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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헌터' 상큼한 이민호, 복수의 화신이 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시티헌터

'시티헌터' 상큼한 이민호, 복수의 화신이 되다

빛무리~ 2011.05.26 09:30





첫방송의 느낌은 예상보다 더 괜찮았습니다. 저는 원작만화를 전혀 모르기 때문에 아무 선입견 없이 감상에 임할 수 있었지요. 처음부터 긴장감과 몰입도가 상당하고, 주인공 이윤성 역할을 맡은 이민호는 캐릭터에 자신을 일치시키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더군요. 아직은 자기 출생의 비밀을 모르던 17세 소년 시절의 티없는 싱그러움도 잘 나타냈고, 모든 사실을 알고 나서 냉혹한 킬러로 훈련받아 변신한 24세 청년의 어두운 카리스마도 제법 그럴듯하게 표현했습니다. 이윤성의 캐릭터는 다중적인 면이 있어서 표현하기 쉽지 않은데, 이만하면 일단 합격점을 주어도 될 듯 싶습니다. 


드라마의 시작은 1983년에 일어났던 실화, 아웅산 테러사건에서부터 비롯됩니다. 북한은 당시 버마를 방문 중이던 대통령을 노리고 테러를 감행했으나 대통령은 예정보다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화를 피했고, 그 자리에서 대통령을 기다리고 있던 17명의 수행원(고위급 정부관료)들이 희생당한 사건이었지요. 그 이후의 설정들은 실화와는 상관없는 픽션으로 꾸며졌지만, 실제로 일어났던 끔찍한 사건이 도입부에서 생생하게 재현되는 바람에 실감과 몰입도는 배가되었습니다.


여기서 군과 정보계의 주요 인사들로 꾸며진 '5인 회의'라는 사조직이 등장합니다. 안기부 특수직 전부장 최응찬(천호진)을 비롯하여 주미대사 이경완(이효정), 안기부장 천재만(최정우), 국방부장관 서용학(최상훈), 재경부장관 김종식(최일화)이 그들입니다. 이들 '5인 회의'는 일종의 과격한 급진파 세력으로서, 동료들을 잔혹하게 살해한 북한에게 똑같은 방법으로 되갚아 줄 것을 결의하고, 특수훈련된 21명의 요원을 북한에 파견하여 고위직 관리들을 살해하도록 지시합니다. 정부 시책과는 상관없이 행해진 일이었습니다. 21명의 북파 공작원은 모두 혈기왕성한 젊은이들로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었지요.

그 21명 가운데 중심인물이 바로 박무열(박상민)과 이진표(김상중)였습니다. 이 두 사람은 대통령의 수행원으로 버마에 갔었고, 아웅산의 참사를 직접 목격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을 향한 분노에 불타고 있었지요. 박무열에게는 신혼의 아내 이경희(김미숙)가 있었고 갓 태어난 핏덩이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기는 마침 아웅산 테러 사건이 일어나던 그 시간에 운명처럼 태어난 아이였습니다.


가족과의 상봉도 잠시뿐, 박무열은 북파 공작원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다시 떠납니다. 아기의 이름은 다녀와서 짓겠다고, 돌림자인 이룰 성(成)자를 넣어서 아주 멋있게 지어 주겠노라고 아내에게 다짐하는 박무열의 모습을 옆에 서서 흐뭇하게 바라보는 이진표는 그의 둘도 없는 친구입니다. 하지만 나중에 이 아기의 이름을 지어 준 사람은 무열이 아니라 진표였지요. 친아버지의 박씨가 아닌, 양아버지의 이씨를 물려받아 이윤성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게 될 이 아기가 바로 드라마의 주인공입니다.

무열과 진표를 비롯한 21명의 북파 공작원들은 평양에 침투하여 신속 정확하게 임무를 수행하기 시작합니다. 북한의 고위 관료들이 쥐도새도 모르게 죽어나갔습니다. 그런데 그 때, 아웅산 테러 사건에 대해 일체의 무력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대통령의 정부 시책이 발표되었습니다. 무력 대응을 할 경우, 한미일이 협력하여 이루고 있던 한반도의 3각 방위체계를 백지화시키겠다고 미국측에서 압력이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이리하여 불타는 애국심으로 임무를 수행한 21명의 북파 공작원들은, 오히려 정부 시책을 위반한 중죄인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들의 행위가 외부에 조금이라도 누설될 경우, 한반도의 방위체계가 무너져서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험이 닥칠 상황이 된 것이지요. '5인 회의'는 국가 안보를 위해 그들을 희생시키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평소 이진표, 박무열과 호형호제하며 친하게 지냈던 최응찬 한 사람만이 극렬히 반대하며 21명의 목숨을 구해보려 했으나, 다른 4인의 의견이 합쳐졌기에 그 혼자서는 역부족이었습니다.

북파 공작원들은 각자 임무를 수행한 후 약속된 시간에 바다를 헤엄쳐서 남포항으로 들어왔습니다. 거기서 그들을 접응할 잠수함이 기다리기로 했거든요. 과연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잠수함을 발견하고 21명이 살았다며 기뻐하는 순간, 배 안에 숨어있던 명사수의 총구가 그들을 향합니다. 정확하게 한 명, 한 명... 총탄은 어김없이 북파 공작원들의 몸에 꽂혔고, 젊은이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붉은 피를 바다에 쏟으며 가라앉았습니다. 그들 중 몇몇은 뭔가 오해가 있는 모양이라고 짐작하며 "우리는 아군이다!" 라고 목터지게 소리쳤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습니다.


박무열은 이미 평양에서의 작전 수행 중에 부상을 당했고, 이진표는 그를 부축하며 바다를 헤엄쳐 건너왔습니다. 눈앞에 벌어진 끔찍한 상황에 당혹스러워하던 이진표는 '5인 회의'가 자기들을 버렸음을 깨닫고 망연자실하는데, 갑자기 박무열이 자기 몸으로 이진표를 감싸며 물 속으로 잠겨듭니다. 순간 잠수함에서 발사된 한 발의 총탄이 박무열의 심장을 뚫고 나와 이진표의 왼쪽 어깨에 박힙니다. 그렇게 박무열은 친구에게 아내와 아이를 부탁하며 숨을 거둡니다.

21명 중 유일한 생존자로 남은 이진표는 복수의 화신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김상중이 뿜어내는 차가운 카리스마는 가슴이 서늘할 지경이더군요. 그 날카롭고 비극적인 눈빛이라니... 게다가 중년의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근육질의 강인한 체격을 보니, 이번 작품을 위해 특별히 신경써서 몸까지 만든 모양입니다. 정말 멋있기는 한데, 이진표의 캐릭터가 너무 잔혹하게 변해가는 것을 보니 슬퍼지기도 했습니다.


'5인 회의' 중에서도 이진표가 가장 큰 배신감을 느끼는 인물은 친하게 지냈던 최응찬이었습니다. 이진표는 홀몸으로 최응찬의 사무실에 잠입하여 그의 목에 칼을 겨누었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던 최응찬은 순순히 그 칼을 받아들이려 하였으나, 마침 문을 두드리는 방문객 때문에 이진표의 즉각적인 복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이렇게 살아남은 최응찬은 나중에 대통령의 지위에까지 오르게 됩니다.

이진표는 박무열의 아내 이경희와도 친구처럼 친하게 지내는 사이였는데, 그녀가 방에 아기를 눕혀놓고 마당에서 빨래를 너는 동안 감쪽같이 아기를 훔쳐가면서 한 장의 쪽지를 남깁니다. "무열이는 죽었다. 아기는 내가 데려가서 잘 키우겠다. 이 아이가 없어야 네가 행복해질 수 있다. 새출발 해라. 너는 꼭 행복해야 한다." 아이 엄마는 미친듯이 울부짖으며 골목으로 뛰어나와 아기를 찾았지만 속수무책이었습니다. 길 한켠에 몸을 숨긴 채 울지도 않는 아기를 안고서 무표정하게 그녀를 바라보는 이진표의 냉혹한 얼굴.


자기를 살리고 대신 죽은 친구 박무열을 생각하며 이진표는 되뇌입니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복수를 할거다. 그게 내가 살아남은 이유일 테니까" 그는 무열의 아들에게 윤성이라는 이름을 지어 주고 자기 아들로 삼았습니다. 이진표는 진심으로 아들을 아끼는 아버지였지만, 아이를 자기와 똑같은 복수의 화신으로 만들었으니 그것은 방향이 비뚤어진 잘못된 사랑이었습니다. 복수란 원래 그런 것입니다. 악행과 악행이 만나면 상쇄되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악행이 되어 고스란히 그대로 남으니까요.

이진표는 '5인 회의'를 향해 처절한 복수를 다짐하며, 윤성을 데리고 동남아 북부의 골든 트라이앵글 지역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 곳에서 현지인들을 모아 사병 조직을 만들고 거대 마약상이 되어 지배자로 군림하는데, 폭군도 이런 폭군이 없습니다. 자기가 만든 원칙을 어기는 사람은 가차없이 총으로 쏘아 죽일 뿐만 아니라, 배신하고 도망치는 자가 있으면 그 가족까지 모두 죽인다는 규율을 만들어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나무기둥에 묶어 처형했습니다. 내면을 가득 채운 복수심은 다정하던 사람을 이토록 잔인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이진표는 수십년 동안 편히 누워서 잠을 자 본 일도 없고, 밤낮으로 손에 총을 쥔 채 경계 태세를 늦추지 않았습니다. 20명의 형제같은 동료를 바닷속에 수장하도록 만들었던 것이 바로 '배신'이었기에 그는 아무도 믿지 못하고, 특히 배신자에 대해서 가혹한 처단을 내리곤 했습니다.


아들 윤성에게도 무자비할 만큼 혹독한 무예 수련을 시켰습니다. 물론 그의 친부를 죽인 원수에게 직접 복수하도록 하기 위해서였지요. 윤성은 어린 시절부터 특히 사격에 천부적 재능을 보였고 민첩한 몸으로 고된 수련을 잘 따랐으나, 엄한 아버지로부터 돌아오는 것은 언제나 칭찬이 아닌 질책과 다그침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살벌한 환경 속에서도 이윤성은 신기할 만큼 아름다운 청년으로 성장했습니다. 그는 더없이 상큼한 미소를 지녔고, 약한 사람을 위할 줄 아는 선량함을 지녔고, 타인을 위해 자신의 위험을 무릅쓰는 용맹함을 지녔고, 급박한 상황에서도 유쾌한 농담을 하며 웃을 수 있는 대담성과 여유로움을 지녔습니다. 더없이 인간적인 그의 모습은, 복수심 때문에 야차가 되어버린 양아버지와는 전혀 닮지 않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친 적들로 인해 윤성이가 어머니처럼 여기며 좋아하던 원주민 여인 무한수린이 살해당하게 됩니다. 그들은 불법 도박단이었는데 한국인인 배식중에게 돈을 잃게 되자 그를 해치려 했고, 식중의 목소리를 듣고 한국인임을 눈치챈 윤성은 도박단 두목의 눈에 사과를 던져 배식중을 구해 주었거든요. 그 일에 앙심을 먹고 쳐들어왔던 것입니다.


무한수린의 죽음을 목격하고 분노에 휩싸인 윤성은 달아나는 적의 뒤를 쫓다가 지뢰를 밟아 위험에 처합니다. 곧바로 뒤쫓아온 이진표의 총에 적들은 생을 마감했지만, 발 밑의 지뢰를 조심스레 제거하던 와중에 일어난 폭발로 이진표는 중상을 입고 맙니다. 폭발의 순간, 이진표가 아들의 몸을 감싸며 멀리 날아갔기 때문에 윤성은 다치지 않았습니다. "너를 살렸으니 이깟 다리 하나쯤은 아깝지 않다..." 라고 말하는 것을 보아, 한쪽 다리를 절단하게 된 모양입니다.


이제 때가 되었다고 여긴 이진표는 윤성에게 출생의 비밀을 들려 줍니다. 너의 친부가 어떻게 배신을 당했고 어떻게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는지 알려 주며, 그의 마음속에 복수심의 씨앗을 넣어 준 것입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비극의 중심에 자신이 놓여 있음에 며칠을 고민하던 윤성은 결국 이진표에게 묻습니다. "제 친아버지를 죽인 놈들이 누굽니까?" 티없이 밝던 그 눈빛은 이미 어두워져 있었습니다. 며칠 전만 해도 부상당한 이진표를 업고 뛰며 "아빠, 죽으면 안 돼, 죽지 마!" 하고 어린 목소리로 외치던 그 소년은 사라지고, 깍듯이 존대를 하는 차분한 청년이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다섯 놈이 있다." 라고 이진표가 답하자 윤성은 다시 묻습니다. "다섯 놈을 다 죽이면, 그 때는 아버지랑 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다시 한 번 잘 살 수 있습니까?" 하지만 이진표는 차마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합니다. 어차피 복수의 끝에는 행복보다 불행이 기다린다는 것을 그 역시 잘 알기 때문이지요. 윤성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더 이상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마지막으로 자기의 어머니가 살아있는지를 확인한 후 아버지의 방을 나옵니다. 그리고 중얼거립니다. "난 이제 변할 거야. 그게 나의 운명이야."

이윤성은 양아버지의 뜻대로 복수의 도구가 되어, 미국에서 7년 동안 전문 킬러의 교육을 받고 한국에 들어옵니다. "네 아버지의 죽음을 잊지 마라. 그리고 아무도 사랑하지 마라. 네 정체가 들통나면 너와 네 주변은 핏빛으로 물들 게야..." 나직히 당부하던 이진표의 목소리를 되새기며 윤성은 눈을 감는데, 활짝 핀 복숭아꽃처럼 아름다운 김나나(박민영)의 모습이 저만치 보입니다. 벌써부터 진하게 스며드는 슬픈 사랑의 예감... 그와 동시에 임재범의 애절한 목소리로 불려진 OST '사랑'이 깔리며 '시티헌터' 1회는 엔딩을 맞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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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원래 드라마 리뷰를 쓸 때 줄거리를 줄줄이 늘어놓는 스타일은 아닌데, 이번에는 쓰다 보니 이렇게 되어 버렸네요. 사실 1회부터 너무 복잡하게 많은 이야기가 나오다 보니 제 머릿속에서도 정리가 잘 안 되었거든요. 그 상태에서 무작정 글을 쓰기 시작했더니, 부지불식간에 정리를 좀 해야겠다 싶어서 내용을 차근차근 돌이켜 보며 늘어놓게 된 모양입니다. 긴 글 읽느라고 수고 많으셨습니다..^^


제가 '시티헌터' 1회를 보면서 중점적으로 느낀 것은 복수의 허망함이었습니다. 어두운 출생의 비밀을 몰랐을 때, 윤성이의 모습이 너무도 싱그럽고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왜 그 아이는... 계속 그렇게 행복하면 안 되는 거였을까요? 21명의 젊은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겼던 '5인 회의'의 권력자들은 소름끼치도록 잔인했고, 그렇게 희생된 자들과 그 가족들의 운명은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서글픈 것이었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지금 행복한 사람이 불행해져야 한다면 복수에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 그러나 이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복수극이라, 주인공은 차츰 거부할 수 없는 비극적 운명 속으로 빠져들어가겠지요. 선량하고 아름다운 천성을 지닌 이윤성이 어떻게 자신의 모진 운명을 극복해 나갈지 모르겠군요. 앞으로의 전개도 꽤나 흥미진진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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