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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그녀를 위해 눈물 흘릴 첫번째 사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49일

'49일' 그녀를 위해 눈물 흘릴 첫번째 사람

빛무리~ 2011. 3. 17.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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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온 드라마 '49일'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부터 드러난 소재와 주제가 꼭 제 마음에 드는 것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진부하다는 의견도 있지만 어차피 완벽히 새로운 것은 없는지라 어떻게 끌어가느냐가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 소현경 작가는 상당히 믿을만하다는 생각입니다.


여기에 두 여인이 있습니다. 신지현(남규리)은 스물일곱살이 되도록 세상의 아름답고 좋은 면만을 보아 온 부잣집 외동딸입니다. 철부지이나 공주병은 아닙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세상을 좋아합니다. 그 무엇도 나쁘게 생각하지 않으며, 어떤 상황이라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입니다. 이제 그녀는 사랑하는 남자 강민호(배수빈)와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더 바랄 것 없는 행복의 절정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한편 송이경(이요원)은 신지현과 비슷한 나이로 보이지만 전혀 다른 삶을 영위하고 있습니다. 가족도 없이 단칸 셋방에서 혼자 지내며, 새벽 2시부터 오전 9시까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합니다. 일하는 중에 강도가 들어서 그녀의 뺨을 후려치고 옆구리에 칼을 들이대어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습니다. 용감해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의지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머리채를 잡힌 채 입가에 피를 흘리며 무심히 "찔러!" 라고 말하는 그녀 앞에 오히려 강도들이 당황할 지경입니다. 그녀를 이렇게 만든 것은 5년 전에 있었던 교통사고로 떠나버린 한 남자였습니다.

그의 기일에 시든 꽃 한 송이를 들고, 그가 죽은 곳을 찾아가 쭈그리고 앉아서, 그의 육신이 쓰러져 있던 자리를 멍하니 바라보던 송이경은 트럭이 맹렬히 달려오는 순간 그 앞으로 뛰어듭니다. 그 남자가 죽었던 자리에서, 그와 똑같은 방식으로 죽어 그를 따라가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자살하려는 명백한 의도가 있었다기보다는 우발적 행동이었던 듯 싶으나, 그 결과는 심각했습니다. 편의점에서 일하는 송이경을 몰래 짝사랑하던 노경빈(강성민)에 의해 그녀는 목숨을 건졌으나, 그녀 때문에 트럭 뒤에서는 7중 추돌사고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 사고의 또 다른 피해자가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가장 참혹한 희생자는 행복한 결혼을 불과 15일 앞두고 있던 신지현이었습니다. 삶을 멀리하고 죽으려던 자는 살아났는데, 누구보다 삶을 사랑하고 즐겁게 누리던 자는 죽음을 눈앞에 맞이하게 된 것입니다. 신지현의 육신은 식물인간이 되어 병원 침대에 누웠고, 그녀의 영혼은 몸을 빠져나와 죽음의 스케줄러(정일우)를 만나게 됩니다.

저승사자라는 촌스러운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하는 이 멋쟁이 스케줄러는 사고가 일어난 그 도로에서 신나게 오토바이를 타고 있었습니다. 운전 중에 심장 발작으로 사망할 예정인 중년 남자를 기다리고 있었던 거죠. 그런데 예정에도 없던 돌발사태로 죽음의 위기에 처한 신지현의 영혼을 덩달아 만나게 되자 귀찮은 기색을 감추지 못합니다. 그런데 스케줄러로 활동한지 5년째라는 이 남자의 정체는, 아무래도 송이경이 사랑했던 그 사람일 확률이 높습니다. 5년 전에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했던 그는 과거를 모두 잊은 채 영혼의 스케줄러로 활동하며, 살아있는 동안 그토록 사랑했던 송이경을 무심히 바라보고 있는 것입니다.


어쨌든 스케줄러는 자신의 임무를 수행했습니다. 신지현과 같이 억울한 경우, 즉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예정에 없던 죽음을 맞이한 경우는 선택의 기회를 주는 것이 원칙이었거든요. 그 하나는 갑작스런 운명을 그대로 받아들여 즉시 저승행 엘리베이터를 타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자기를 진심으로 사랑한 사람 3명을 찾아내어 자기를 위해 흘리는 순도 100%의 눈물 3방울을 받아 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만 하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는군요. 신지현은 고민할 것도 없이 두번째 길을 선택했습니다.

"서른 명도 아니고 세 명인데? 세 명한테도 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어딨어?" 신지현은 너무 쉽다면서 어리둥절합니다. 착하고 순진한 이 철부지 아가씨는 이제껏 자기가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사람이 자기를 진심으로 대해 왔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케줄러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습니다. "사선을 다시 넘는 일인데, 과연 그렇게 쉬울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부모형제 등의 혈육은 제외된다는 것입니다. 혈육의 사랑은 무조건적이라는 이유에서죠. 혈육을 모두 제외하고, 나를 위해 순도 100%의 눈물을 흘려 줄 사람 3명을 찾는다는 것이... 과연 쉬울까요? 그러나 친구들과 약혼자의 사랑을 확신하는 신지현은 여전히 자신만만합니다. 스케줄러의 안내를 받아 누군가의 장례식장에 방문하고, 그 곳에서 흘리는 사람들의 눈물이 얼마나 가식적인가를 직접 확인하고서도 그녀는 기죽지 않습니다. "나는 이 사람과 달라. 내 친구들은 모두 나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 줄 거야!"


이제 그녀가 다시 살아나기 위한 49일간의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신지현의 운명을 이토록 꼬이게 만들어 놓은 장본인은 바로 송이경이죠. 스케줄러는 범상찮은 인연으로 얽혀있는 두 여자를 만나게 합니다. 송이경이 잠든 사이에 신지현의 영혼이 그 몸 속에 들어가 활동할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송이경은 밤새도록 일하고 낮에 잠자는 사람이니까, 신지현은 그 시간 동안 송이경의 몸으로 돌아다니며 친구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

어째 이거 점점 더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생판 낯선 송이경의 모습을 한 채로, 어떻게 자신이 신지현이라는 것을 믿게 할 것이며, 설상가상 순도 100%의 눈물을 받아낼 수 있을까요? 파란만장할 것이 예상되기에 더욱더 앞으로의 전개가 기대됩니다. 그 과정 중에 신지현의 맑은 영혼은 크나큰 상처를 받겠지만 결국은 진정한 사랑을 찾을 것이고, 삶의 의욕을 잃었던 송이경 또한 살아야 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겠지요. 감정 없이 냉혹한 스케줄러로만 존재하던 정일우도, 한때는 뜨거운 피가 흐르는 인간이었던 자신의 과거와 그 속에 깃들었던 사랑을 기억해내면서, 보다 따스한 스케줄러로 변화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신지현의 부모를 제외한다면,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울어 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아무래도 그녀의 약혼자 강민호는 아닌 듯 합니다. 겉으로는 부드럽고 자상한 최고의 매너남이지만, 어딘가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 드는군요. 신지현을 좋아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 자신보다는 그녀의 배경이 좋았던 건지도 모릅니다. '찬란한 유산'에서는 '나쁜 남자' 이승기에 대비되는 '오리지날 착한 남자'의 매력을 발산하던 배수빈이 이제는 좀 다른 스타일로 돌아왔군요. 강민호라는 인물이 지금은 전혀 악해 보이지 않으나, 앞으로는 조금씩 악역에 가까워질지도 모르겠습니다.

신지현과 더불어 삼총사를 이루고 다니던 그녀의 두 친구, 신인정(서지혜)과 박서우(배그린)는 어떨까요? 일단 신인정은 그 눈빛만 보아도 신지현에 대한 질투심과 자격지심에 빠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지현에게 닥친 불행을 속으로 기뻐하고 있을 캐릭터예요. 당연히 진심어린 눈물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박서우는 너무 존재감이 약한... '친구2' 정도의 단역이라서, 이런 인물에게 그 중요한 눈물을 짜내게 하지는 않을 것 같아요.


신지현을 위해 순도 100%의 눈물을 흘려 줄 확실한 사람은, 지금 꼭 한 명이 보입니다. 나는 너를 굉장히 싫어한다고... 나는 한 번 재수없으면 끝까지 재수없다고... 너 때문에 신랑 민호형의 들러리도 서기 싫다고... 그렇게 모진 말을 해서 신지현에게 상처를 주었던 고교동창생 한강(조현재)입니다. 그 정도로 부자연스럽게 굴면 다들 눈치챌 법도 하건만 어찌 모두들 그렇게 둔한지, 한강이 속으로 어쩔 줄 모를 만큼 신지현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무도 모릅니다.

군역을 마치고 돌아온 조현재가 컴백작으로 선택한 '49일'이 그의 재도약에 발판이 되어 주기를 바랍니다. '러브레터'와 '서동요' 등에서 매우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주던 모습이 눈에 선하군요. 예전에도 조현재의 연기를 보면 감당할 수 없는 슬픔의 정서가 매우 깊게 느껴지곤 했는데, 연예사병도 아닌 일반 군대에서 고생을 하고 돌아와선지 그 슬픈 눈빛이 더욱 깊어졌군요. '한강'이라는 캐릭터는 그 넘치는 슬픔을 표현하기에 아주 적합해 보입니다. 마음에 없으면 가식적인 미소 한 번도 짓지 못할 만큼, 이 남자는 퍽이나 순수합니다.


오랫동안 마음에 품고도 내색하지 못한 사랑... 눈앞에서 친한 선배의 여자가 되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던 사랑... 이제 고난도의 미션을 성공하지 못하면 영영 죽어버릴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사랑... 이 남자는 진심으로 사랑한 만큼, 제일 먼저 그녀를 알아볼 것입니다. 그리고 귀한 첫번째 눈물 한 방울을 흘려 주겠지요. 그 후에는 다른 두 방울의 눈물을 얻을 수 있도록 있는 힘을 다해 그녀를 도울 것입니다.

한강 외의 또 다른 두 사람은 누가 될까요? 저의 예상으로는 뜻밖에도 송이경과 스케줄러가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역시 1회만 보고 모두를 추측하는 건 무모한 일이겠네요. 그냥 편안한 마음으로, 그들과 함께 눈물 흘리며 푹 빠져들어서 지켜보려 합니다. 오랜만에 깊이 몰입할 수 있는 작품을 만난 듯하여 저는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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