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구르미 그린 달빛 (5)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구르미 그린 달빛' 5회에서 세자 이영(박보검)은 남장여인 내시 홍라온(김유정)에게 끌리는 마음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궁궐 안 연못에서 뱃놀이를 하던 명은공주(정혜성)는 라온을 불러다가 자신에게 연서를 보냈던 정도령(안세하)에 관해 묻는데, 라온의 답변을 통해 정도령이 반했던 여자가 자신이 아니라 시녀였음을 알고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 와중에 흥분한 공주를 만류하려던 라온은 물에 빠지고 마는데, 놀랍게도 그 광경을 목격한 세자가 라온을 구하기 위해 물 속으로 뛰어든 것이다. 맨발로 빗속을 뛰어다닐 만큼 몸을 사리지 않는 세자이긴 하지만, 일개 내관을 구하기 위해 물에 뛰어든다는 설정은 솔직히 좀 당황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라온을 향한 세자의 극진한 보살핌은 그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물에 빠진 라온은 ..
비가 오십니다. 언제나 정겨운 비님이 오십니다. 어머니... 오늘도 이렇게 저를 찾아와 주시는군요. 마지막 인사도 없이 그토록 황망하게 떠나가신 후, 저는 비가 올 때마다 어머니를 뵙는 마음으로 하늘을 우러러 봅니다. 어머니와 더불어 맨발로 젖은 풀잎을 밟으며 쏟아지는 빗줄기 속에 몸을 맡기던 그 날, 저는 딱딱한 체면과 함께 두려움도 훌훌 벗어 던졌습니다. 어머니는 그렇게 저를 가르치셨지요. 허울좋은 말이 아니라 거침없이 몸을 던지는 실천으로, 과감한 용기와 편견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움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어머님과 저는 한 나라의 중전이고 세자인데 나막신도 우산도 없이, 아무런 준비도 없이 어찌 빗속에 뛰어들 수 있느냐고 제가 물었을 때 어머님은 반문하셨습니다. "왜 꼭 그래야만 합니까? 중전은, ..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한없이 나약한 모습만을 보이셨을 때, 그 날부터 저는 마음의 문을 걸어 잠근 채 아버님을 뵈었지요. 아버님도 저와 마찬가지로 태어나 보니 왕의 아들이요 이 삭막한 궁궐이 집이었을 뿐, 스스로 선택한 인생이 아님을 알면서도 아버님을 원망했습니다. 운명일 뿐이라 해도 한 나라의 왕이 되었다면, 그토록 겁쟁이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왕이 무력할 수는 있지만 비겁할 수는 없다고 여겼기에, 아버님은 왕의 자격이 없다고 저는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토록 오만할 수 있었던 것은 아직 어렸기 때문이고, 세상을 잘 몰랐기 때문이었지요. 제법 영리하고 세상 이치를 잘 안다고 스스로 자부해 왔지만 모두 헛된 일이었습니다. 아버님께서는 처음으로 제 앞에서 눈물을 흘..
'응답하라 1988'에서 천재 바둑기사 '최택' 역할을 맡아 연기하는 박보검을 보며 '살아 움직이는 다이아몬드'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관련포스팅 : 응답하라 1988 최택에게 빠지다) 그 때는 단지 '최택'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있어서 그런 줄만 알았는데 '응팔'이 종영한 후 '꽃청춘', '구르미 그린 달빛', '1박2일' 등을 통해서 박보검의 모습을 꾸준히 지켜보니,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느낌은 최택 캐릭터뿐만 아니라 박보검이라는 배우 자체에서 비롯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통 배우들은 한 작품에서 반짝이는 모습을 보이다가도 다른 작품으로 옮겨가면 빛이 바래거나 확 깨는 경우가 많고, 특히 신인들은 경력과 적응력 부족의 문제로 더욱 그런 경우가 많은데 박보검은 예외였다. 첫 사극에 첫 주연을 맡은 ..
효명세자라는 역사 속 인물에 퍽이나 관심과 호감을 품고 있던 중, 그를 주인공 삼은 사극이 방송된다 하여 제법 기대를 품어 왔다. 웹소설 원작이라 하니 실제 역사와는 많이 동떨어진 내용일 터라 너무 큰 기대는 하지 않으려고 애써 왔지만, 하필 효명세자 역을 맡은 배우가 '응답하라 1988' 이후로 역시 큰 관심과 호감을 품게 된 박보검인지라 저절로 샘솟는 기대감을 억누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절반은 효명세자 때문에, 또 절반은 박보검 때문에 설레며 기다려 온 '구르미 그린 달빛'이 드디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구르미 그린 달빛' 1회를 시청한 결과, 스토리는 다소 어설프고 무리수에 오글거리지만 화사한 꿈결처럼 예쁜 화면과 배우들의 상큼한 비주얼이 마음을 사로잡으니 썩 나쁘지는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