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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의 '사랑'...'시티헌터' 속에 남은 그리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시티헌터

임재범의 '사랑'...'시티헌터' 속에 남은 그리움

빛무리~ 2011. 6. 3.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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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가 시작도 되기 전에 OTS부터 엄청난 화제의 중심이 된 것은 물론 임재범 때문이었죠.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 자체는 독특할 것 없이 그저 평범한데, 임재범의 목소리가 입혀지니 갑자기 명곡 중의 명곡이 되어버린 경우였습니다. 아무리 평범한 식재료라도 훌륭한 요리사의 손을 거치면 특급호텔 식당에 내놓아도 될만한 요리로 둔갑하여 나오는 것처럼 말이죠.


저는 나이 어릴 때에도 한 명의 연예인에게 푹 빠져 본 적이 없었습니다. 누군가의 팬클럽 활동을 해 본 적도 물론 없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야 무수히 많았지만 그 누구에게도 열광하거나 푹 빠져 본 기억은 없습니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어느 날 갑자기 쑥 들어가서 안 보인다 해도 별로 궁금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나오면 나오나보다, 들어가면 들어가나보다 했을 뿐이죠. 저에게 있어 연예인이란 언제나 다른 누군가로 대체가 가능한 존재들이었습니다. 유난히 따스한 웃음을 지녔던 누군가 사라지면 즉시 더욱 더 싱그러운 미소를 뿌리며 누군가 나타났기 때문에 아쉬울 틈조차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적지도 않은 나이에 도대체 무슨 일인지, 아무리 부인하려 해도 임재범이라는 가수에게 푹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 같은 자신이 그저 놀라울 뿐입니다. 그의 이름과 얼굴과 목소리를 떠올리기만 해도 저절로 가슴에 싸한 통증이 밀려오는 듯해서, 되도록이면 생각을 안 하려고까지 합니다. 마치 사랑이라도 잃은 것처럼, 친한 친구가 멀리 떠나버린 것처럼 마음이 허전해서 조금은 넋을 놓고 지내는 느낌마저 듭니다.

그는 또 다시 깊은 상처를 안고 떠나갔으니, 어쩌면 이제 다시는 브라운관에서 볼 수 없겠군요. 돌아오실 거냐고 묻는 후배들에게 도인같은 미소를 띠며 모른다고 대답하던 그 모습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제가 앞으로 '나는 가수다'를 볼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다른 가수들의 노래에 몰입하기는 커녕, 점점 더 그의 빈 자리만 휑하게 느껴져 올 것 같아서요.


그의 신곡 '사랑'은 드라마 '시티헌터'의 OST니까 드라마에 삽입되는 것이 당연한데도, 저는 이민호와 박민영의 얼굴을 배경으로 임재범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에는 씨익 웃음을 짓습니다. 주인공들의 이미지나 스토리와 이렇게도 안 어울리는 OST라니... 그런 점에서만 보면 황당할 만큼 생뚱맞은데, 그래도 이렇게나마 떠나간 그의 흔적이 지금 방송되는 이 드라마 속에 남아있다는 사실은 반갑기도 하고... 뭐 그런 복합적인 기분이에요.

사랑... 그 사랑 때문에... 그 사람 때문에... 내가 지금껏 살아서
오늘... 오늘이 지나서... 그 사람 다시 볼 수 없게 되면... 다시 볼 수 없게 되면... 어쩌죠

가사는 상당히 길고 오랜 사랑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임재범의 목소리가 더해지니 처절할 만큼 깊고 애절한 사랑의 느낌이 됩니다. 그런데 이민호와 박민영은 아직 나이도 어릴 뿐 아니라 두 사람이 만난지도 얼마 안 되었습니다. 이제 막 풋사랑이 시작되는 단계일 뿐이라 열매가 다 익으려면 아직도 멀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의 사랑을 배경으로 임재범의 '사랑' 노래가 깔리니 그 분위기는 언밸런스의 극치인데... 그래도 생각지도 않은 순간 그 목소리가 들려올 때마다 반가움부터 앞서니... 탓하고 싶지는 않네요.


나중에 '시티헌터'가 마지막회를 맞이할 때쯤 되면, 그 때는 두 젊은이의 사랑이 충분히 무르익고 깊어져서, 이 노래에 꼭 어울리는 사랑의 모습으로 재탄생했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짧았다고 해서 그 마음 속의 사랑마저 짧은 것은 아니니까요.

아, 그런데 아무래도 4회의 막판 진행을 보니 좀 불안하긴 합니다. 김상중이 옆 건물에서 목표물을 겨냥하고 있었는데, 피의 복수를 원치 않는 이민호가 살인을 막기 위해 레스토랑 전체의 불을 꺼 버렸죠. 상황이 그렇게 됐으면 당연히 총을 쏘지 말아야 하는 거 아닙니까? 그런데 김상중은 어쩌자고 그 어둠 속에서 대충 보이는 사람의 형체를 겨냥하고 쏴 버리더군요. 누군지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총구의 빨간 불빛은 엉뚱하게도 경호관 박민영의 이마에 조준되었는데, 총이 발사되는 순간 누군가 그녀를 밀치며 대신 총을 맞았습니다. 그 사람은 물론 그녀를 구하러 달려온 이민호겠지요. 이제 막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 그녀를 지키려다가 자기를 길러 준 아버지가 쏜 총에 맞았으니, 나름대로 이윤성이라는 캐릭터의 비극성을 강조함과 동시에 두 젊은이의 사랑이 급진전하는 계기를 만들려고 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어설퍼도 너무 어설프고 말이 안 돼서......;; 


'시티헌터'가 처참한 망작이 되어 버리면, 그가 남긴 목소리마저 더욱 서글프고 가엾어질 것 같은데...... 작가님, 제발 부탁이니까 급하다고 막 쓰지 마시고 좀 더 심혈을 기울여 주시지요. 최소한의 개연성만 있어도, 최대한 좋게 보아드릴 생각으로 시청하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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