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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편견을 깨뜨린 사장님들의 따뜻한 마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1박2일' 편견을 깨뜨린 사장님들의 따뜻한 마음

빛무리~ 2011. 1. 3.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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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에서 외국인 근로자 특집을 마련했다고 할 때, 처음의 인식은 별로 좋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노동자 문제로 그 동안 보아 왔던 온갖 부정적인 기사들이 한꺼번에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불법체류라든가 브로커 개입 등의 문제로 시끄러운 일도 많거니와, 외국인은 내국인보다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무료로 숙식을 제공하느라 오히려 고용비용은 더 높다더군요. 게다가 경제 악화로 내국인 근로자의 기본급은 계속 동결되는데, 외국인 근로자의 기본급은 최저임금 상승에 따라 꾸준히 올라가니 지금은 거의 비슷하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내국인들이 역차별을 받는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어렵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한국 사람들 중에도 얼마든지 많이 있는데, 그들에게 돌아가야 할 혜택을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로채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많이 들었습니다. 왜 굳이 '1박2일'과 같은 국민 예능 프로그램에서 '외국인 근로자' 특집을 마련했는지 선뜻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예상치 못한 감동으로 가득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영양군의 기산리마을에서 촬영했던 '집으로' 편 이후로 이만한 감동을 느껴본 것은 처음인 듯 합니다. '집으로' 편에 거산댁 할머니와 이장님과 부녀회장님 등 시골 어르신들의 순수함과 따뜻함이 묻어났다면, '외국인 근로자' 편에서는 젊은 그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사장님들의 훈훈한 인간미가 흘러넘쳤습니다.

이번 주 방송은 '글로벌 특집 2탄'이라고도 명명되었는데, 작년 여름의 '글로벌 특집 1탄'과는 아주 다른 느낌이었지요. 니띤과 와프와 스캇 등 1탄의 외국인 참가자들은 노동이 아니라 공부와 예술 활동 등을 위해 한국에 왔고, 이곳에서의 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더구나 끼와 예능감까지 겸비한 친구들이었기에 '글로벌 특집 1탄'에는 재미와 오락성이 강조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2탄의 외국인 참가자들은 절박하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 온 사람들이기에, 생활을 즐길 여유는 없었습니다.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타향에서 외롭게 고생하고 있는 그들은 성격도 수줍고 약간씩 위축되어 보였지요. 그들의 사연에는 다큐멘터리와 같은 눈물이 담겨 있었습니다.


자신이 받는 월급 중 5~6만원을 제외한 모두를 고향으로 부친다는 네팔 친구, 강호동의 짝꿍 '까르끼'의 이야기는 가슴을 짠하게 했습니다. 고향에 두고 온 6살과 2살의 어린 딸들이 매일 보고 싶다는 까르끼... 어머니는 몸이 아파도 돈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했는데, 이곳에서 자기가 부쳐주는 돈으로 약을 사 먹어서 이제는 괜찮아졌다고 기뻐하는 까르끼... 그의 모습을 보니, 그 동안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해 가졌던 안 좋은 감정이 미안하다는 생각조차 들었습니다. 제가 이제껏 그들을 개별적, 인간적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 동안 읽었던 신문기사에는 중소기업주들이 외국인 근로자 고용 문제로 심각하게 골치아파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는데, '1박2일'에 등장한 사장님들은 아주 달랐습니다. 까르끼의 회사 사장님은 자신의 젊은 시절, 오일머니를 벌기 위해서 중동에 나가 일할 때 겪었던 어려움을 기억하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들에게도 진심으로 차별 없이 대해주고 싶다 말하더군요. 그러고 보니 우리의 형제들도 지금 어디선가 낯선 곳에서 이들과 똑같은 설움을 견디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운 지방에서 살다 와서 추위에 약한 외국인 근로자를 마치 아들처럼 챙기시는 사장님의 모습은 눈물겹도록 감동적이었습니다. 김종민의 짝꿍인 28살의 캄보디아 청년 쏘완은 방송에 출연한다고 나름 멋을 부리고 나왔던 모양인데, 사장님은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되기 전에 "멋내고 갔다가 너 죽으면 어쩌려고 그러냐?" 면서 자기의 점퍼를 벗어 입혀주시더군요. 그리고 쏘완이 복불복에 져서 밥을 굶게 될까봐, 떠나기 전에 따뜻한 아침식사를 하도록 배려까지 해 주셨습니다. 하필이면 그 날은 사상 최대의 한파가 몰아닥친 날이었습니다. 점퍼를 입고도 "사장님, 추워요!" 라며 떠는 쏘완의 옷깃을 여미며 토닥여 주는 사장님은 정말 아버지 같았습니다.

이승기의 짝꿍은 '예양'이라는 이름의 미얀마 친구였는데, 그 역시 사장님과 동료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었습니다. 작업반장님은 예양을 굶기면 안된다고, 복불복에 져도 밥은 먹여줘야 한다고 신신당부했으며, 사장님도 이승기를 향해 "고생시키면 안 된다."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면서 예양을 향해서는 "고생하는 것도 재미있다. 한국에 와서 이런 추억 만들기는 정말 힘든 거다. 너는 행운아다." 라고 격려했습니다. 역시 아버지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들의 모습을 배경으로 "당신은 함께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는 자막이 떠올랐습니다. 그 말이 가슴에 와 닿으며, 비록 사회 문제를 외면하거나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우선시해야 할 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임을 저는 새삼스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이 지구상에 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은 모두 '함께 하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들'이라는 점을 말이지요.

오랫동안 '1박2일'에 큰 실망을 느끼고 많이 차가워진 시선을 보내던 저는, 이번 외국인 근로자 특집을 계기로 예전처럼 따뜻한 시선을 약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부디 초심을 잃지 말고, 모두가 성심껏 방송에 임하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 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팀의 리더이자 맏형으로서 누구보다 프로그램에 헌신적이었던 강호동, 매주 계속되는 엄청난 활약으로 결국 '1박2일'을 수렁에서 건져 올린 강호동, 그러면서도 연말 연예대상에서는 무관의 제왕으로 만족해야 했던 강호동에게 감사와 애정을 담아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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