했었지요. 이소영은 최진욱(최다니엘)과 처음 만났을 때는 나이트클럽에서 온갖 사고를 저지르며 추태를 떨었고, 지승일(류진)과 처음 만났을 때는 한 엘리베이터 안에서 팬티바람으로 있어야 했습니다. 주의산만한 사고뭉치 캐릭터를 싫어하는 제 눈에는 참 한심한 아가씨로 보였더랬습니다. 그러나 34세의 나이에도 어린아이처럼 순수한 이소영의 매력은 조용히 제 안으로 스며들기 시작했습니다. 혹자들은 장나라가 20대 초반의 풋풋함과 귀여움은 잃어버리고 30대의 성숙함은 갖추지 못했기에, 매..
드디어 김주원(현빈)과 길라임(하지원)의 영혼이 뒤바뀌게 된 '시크릿 가든' 5회는 참으로 흥미진진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여성들이 '현빈앓이'에 동참하고 있을 때, 그에 몰입하지 못한 저는 속으로 혼자 외로워하며 오스카(윤상현)의 줄어든 분량만을 안타까워하고 있었는데, 이제 주인공들이 일생일대의 대혼란과 변화의 시기를 겪으면서 스토리가 급물살을 타게 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릅니다. 이제부터는 그야말로 요절복통할 로맨틱 코미디를 시청하며 한 주의 피로를 말끔히 털어버릴 수 있을 듯해요. '시크릿 가든' 5회가 특별히 제 마음에 쏙 들었던 이유는 건조한 현실과 낭만적 동화가 절묘하게 결합된 그 '신비가든'에서의 에피소드 때문이었지만, 그 이야기는 살짝 뒤로 미루고 제가 원래 좋아했던 오스카 이야기를 먼저 ..
탐나는도다 4회 방송 : MBC 8월 16일 (일) 19:55 출연 : 서우, 임주환, 황찬빈, 이선호, 이승민, 김미경, 변우민, 방은희, 정주리 등 '탐나는도다'의 원작 만화를 접한 일이 없는 나로서는 한 회마다 새로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와 양파 껍질 벗겨지듯이 드러나는 인물의 정체들이 그지없이 흥미롭다. 4회에서 나의 관심을 예리하게 자극한 소재는 오래 전 세계사 시간에 배웠던 것으로 기억하는 '동인도 회사'의 존재였다. 얀(이선호)은 윌리엄(황찬빈)의 친구일까? 윌리엄은 얀을 친구라고 생각하지만, 얀에게 윌리엄은 친구라기보다는 오히려 '고객'에 가까워 보인다. 나가사키에 데려다 달라는 윌리엄의 요청을 수락한 것도 적지 않은 수고비 때문이었을 뿐... 그 임무를 완수하고 수고비를 챙기면 미련없이 윌리..
탐나는도다 방송 : MBC 토, 일 17:55 출연 : 서우, 임주환, 황찬빈, 이선호, 김미경, 변우민, 방은희, 정주리 등 드라마에 대한 사전 지식 없이 '탐나는도다' 1회를 시청했던 나는, 귀양 선비 '박규'라는 캐릭터가 상당히 의아스러웠다. 무슨 아녀자를 희롱한 죄로 제주까지 귀양을 왔다는 양반이 오히려 까탈스런 결벽주의자처럼 도통 음식에도 여자에게도 관심이라곤 털끝만치도 없어 보이는 것이다. 매사에 고고한 척 깔끔이나 떨고, 남의 집에 맡겨진 귀양다리 처지에 걸핏하면 당당하게 남에게 심부름을 시키면서, 한편으로는 체신머리 없이 어린 해녀와 투닥거리기나 하는 그 모습이 1회에서는 퍽이나 진상이었다. 그런데 2회에 접어들면서 박규의 새로운 모습이 발견되기 시작했다. 나라에 올릴 진상품을 도둑맞는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