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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임재범, 노래보다 감동적이었던 인터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나가수' 임재범, 노래보다 감동적이었던 인터뷰

빛무리~ 2011. 5. 3.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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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의 전설 임재범을 공중파 방송에서 볼 수 있다니, 정말이지 꿈만 같은 일이었습니다. 그가 선택해 온 미션곡은 '너를 위해' 였는데, 임재범 스스로도 자신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특별히 더 애착이 간다고 하지만 저에게도 아주 특별하고 의미 깊은 곡이었습니다.

'너를 위해'는 2000년 당시 유지태 김하늘 주연의 영화 '동감'의 OST로 사용되었었죠. 그 무렵 개인적인 사정들도 있고 해서 그 노래에 얼마나 빠져들었는지 모릅니다. 집에서는 CD로 반복해서 들었고, 사무실에는 낡은 카세트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60분 테이프에 앞뒤로 이 노래 한 곡만 수십번을 녹음해서는 하루 온종일 틀어놓았을 정도입니다. '너를 위해'는 그토록 강렬하게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가슴 시리도록 절절한 가사와 처절하도록 울림이 깊은 임재범의 목소리는 이 노래 속에서 완벽히 혼연일체가 되어 흘렀지요.


그런데 기대감이 너무 컸던 탓일까요? '나는 가수다'에서 들려 준 임재범의 노래 솜씨는 예전같지 않다고 느껴졌습니다. 감동에 눈물 흘릴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TV의 볼륨을 평소의 두 배로 높이고 초집중을 하여 들었는데, 후반의 클라이맥스 부분으로 들어서자 "응?" 싶더군요.


사실 도입부에서부터 "목소리가 너무 심하게 허스키해졌군, 혹시 10년 내내 엄청난 양의 담배를 피운 걸까?" 하고 생각했는데, 가창력이 폭발해야 할 클라이맥스에서 힘이 딸리는 기색이 역력히 드러나니 적잖이 실망스러웠습니다. 소름끼치도록 시원스레 뻗어 올라가던 고음은 사라지고, 너무나 힘겹게 끌어올리는 고음이 그 자리를 대신하더군요. 게다가 짧은 호흡으로 가사 한 마디마다 툭툭 끊어서 부르니까, 기존의 창법에 익숙해 있던 저는 그 생소한 창법에 당황한 나머지 감정선이 제대로 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청중평가단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지요. 여기저기서 감동에 겨워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니 또 "나만 이상한 건가?" 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하지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듣는 것은 TV로 시청하는 것과는 천지차이일 것이고, 무엇보다 이미 전설이 된 사나이 임재범의 라이브를 눈앞에서 보았다는 것 자체가 감동이었을 테니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임재범은 모두(?)의 예측대로 이변없이 1위를 차지했습니다.

솔직히 이번 무대가 우승감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무런 불만은 없었습니다. 제가 워낙 오랫동안 임재범을 좋아했으니까요..ㅎㅎ 아, 그리고 나중에 기대감을 접고 담담한 마음으로 다시 한 번 들어보니, 그제서야 10년 전의 감동이 비슷하게 밀려왔습니다. 음색이 지나치게 허스키해져서 처음에는 그 깊은 울림을 선뜻 잡아내지 못했는데, 역시 전설은 전설 맞더군요. 노래하는 목소리에 그토록 깊고 굵직한 감성을 풍부히 담을 수 있다는 건, 아무리 노력해도 타고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요.


거의 모든 사람이 다 그렇겠지만 저도 이번 기회에 '신비의 가수 임재범'이 아닌 '인간 임재범'의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그의 진솔함과 털털함에 깜짝 놀랐습니다. 신비주의를 고수하는 것도 하루이틀이지, 시대가 변한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철저히 베일 속에 가려져 있으니, 자기 실력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못해 약간은 오만한 성격일 거라고 생각해 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저는 대중 앞에 서서 오만한 짓을 하는 것은 못 봐주지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방향의 오만함에 대해서는 아주 너그러운 편입니다. 아무리 시대가 변했어도 대중 앞에 나서기 싫으면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갈 자유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러나 임재범은 일부러 신비주의 전략을 쓴 것도 아니었고, 오만해서 그런 것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가수다' 5회는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임재범의 짧은 인터뷰로 시작되었지요. "처음에는 주저주저했어요. 출연 제의가 들어왔는데... 제가 그 동안 워낙 방송과는 인연이 없게, 스스로를 닫고 있었으니까... 제 스스로 회복하지 않으면 누가 대신 회복시켜 줄 수는 없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제가 먼저 나가겠다고 그랬어요." 

자신을 닫고 지내 온 세월들을 자부심으로 헤아리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회복해야 할 만큼 잘못된 것이었다고 그는 말하고 있었습니다. 비록 짧지만 그것은 겉핥기식의 냉정한 말이 아니라 자기 내면의 깊은 성찰이었습니다. 누가 그런 이야기를 하라고 부추긴 것도 아닌데, 익숙치 않은 카메라를 바라보며 임재범은 아주 담담하게 털어놓았습니다. 지난 시간 동안은 잘못 생각해서 움츠리고 있었지만, 이제는 스스로 자기를 바꾸겠노라는 고백과 결심을 말이지요.


이어지는 고백은 더욱 제 가슴을 뭉클하게 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제 딸이에요. (제가 여기에 출연하는 게) 그 아이한테 자랑거리가 될 것인지, 아니면 아빠로 인해서 또 다른 상처를 입게 될지... 그것도 또 걱정이고... 하지만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고, (기왕 나왔으니) 1등 해야죠."

김태원이 예능 활동을 시작한 것도 아들을 위해서였음이 밝혀지면서 눈시울을 적시게 했었죠. 물론 임재범의 딸은 그렇게 아픈 아이는 아니겠지만, 아빠의 직업이 가수라고 하는데 도통 TV에서 볼 수도 없고 친구들에게 자랑도 할 수 없으니 답답했을 것입니다. 임재범은 그런 딸에게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어서 25년간의 은둔생활(?)을 접고 과감히 공중파에 출연 결심을 한 것입니다. 노래할 때의 폭풍 카리스마와는 전혀 다른, 평범한 아빠로서의 모습을 드러내는 임재범은 더욱 멋졌습니다.


인터뷰는 계속 이어졌습니다. "임재범씨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에 탈락하실 수도 있습니다. 탈락한다면 어떨 것 같으세요?" 임재범이 대답했습니다. "집에 가서 애 봐야죠, 뭐... 제가 탈락해서 시청자분들에게 기쁨을 줄 수 있다면 뭐 그걸로 된 거예요. 당연히 저도 떨어질 수 있죠, 무슨 배짱으로... 저는 그냥 음악매니아 수준이에요. 아마추어도 아니고... 자긍심을 갖고 무대에 서서 프로의식을 갖고 노래하는 사람은 못 돼요, 아직도..."

살아있는 전설의 로커 임재범이 스스로를 저렇게 생각하고 있는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겸손이 지나쳐서 거의 바닥에 엎드리는 수준이더군요. 그렇게 초반부의 인터뷰를 통해 임재범의 소탈한 모습을 보고, 울컥 감동한 기분으로 드디어 공연을 관람하기 시작했습니다. 공연 순서대로 이소라, 김연우, 윤도현, BMK, 김범수, 박정현, 그리고 임재범까지 7인 7색의 멋진 가수들이 전해 준 감동은 뭐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1위가 발표되고 임재범은 첫 출연에 우승이라는 영예를 차지했으나, 얼떨떨한 표정으로 머리만 긁적이고 있을 뿐 시원스레 웃지도 즐기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다른 가수들의 쟁쟁한 실력을 칭찬하면서, 자기가 우승을 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다고 말할 뿐이었습니다. 인터뷰시 "1등 해야죠!" 라고 다짐하기는 했으나, 그것은 자기 마음속의 각오였을 뿐 실제로 1등을 할 거라고는 정말로 예상치 못한 듯한 태도였어요.

임재범의 겸손한 자세는 끝까지 계속되었습니다. MC 이소라가 "우승자로서 마무리 멘트를 해 주시죠" 하고 요청하자 그는 아주 간결하게 말하더군요. "펑크 내지 않겠습니다!" 이것은 시청자와의 약속을 결코 저버리지 않고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뜻이었습니다. 오랫동안 자신을 둘러싸고 있던 베일을 스스로 벗어던지고 대중 앞에 나설 때, 그가 마음속으로 얼마나 단단한 각오를 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모두 '왕의 귀환'이라고 그를 떠받드는데, 오히려 그 자신은 완전히 힘을 빼고 스스로를 바짝 낮추고 있으니 그 모습이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한편 지난 주에 '제발'을 열창하여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우승자가 되었던 김범수는 이번 주에 꼴찌로 떨어지는 이변을 경험했습니다. 그 자신만 몰랐나본데, 무대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모두 그가 꼴찌임을 훤히 예상할 수 있었지요. 이번 주 김범수의 무대는 참 밋밋했어요. 박정현만 없었더라면 대중에게 너무 알려지지 않은 노래를 선택해서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게 실수였다고 핑계라도 대어 보겠지만, 박정현이 '미아'라는 생소한 곡을 들고 나와서 폭발적인 반향을 일으키며 2위를 했기 때문에, 김범수는 어떤 변명도 소용없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실패 요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자만'입니다.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안되는 줄 알면서 왜 그랬을까~" 문득 어렸을 적에 흥얼거리던 저 멜로디가 생각나더군요. 김범수가 인터뷰하는 모습을 보니 그도 자만하면 안된다는 것을 머리로는 충분히 알고 있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데뷔 후에 처음으로 경험한 우승인데다가, 이 쟁쟁한 무대에서 1위를 했으니 정말 대단하다고 모두들 칭찬에 입이 마르고, 음원은 나날이 승승장구하고, 여성팬의 숫자도 급격히 늘어나고... 등등의 기쁜 일들을 감당하기에는 그의 정신력이 많이 어렸나봐요. 하긴 예전에 라디오에서 실언하여 큰 파문을 일으켰던 '치한놀이' 사건만 돌이켜 보아도, 그의 성격이 별로 진중한 편이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김연우의 매니저로서 새로 투입된 고영욱의 말에 의하면, 김범수가 먼저 나이트에 가고 싶다 해서 데려갔었다지요? 자신감에 충만해서 신나게 춤을 추었다지요?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김범수는 어딘가 붕~ 떠 보였고, 즐거운 기분을 억제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소라의 '제발'을 편곡하여 무대를 준비할 때의 그 진지한 자세는 어디로 갔을까요? 이번 주에 부른 노래도 가사와 멜로디는 상당히 애절한 편이던데, 그렇게 띵가띵가 웃으면서 놀다가 왔으니 감정이 제대로 들어갔을리가 없지요.

게다가 김범수가 저지른 최악의 무리수는 노래하다가 중간에 뒤를 돌아보며 마이크에 대고 "색소폰~" 하고 외친 것이었습니다. 완전히 '겉멋'의 절정이었죠. 이런저런 내막을 모르는 청중평가단도 그 모습을 보고는 "엄청 잘난체하는구나" 하고 느꼈을 것이에요. 기라성 같은 선배들도 초긴장에 떨며 서는 무대인데, 막내뻘인 김범수가 너무 지나친 여유와 겉멋을 부리는 것이 좋아 보였을 리는 없습니다. 하여튼 1위에서 곧장 7위로 떨어지는 충격을 맛보았으니, 정신차리고 심기일전했겠지요. 다음부터는 확 달라진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를 위해서도 오히려 잘된 일이에요.


임재범의 아내인 배우 송남영이 암투병 중이라는 사실은 다른 매체를 통해 전해졌습니다. 임재범이 '나가수'에서 직접 밝힌 것은 아니었다고 하네요. 거의 처음으로 TV에 출연하는 날인데, 좋지 않은 일이라서 일부러 언급을 피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딸에게 자랑스런 아빠가 되고 싶다는 이유 못지 않게, 병든 아내를 위하는 마음도 '나가수' 출연의 커다란 계기가 된 것은 맞을 듯 합니다. 자존심이고 뭐고 다 팽개치고, 아내를 위해 무엇이든 한 가지라도 더 해주고 싶은 마음이겠지요. 이런 사실을 알고 나서, 지나치다 싶을만큼 자기를 낮추던 임재범의 모습을 다시 떠올리니 가슴이 또 깊이 울컥해집니다. 부디 그 마음이 하늘에 전달되어, 부인이 빨리 완쾌하시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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