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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과 다큐멘터리

오마주 투 김연아, 그녀는 영원한 챔피언이다

빛무리~ 2011. 5.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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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제의 귀환'을 반기는 환호성 속에 김연아가 돌아왔습니다. 올림픽 금메달을 마지막으로 은퇴한다 해도 누구 한 사람 그녀를 탓할 수 없건만, 김연아는 뼈를 깎는 고통으로 다시 새로운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연습을 거듭하여 다시 빙판 위에 섰습니다. 그녀가 프리스케이팅에서 선보인 곡은 야심작 '오마주 투 코리아'였습니다. '대한민국에 대한 존경(또는 감사)'라는 뜻입니다.


'오마주 투 코리아'는 한국의 대표 민요인 아리랑을 기본 모티브로 잡고, 그 외 5가지의 한국 전통음악을 편집한 곡이라고 합니다. 들어 보니 과연 우리 민족 특유의 애잔한 정서가 가득하더군요. 김연아는 국내 팬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자랑스런 대한민국을 전세계에 알리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고 합니다.

김연아의 안무담당자 데이비드 윌슨은 그 동안 누누히 "한국의 전통음악으로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지만, 그 때마다 김연아가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거부했다는군요. 그러다가 드디어 작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 나서야 이제 때가 됐다며 '오마주 투 코리아'를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 단순한 일화만 보아도 조국을 사랑하는 김연아의 마음이 얼마나 각별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녀의 마음속에서 한국은 최고의 나라입니다. 그렇기에 자신이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 섰을 때에야 비로소 한국의 선율을 표현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래서 김연아는 이번에 꼭 우승을 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개인적인 욕심 때문이 아니라 한국을 빛내기 위해서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선보이는 것이니만큼 '오마주 투 코리아'는 그녀가 어느 때보다 깊은 애정을 품고 연습해 온 야심작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승을 향한 그녀의 소망은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오랜만에 컴백하는 무대라서 긴장한 탓인지, 평소 완벽한 솜씨를 자랑하는 점프에서 두 차례의 실수를 했지요. 더블 토루프에서 실수하고 나니 다리가 떨려서 이어지는 트리플 플립도 실패했다고 나중에 김연아가 스스로 밝혔습니다. 표정은 언제나처럼 담담하고 대범해 보였는데 다리가 후들거릴 만큼 긴장한 상태였다니 맘이 짠하더군요. 

안타깝게도 그 실수들이 편파 판정의 빌미를 준 모양입니다. 1위를 차지한 안도 미키의 무대에도 역시 실수들이 있었지만 심사위원들이 그쪽에는 비교적 너그럽고 후한 점수를 준 반면, 김연아의 실수에는 혹독한 감점을 했고 훌륭히 완성시킨 부분에도 가산점을 몹시 박하게 주었다는 의견들이 곳곳에서 많이 눈에 띄더군요.


저야 문외한이라서 그런 부분은 보고도 잘 모르지만 최소한 '아름다움'에 있어서 김연아의 무대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는 점은 확실합니다. 안도 미키뿐만 아니라 그 어느 선수의 무대도 김연아의 것만큼 매혹적이지 않았어요. 이는 다만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연아가 앳된 소녀티를 벗고 시니어 무대에 진출하면서부터 항상 그래 왔습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연아의 존재감은 최고였고, 일단 그녀의 연기를 보고 나면 다른 선수들의 연기는 밋밋하게 느껴져서 보기가 지루할 정도였습니다.

이제 김연아를 단순히 운동선수라고 부르는 것은 적합한 호칭이 아닙니다. 그녀는 온 몸과 영혼으로 최고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예술가지요. 기술적인 면에서도 완벽한 김연아라지만 그거야 전문가들이나 알아볼 수 있는 것이고 저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오직 느낌만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데, 5년 전에 겨우 16세 소녀였던 김연아의 피겨 연기를 처음 보던 순간부터 저는 대책없이 빠져들고 말았습니다. 어찌나 황홀했는지 그녀가 연기하는 동영상을 PMP에 담아서 출퇴근길에 내내 되풀이하여 돌려보곤 했습니다.

단지 기술적인 완벽함으로는 그런 흡입력을 지닐 수가 없습니다. 김연아의 피겨 연기에는 언제나 혼이 담겨져 있습니다. '오마주 투 코리아'의 처연한 선율에 맞춰 움직이는 그녀의 몸놀림은 더없이 아름다웠지만, 한민족 특유의 깊은 슬픔의 정서를 아주 실감나게 표현하고 있었지요. 연기하는 내내 표정도 어찌나 슬퍼 보이는지 가슴이 울컥할 지경이었습니다. 김연아가 음악과 완전히 혼연일체가 되어 있다는 증거였습니다.

아끼고 벼르다가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 '오마주 투 코리아'를 통해 조국에 대한 감사와 존경을 온 세상에 외치려 했는데, 근소한 점수 차이로 하필 일본 선수에게 뒤져서 우승을 놓치게 되었으니 억울한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그 동안에도 석연찮은 판정은 수없이 많았으나 대인배 김연아는 한 번도 평정심을 잃은 적이 없었지요. 그 어떤 역경에도 항상 진짜 실력으로 정면승부를 할 뿐이었습니다. 그런 김연아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을 보니, 이번 무대에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던가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김연아라는 절대적 존재에 있어 순위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번에 은메달을 땄다 해서 감히 그녀를 2등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앞으로 김연아의 후배들 중 다른 나라 출신의 뛰어난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여 온갖 우승과 금메달을 휩쓸어간다 해도, 한국인의 마음속에서 언제까지나 세계 최고의 피겨 여왕은 김연아이며 그녀의 빛나는 업적은 퇴색하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런 말은 좀 그렇지만, 그녀를 든든히 지원해 주지도 못하는 약한 나라의 약한 국민들이어서 미안할 때가 많았습니다. 멀리 서양까지 갈 것도 없이 이웃나라 일본하고만 비교해 보아도, 피겨 선수들을 위한 연습장 및 시설부터가 너무 열악한 수준이니까요. 뿐만 아니라 툭하면 불거지는 편파 판정 의혹 역시 힘 없는 나라의 국민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이니, 어디선가 "김연아의 유일한 약점은 국적이다" 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싶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연아는 세계 최정상의 자리에서 조국을 향해 지극한 존경과 감사의 춤사위를 보여준 것입니다. 그녀의 무대를 본 수천만 한국인들은 지금 이 순간 모두 그녀를 향해 외치고 있을 것입니다. 오마주 투 김연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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