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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문근영과 장근석의 출연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드라마 '매리는 외박중'이 결국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쓸쓸한 종영을 앞두었습니다. 역시 결정적 원인은 '대본의 부재(不在)'라고 해야겠군요. 중간에 작가를 교체하는 진통까지 겪으면서 어떻게든 살려 보려 했으나, 남이 시작한 작업을 중간에 이어받아서 훌륭한 작품을 뽑아낸다는 것은, 다른 분야에서라면 몰라도 예술 분야에서는 기대하기 힘든 일입니다. 더구나 잘 나가고 있는 와중에 이어받은 것도 아니고 거의 회복 불능의 상태에서 이어받은 거였으니까요. 그러므로 후반에 집필을 맡은 고봉황 작가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될 것 같고, 굳이 탓한다면 초반의 인은아 작가가 비난을 감수해야 할 것입니다. 하지만 드라마의 기본적 방향에 대해 감독과 의견 일치를..
사랑스런 청정소녀 위매리(문근영)와 매력적인 보헤미안 강무결(장근석)이 드디어 진짜 사랑에 빠졌습니다. 일단 두 사람의 모습이 어우러져서 만들어내는 그림은 아주 예쁩니다.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고 할 만큼 최상급의 비주얼이에요. 얼마 전 '도망자 Plan.B'에서 이나영과 다니엘 헤니가 만들어내던 그림도 아름답긴 했는데, 그들과는 또 아주 다른 느낌이지요. 문근영과 장근석은 다 큰 어른들이면서도 어딘가 소년 소녀같은 이미지를 풍기거든요. 특히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느낌이 더 강하게 듭니다. 문근영이 최강 동안인 데다가 세상 물정에 어둡고 지극히 순수하기만 한 위매리와 강무결의 캐릭터 때문이기도 하겠습니다. 그런데 매리는 현재 호적상 유부녀이며, 두 남자 사이에서 본의 아니게 이중결혼까지 한 상태로..
아버지는 나에게 신이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자애롭고도 가혹한 그 신에게 철저히 길들여졌다. 세상 어느 곳으로 달려가도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그보다 키가 커진 지금도 나는 여전히 어린아이에 불과하다. 나의 뜻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이, 거대한 신의 손에 조종당할 뿐이다. 끝없이 지속될 것 같던 반항을 포기하는 순간부터 내 삶은 평온해졌다. 기쁨도 슬픔도 없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내가 결혼을 누구와 하든, 나의 아내라기보다는 아버지의 며느리일테니 그것도 상관없는 일이었다. 아버지의 선택이 좀 뜻밖이긴 했지만, 유리집에 갇혀 인형처럼 살아 온 나 같은 여자보다는 나아 보였다. 주변에서 그렇게 꼭 닮은 커플들을 적잖이 보는데, 인형 두 개가 나란히 부부랍시고 걸어다니는..
싸늘한 겨울을 앞두고 시작된, 순정만화 원작의 '매리는 외박중'... 이 드라마는 현재 초반부터 가슴 시린 슬픔의 정서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차츰 따사로운 멜로의 감성으로 변해갈 것을 기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따뜻함보다 공허감을 더 많이 느끼게 하는군요. 그런데 묘하게도 가슴이 텅 빈 듯한 공허감은 점점 더 우리를 이 사랑이야기의 묘한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만듭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 주인공 장근석의 독특한 캐릭터 '강무결' 때문입니다. 장근석은 이제껏 일정한 틀에 얽매이지 않고 다양한 스펙트럼의 연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해 온, 젊은 배우들 중에서는 보기 드문 경력을 지닌 연기자인데, 자기의 느낌과 꼭 닮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인 듯 합니다. 물론 이것은 저의 주관적 견해이지만, 저..
난 괜찮아, 소영씨... 다 괜찮아. 나는 언제나 여기서 소영씨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울고 싶을 땐 추운 곳에서 혼자 헤매지 말고 나를 찾아 와... 내 어깨에 기대서 울어. 그렇게 속시원히 다 울고 나면 달콤한 아이스크림도 사 줄게. 소영씨는 안심해도 돼. 죽는 날까지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남자, 이 세상에 적어도 한 명은 있으니까 말야. 매일 사랑 때문에 울고 웃는 내 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랑으로 넘치는 소영씨... 그런데 세상 남자들은 너무 의리가 없지? 여태껏 아무도 소영씨의 그 사랑에 보답한 남자가 없었어. 열 일곱 살 소녀였던 엄마의 뱃속에 나를 남겨 둔 채 무정하게 떠나 버린 내 아버지도 그랬고... 그 이후에 사랑한 남자들도 모두 그랬지. 하지만 괜찮아, 나는 끝까지 소영씨한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