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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일' 신지현에게 일어난 교통사고의 의미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49일

'49일' 신지현에게 일어난 교통사고의 의미

빛무리~ 2011. 3. 31.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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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49일'의 폭풍 전개는 점점 더 다이내믹해져 갑니다. 신지현(남규리)의 영혼은 송이경(이요원)의 몸을 빌어 자신의 집으로 들어갑니다. 그녀 자신이 신지현이면서, 신지현의 친구를 자칭하며 자신의 어머니를 만납니다. 식물인간이 되어 누워있는 자기 때문에 몰라보게 여위고 파리해진 어머니를 안타깝게 위로하고, 2층 자신의 방으로 올라가 그토록 애타게 찾던 인감도장을 손에 넣습니다. 일단은 강민호(배수빈)와 신인정(서지혜)의 악랄한 계획을 막을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러나 강민호는 지현의 아버지 신일식 사장을 교묘히 설득해 신지현을 금치산자로 만들려 합니다. 인감을 잃어버렸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과감히 정면돌파를 시도한 것입니다. 신일식이 강민호를 너무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지금의 상황은 매우 위험합니다. 만약 신일식이 강민호의 의견에 따라 신지현을 금치산자로 만든다면, 신지현이 애써 인감을 빼돌린 보람도 없이 강민호의 계획은 이루어지게 될 테니까요. 하지만 딸에 대한 사랑이 지극한 신일식은 차마 그녀를 금치산자로 만들 수 없어, 강민호에게 다른 방법을 찾아보라고 명령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없다고, 계약이 다급하다고 강민호가 몰아치면 신일식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한편 송이경에게서 끊임없이 신지현을 느끼는 한강(조현재)은 어느 사이엔가 그녀에게 끌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원래 신지현을 깊이 사랑했던 한강이니 당연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연 한강은 송이경의 몸 속에 숨은 신지현의 영혼을 언제쯤 알아차리게 될까요? 하루빨리 그가 한 방울의 눈물이라도 그녀의 목걸이 속에 채워 주면 좋을텐데 말입니다. 더구나 비밀을 알게 된 한강은 어떻게든 신지현을 돕기 위해 동분서주한다는데, 간절함으로 가득 채워질 그 모습도 빨리 보고 싶습니다.

오늘은 신지현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은 그 날의 교통사고가 어떤 의미들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결혼을 앞둔 스물 일곱 살의 꽃다운 아가씨를 한 순간에 식물인간으로 만들어 버린 그 사고를 누구도 잘 된 일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49일'은 아이러니하게도, 이 처참한 교통사고가 신지현의 인생에 있어 가장 소중한 사건이었음을 말하고 있습니다.



1.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게 하다.

만약 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강민호와 신인정의 계획은 이미 이루어졌을 것입니다. 그들은 신일식의 모든 재산을 빼돌려 달아났을 것이며, 신지현의 결혼은 무산되었겠지요. 신지현과 그 가족들은 믿었던 사람들과 안락한 삶의 터전을 잃고, 엄청난 배신감과 상실감에 넋을 놓고 있었을 것입니다.

특히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가족에게 알리지 못한 신일식의 충격이 가장 컸겠지요. 사랑하는 딸을 행복하게 결혼시키고, 홀로 남을 아내가 경제적으로나마 고생하지 않도록 넉넉한 재산을 남기고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삽시간에 딸의 결혼은 망가지고 모든 재산마저 빼앗기게 되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순진한 아내와 철없는 딸을 두고 떠나야 하니 그 마음의 고통이 오죽했겠습니까?



그러나 신지현의 사고로 인해 이러한 비극은 일단 유보되었습니다. 식물인간이 되어 누운 딸을 보는 것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이겠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녀의 숨결처럼 실낱같은 희망이 남아 있습니다. 신지현의 입장에서 보면 가장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있게 된 셈입니다. 자칫하면 그녀가 데려온 사람들 때문에 그녀의 부모가 평생 이루어 놓은 모든 것들이 날아가고 아버지는 한많은 세상을 마감할 뻔 했는데, 그 사고로 인해 모든 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유예기간이 주어진 것입니다.


2. 세상을 배우고, 어른이 되게 하다.

사고가 일어난 후, 육신을 벗어나 영혼이 된 신지현은 비로소 어른이 되고 있습니다. 육신을 갖고 있을 때에는 결코 볼 수 없었던 것들을 보고, 절대 들을 수 없던 것들을 듣기 때문입니다. 가장 따뜻해 보였던 사람 강민호가 더없이 비열하고 무서운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고, 까칠하고 못된 줄만 알았던 친구 한강은 의외로 마음 여리고 정이 많은 따뜻한 사람임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라는 것을, 이 철없는 아가씨는 이제야 알았군요.



모든 사람을 아무런 의심도 미움도 없이 대하던 신지현의 순진함은 그녀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습니다. 순진함과 순수함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지요. 어른이 되었는데도 아직까지 어린아이처럼 순진하다는 것은 별로 좋은 게 아닙니다. 지나친 순진함은 자신에게 상처를 입힐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도 힘들게 합니다. 어른은 세상과 사람을 똑바로 볼 줄 알아야 하고, 그에 적절히 대처할 줄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을 버리고, 세상과 사람의 추악한 면을 알면서도 물들지 않을 수 있는 순수함만 간직해야 합니다.

세상의 밝은 면만을 보며 한쪽 눈을 감고 살아왔던 신지현은, 그 날의 사고로 인해 두 눈을 뜨고 세상의 진실을 제대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반쪽짜리 삶이 끝나고, 온전한 제2의 삶이 시작되는 계기였습니다.


3.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게 하다

너무 행복한 사람은 타인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합니다. 후줄근한 차림새로 아무것에도 관심을 갖지 않고 죽은 듯 살아가는 송이경의 인생을, 행복하게만 살아왔던 신지현은 영혼이 되어서도 이해할 수 없었지요. 그러나 믿고 사랑하던 약혼자와 친구에게 처절히 배신당한 지금, 신지현은 고통이 무엇인지를 절실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저미는 아픔 속에서 고개를 돌려 송이경을 보니, 이전과는 달리 그녀의 마음이 보입니다. "언니도 이런 일 겪었던 거야? 그래서 이렇게 살고 있는 거야?" 송이경을 향해 속삭이는 신지현의 목소리는 커다란 변화를 나타냅니다.



정신과 의사 노경빈(강성민)의 등장으로 신지현은 송이경의 과거를 알게 됩니다. 사랑했던 누군가가 죽은 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해, 5년 동안이나 이렇게 시체처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기가 죽으면 송이경처럼 되어버릴지도 모르는 부모를 떠올립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인감도장을 빼돌려 아버지의 재산만 지켜 주고 자기는 저승행 엘리베이터를 타도 좋다고까지 결심했던 그녀지만, 이제는 결코 죽을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무엇이 사람에게 가장 큰 고통을 주는지를 배웠기에, 꼭 살아나야 할 이유를 찾게 된 것입니다. 역시 그 날의 사고가 아니었다면 배울 수 없었던, 아픔의 교훈이었습니다.

*******

끔찍한 교통사고는 이렇게 신지현에게 많은 선물을 안겨 주었습니다. 철없는 어린애였던 그녀는 타인의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어른이 되었습니다. 이제 그녀는 세상과 진실을 볼 줄 아는 눈을 지녔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간절히 지켜내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진짜 사랑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도 알게 될 것입니다. 그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얻을 수 없었던 이 모든 선물들은, 결국 신지현으로 하여금 진정한 행복을 찾게 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참 신기한 일이지요. 가장 나쁜 일인 줄 알았던 사건이, 나중에 보면 가장 좋은 일이었을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비록 드라마 속 인물이지만, 지금 고통받는 사람들이 신지현을 보면서 조금이나마 희망과 용기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현이도 아직은 많은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고통의 늪에서 헤어나오지도 못했으나, 결국 그녀는 다시 살아나 행복해지고야 말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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