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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밤이면 밤마다' 6회에는 미남배우 주상욱과 신성록이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압도적인 예능감을 뽐낸 사람은 생각지도 않은 주상욱이었네요. 저는 그가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을 처음 보았는데,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고 무척 놀랐습니다. 신성록 또한 노래실력을 비롯해서 여러가지의 매력을 지닌 인물이었으나, 최소한 이번 방송에서는 주상욱의 존재감에 확연히 밀린 것으로 보이더군요. 게다가 주상욱의 절친이라는 이종수까지 특별위원으로 초청되어 힘을 실어 주니, '밤밤' 6회는 거의 주상욱을 위한 방송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초반의 토크는 곱상한 외모에 어울리지 않게 '구타당한' 기억에서 출발했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상욱은 7살 되던 해에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홀어머니 ..
드라마 '김수로' 의 첫 느낌은 한 마디로 "정신이 하나도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에 보던 것보다 조금 더 발전한 수준의 만화영화를 보는 듯하던 어설픈 CG의 문제는, 그런 분야에 문외한인 제가 보기에도 좀 심하다 싶긴 했지만 더 이상은 할 말이 없으니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그런데 첫회부터 우르르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을 도대체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역사 속의 인물과 허구의 인물이 뒤섞여 있는데, 아직 가야가 건국되기 전의 태고적 배경인 만큼 역사 속 인물들도 낯설기 이를데 없었습니다. '주몽' 이후로 참 어려운 시도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높이 사겠으나, 고구려의 역사보다도 더욱 생경하게 다가오는 가야의 역사를 다루는 만큼, 첫회에서 산만한 느낌을 주지 않도록 훨씬 더 신경을 써..
'선덕여왕' 55회에서도 김유신은 변함없이 우직한 충성심을 보여주었습니다. 자기 일신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이 오직 신국의 안위만을 염려하는 김유신의 모습은 그야말로 애국선열의 풍모를 보여주었다 하겠습니다. 그런데 도무지 그 충성심에 공감하거나 몰입할 수 없더군요. 엄태웅은 나무랄 데 없이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건만, 예쁜 유모차 안에 귀여운 아기 대신 통조림 깡통이 잔뜩 들어차 있는 것처럼 그 충성심이 생뚱맞아 보이니 참으로 난감했습니다. 무릇 애국심이라 함은 철저한 체험과 교육에 의하여 고취되는 것입니다. 한 번이라도 나라를 잃어 보았던 백성들은, 나라 잃은 핍박과 설움이 어떤 것인지를 알기에 그 설움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애국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런 체험이 없는 어린아이들에게는 꾸준한 교육을 통해..
유신(庾信), 자네를 향한 나의 믿음이 헛된 일이었단 말인가? 나의 판단이 그릇된 것이었단 말인가? 말을 해 보게. 자네의 흉중에 담긴 진정한 포부가 무엇인지를 말일세. 나 월야(月夜)의 두 어깨에는 60만 가야백성의 한과 더불어 내 아버지이신 월광태자(月光太子)의 슬픔이 깃들어 있네. 부친께서는 대가야와 신라의 결혼동맹으로 인해 태어나셨으니 명백한 신라왕실의 외손자이셨으나, 신라는 일방적으로 동맹을 깨뜨리고 장군 이사부의 정예군을 보내어 우리 대가야를 공격해 왔네. 그 당시 선봉에 섰던 인물은 화랑 사다함이었네. 배신당한 우리 대가야의 군사와 백성들은 손 한 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네. 가야산에서 흘러내려 온 우리 비옥한 땅의 내천들은 피로 물들었지. 자네는 그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대가야를 점..
드라마 '선덕여왕'이 미실(고현정)의 죽음을 전환점으로 하여 제3부로 접어들었습니다. 제1부는 덕만(이요원)의 탄생과 어린시절 및 자아찾기에 골몰하던 낭도 시절까지였다면, 제2부는 공주의 신분을 회복한 덕만이 미실과 본격적으로 대결을 벌이는 시기였습니다. 이제 최대 강적이었던 미실이 사라지고 덕만은 목표였던 '왕'의 꿈을 일단 이루었습니다. 제3부는 왕위에 오르면서 새로이 시작된 덕만의 삶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드라마의 흐름을 보면 분명히 주인공인 덕만 중심으로 스토리가 흘러가고 있기는 합니다. 며칠 전, 한 독자분께서 저에게 이런 제안을 해주셨습니다. "드라마 '선덕여왕'이 애초의 의도와는 달리 서브 캐릭터였던 미실이 너무 크게 부각되면서 주객이 전도된 양상이므로, 이제 미실이 사라지고 나서는 차츰..
선덕여왕 27회에서 가장 인상깊은 인물은 월천대사였다. 학식도 깊고 기품도 있어 보이는 월천대사가 왜 미실을 돕고 있는지를 알 수 없었는데, 덕만의 협조 요청을 거절하면서 월천대사는 아주 솔직하고 시원하게 그 이유를 직접 말해 주었다. 대가야가 신라에 의해 멸망 위기에 처하자 가야의 위정자들은 제일 먼저 격물학자들을 암살했다. 자기 나라의 귀한 학문이 신라로 전파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악의와 원한으로 가득찬 만행이었다. 가야의 격물학자 집안에서 출생한 월천도 그때 죽을 고비를 맞이했으나, 미실의 첫사랑이었던 사다함에 의해 구해졌다고 한다. "미실이 나를 이용한 것은 사실이오. 그러나 나는 미실을 위해서가 아니라 사다함에 대한 의리를 지키기 위해 미실을 도왔을 뿐이오." 덕만이 언성 높여 "미실은 당신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