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거침없이 하이킥 (29)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현재 TVSTORY 리뷰단으로 활동하며 POOQ(푹)티비를 3개월째 이용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좋은 것은 예전 드라마와 예능들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나는 특히 예전에 보았던 명작 드라마나 예능에 대하여 짙은 그리움을 느끼는 편인데, 이제는 구할 수도 없는 오래된 자료들이라 늘 아쉬운 마음뿐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POOQ(푹)을 이용하여 묵은 아쉬움과 그리움을 속시원히 해결하니 그 즐거움은 실로 일상의 큰 즐거움이 되고 있다. POOQ(푹)에서는 다시 보고 싶은 명작 시리즈를 매우 다양하게 VOD로 서비스하고 있는데 몇 가지만 열거해 보자면 '마지막 승부', '가을동화', '네 멋대로 해라', '야인시대', '다모' 등의 드라마와 '남자 셋 여자 셋', '세 친구', '뉴 논스톱' 등의 시트..
'너의 등짝에 스매싱' 홈페이지에는 "인생의 후반부에서 한 순간에 몰락해 버린 베이비부머 세대 가장의 눈물겨운 사돈살이, 또 애석하리만큼 큰 시련을 맞게 되는 영이 맑은 한 청춘이 꿈과 사랑에 대해 눈뜨는 웃픈 성장기를 담은 시트콤" 이라는 프로그램 소개가 나와 있다. 따라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현재 가장 불쌍한 처지로 사돈살이를 하고 있는 박영규와 박현경(엄현경) 부녀라고 볼 수 있겠다. 물론 모두가 깨알 재미를 주는 소중한 캐릭터들이지만. 그런데 아무리 현재 처지가 난감하다 해도 나는 박영규의 미래를 염려하지 않는다. '거침없이 하이킥' 이후 작품들을 살펴볼 때, 김병욱(스텐레스김)은 중년 이후 캐릭터들에게 아무리 큰 시련을 주었더라도 결국은 극복하고 해피엔딩을 맞이하도록 해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란 법화경의 한 구절로서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지고 떠난 사람은 반드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어느 정도 인생을 알아갈 때쯤이 되면 '회자정리'의 먹먹한 슬픔에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거자필반'에는 공감하기가 쉽지 않다. 떠났다가 돌아오는 것은 떠나기보다 훨씬 어렵고, 헤어졌다가 다시 만나는 것 또한 헤어지기보다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자필반'까지는 도달하지 못하고 '회자정리'에서 끝나는 경우가 많다. 짐작컨대 '거자필반'을 '회자정리' 뒤에 붙여둔 것은 중생의 애달픔을 불쌍히 여긴 성현들의 위로가 아니었을까 싶다. (물론 아주 가끔씩은 '거자필반'의 기적이 이루어지는 경우도 있다..^^) 작년 가을부터 소소한..
기발함과 섬뜩함과 유쾌함이라는 세 가지 상반된 감정을 한꺼번에 쏟아붓는 김병욱의 능력은 역시 탁월하다.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나쁜 짓을 하면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초~ 우리에게 들키지~♬" 추락사고 이후 기억상실증으로 7세 어린이가 되어버린 노민혁(고경표)은 줄곧 1991년 그 당시 한창 유행했던 만화 '날아라 슈퍼보드'를 태블릿 PC로 되풀이해 보면서 그 주제곡을 불러댔다. 나와 함께 '감자별'을 시청하던 신랑이 어느 날 갑자기 물었다. "왜 하필이면 저 노래일까요?" 나는 무심히 대답했다. "그냥 그 때 유행했던 만화라서겠죠.." 하지만 알고 보니 그냥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그 당시 인기를 끌었던 만화가 한 두 편은 아닐진대, 그 중에서 하필 '날아라 슈퍼보드'가 선택된 것은 치밀한 계획..
김병욱 시트콤의 가장 큰 특징이라면 웃음의 미학과 슬픔의 미학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뿜어내는 중독적 카타르시스라 할 것이다. 등장인물 각각의 캐릭터가 아주 극적이면서도 뚜렷하게 표현되어 시청자의 강한 몰입을 이끌어 낸다는 특징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외에 또 한 가지 독특한 점이 있다면 좀처럼 해결되지 않는 미스테리 요소를 집어넣어 추리물 비슷한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것인데, 김병욱의 모든 작품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일단 미스테리가 삽입되면 극의 전개는 훨씬 생동감 있고 흥미로워진다. 대표적으로는 '하이킥' 시리즈의 첫 작품이었던 '거침없이 하이킥'을 들 수 있겠다. 풍파 고등학교의 히로인 강유미(박민영)와 그 가족들의 미스테리한 정체는 무려 167회에 달하는 긴 시트콤을 처음부터 끝까지 관통하며 끝없는 이..
드디어 김병욱 월드가 다시 열렸다. 그 이름도 특별한 '감자별 2013QR3'! ... 요즘 세상에 케이블 TV를 신청하지 않은 특별한 집이라 본방사수를 할 수 없다는 불편함은 감수해야 하지만, '하이킥3' 이후로 2년만에 다시 만나는 김병욱 월드는 어쨌거나 반갑기 그지 없다. 무엇 때문일까?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스텐레스 김의 세상에 이처럼 빠져들게 된 것은, 포복절도할 웃음 속에 스며든 눈물 때문이었을까? 이번에는 최대한 비극적 요소를 억제하고 많은 웃음을 주겠노라 했지만, 나는 그래도 김병욱이 그려내는 진한 눈물을 다시 보고 싶었다. 그리고 1회를 시청한 후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나진아(하연수)와 같은 인물을 여주인공으로 선택한 이상, 결코 눈물을 완전히 버릴 수는 없을 것임을 예감했기 때문이다..
새로 시작된 드라마 '다섯 손가락'에서 저는 유만세(조민기) 회장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비극과 복잡한 이야기는 바로 그의 비뚤어진 사랑에서 비롯되었거든요. 그는 한 여자 채영랑(채시라)을 사랑했지만 그녀의 진실한 사랑을 얻지 못했고, 재벌회장으로서 모든 것을 가진 듯하지만 가장 원하는 것을 갖지 못한 불만은 점차 그의 인생을 파멸로 이끌었습니다. 사랑은 집착으로 변해갔고, 집착은 그 자신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들을 모두 불행하게 만들었죠.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유만세의 아들 유지호(주지훈, 아역 강이석)입니다. 누구를 닮았는지 몰라도 그는 천부적인 음악적 재능을 타고났죠. 교육이라고는 받은 적도 없건만, 그가 타고난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합니다. 아무렇게나 섞어서 눌러대는 피아..
나날이 더해가는 설렘과 불안함에 가슴 졸이며 기다렸던 것에 비해서는 어처구니 없을 만큼 허무하고 김새는 결말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결정된 것 없이 엉거주춤하게 멈춘 상태에서 열린 결말로 처리해 버리다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 없는 엔딩이니까 이것도 나름대로 역습이라 해야 할까요?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안내상의 새로운 사업 '안스월드'는 야심찬 첫발을 내딛었지만 아직 성공 여부는 불투명합니다. 박하선이 미국에서 돌아옴으로써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앞날에는 강력한 청신호가 켜졌지만, "미안해요, 너무 늦어서..." 라는 박하선의 마지막 대사 뒤에 또 어떤 말이 이어졌을지 모르기 때문에 해피엔딩을 확신할 수는 없습니다. 가능성은 아주 희박하지만 어쩌면 이별 통보였을지도 ..
어차피 몇 시간 후면 알게 될 일인데, 굳이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기왕지사 해 오던 일이니 끝까지 굳세게 삽질(or 헛발질)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다는 생각에 또 짧은 글을 끄적대기 시작합니다. '하이킥3' 122회를 본 사람들은 모두가 서지석-박하선 커플의 이별을 믿고 있을까요? 여전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한 사람은 저 혼자뿐이었을까요? 지석-하선이 공항에서 보여준 애끓는 이별은 '거침없이 하이킥'의 최민용-서민정 커플의 이별과 무척이나 닮아 있었습니다. 두 사람의 표정부터 분위기까지 너무 똑같으니, 마치 배우만 바꿔서 재연드라마를 찍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들더군요. 그렇다면 민용-민정이 이별했던 것처럼 지석-하선도 이별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요? 하지만 ..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던 생뚱맞은 스페셜 방송을 거쳐 일주일만에 '하이킥3'가 다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자와 다시 만나는 방송일 뿐만 아니라 100회라는 숫자의 특성도 겸비한 회차였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며 잔뜩 부푼 기대감으로 시청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막상 시청한 후에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내용도, 의미도, 웃음도 없는 듯 했거든요. 모처럼 인생의 진지한 의미를 찾는가 싶었던 윤유선은 생뚱맞게 춤바람이 나 버렸고, '카리스마 블랙하선' 에피소드는 그저 인기 높은 박하선의 팔색조 매력에 의존해서 겨우겨우 한 회를 때우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일주일이나 쉬었으면서... 이쯤 되면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래도 명색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