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프레지던트' 첫방송, '대물'을 넘어설 포스가 보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프레지던트

'프레지던트' 첫방송, '대물'을 넘어설 포스가 보이다

빛무리~ 2010. 12. 16. 06:30






최수종 주연의 '프레지던트'가 포문을 열었습니다. 첫방송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 합니다만, 저의 판단으로는 현재 타방송사의 경쟁작이며 또한 같은 장르의 정치드라마라고 알려진 '대물' 보다는 작품성 면에서 우월하다는 생각입니다. '대물'은 약간의 정치색을 띠고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멜로드라마에 가깝다고 보여지며, 그 정치색을 표현하는 부분에서도 너무 비현실적이라 갈수록 적응이 되지 않았거든요.

아무리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지만 드라마로 만들려면 장르의 특성에 맞게 조금이나마 현실성을 확보해 주어야 했는데 '대물'은 그렇지를 못했습니다. '시크릿 가든'처럼 아예 대놓고 환타지를 표방하는 드라마도 아닌데, 명색이 진지한 정치드라마에서 동화적인 환상을 계속 보게 되니 저는 매번 손발이 오글거리더군요.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평범한 아줌마를 정치에 입문시키기 위해 그 수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운명을 건다는 것부터가 너무 비현실적이지만, 효과적으로 잘 풀어나가기만 했다면 아주 재미있었겠지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전개 과정이 너무 설득력이 없었습니다. 그 모든 사람의 가열찬 도움을 받는 주인공 서혜림(고현정)은 항상 원리원칙만을 목놓아 외칠 뿐, 정작 본인은 별다른 능력을 보여주는 것도 없는데 매번 운좋게 어려움을 극복하고 승승장구합니다.

게다가 서혜림이 소리높여 외치는 대사들은 하나같이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만화에나 나올 것 같았는데, 그 유치하고 원론적인 연설에 모두가 열광하는 모습도 황당했습니다. 현실의 정치 사회가 어떤 곳인데, 언제나 무대포로 밀어붙이는 하도야(권상우)의 방식이 묘하게 통하는 설정도 볼수록 말이 안 되는지라 몰입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결국 중간에 시청을 포기하고 말았지요. 불과 4회만에 작가가 교체되는 어려움을 겪으면서 드라마가 점점 산으로 간 경우라 하겠습니다. 


그에 비해 '프레지던트'는 훨씬 현실적인 정치드라마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합니다. 우선 작가진부터가 매우 든든하군요. 손영목 메인 작가와 더불어 펜을 잡고 있는 정현민 작가는 실제로 10여년간 국회 보좌관을 지냈던 경험이 있다 하니, 적어도 '대물' 처럼 비현실적인 설정이 남발되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이 생깁니다. 주인공 장일준 역을 맡은 최수종은 "프레지던트는 순수 정치극으로서 대선 후보와 그 가족들의 삶 이야기가 주로 담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서혜림과 달리 장일준은 현실에서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을 것 같은 대선 후보입니다. 그는 오랜 세월 정치에 몸 담아 왔고, 내심 대통령의 자리를 노리며 치밀한 준비를 거듭해 왔습니다. 장일준에게는 고정적으로 그를 지지하는 세력이 있고, 정식 비서와 참모가 있으며, 정치인의 아내로서 확고한 신념을 갖고 그를 내조하는 조소희(하희라)가 있습니다. 혈혈단신 아무것도 모르고 얼떨결에 뛰어든 서혜림과는 비할 수 없지요.


작가의 역량이 최고 수준에 이르지 못했다면, 설정이 비현실적일수록 드라마는 전개 과정에서 무리수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반면 현실적인 설정으로 출발했다면 중간에 조금씩 비틀거리더라도 다시 제자리를 찾기가 쉽습니다. 서혜림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수많은 무리수가 필요했지만, 장일준을 대통령으로 만드는 것은 훨씬 자연스럽고 수월할 거라는 뜻입니다.

저는 부디 '프레지던트'가 순수 정치극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기를 기대합니다. 무늬만 정치극일 뿐 내적으로는 불륜 치정극이라든가 막장드라마라든가, 이런 식으로 흘러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제작진이 표방했듯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사람의 이상과 대통령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상을 제대로 그려주는, 진짜 정치드라마로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첫방송에서 보여 준 최수종과 하희라의 연기는 역시 최고였습니다. 그리고 강신일, 정한용, 변희봉, 홍요섭 등의 조연들 또한 안정적인 존재감으로 그들 부부를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1회의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여당의 강력한 대선 후보 장일준은 대통령 선거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비자금 의혹에 휩싸이며 위기에 처합니다. 남편으로 하여금 밝은 곳만을 걷게 하고 자기는 그의 뒤에서 그림자 역할을 담당하겠다던 장일준의 아내 조소희가 몰래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이를 알게 된 장일준은 대국민 선언을 하려 하는데, 그 순간 갑자기 날아든 총탄에 가슴을 맞아 쓰러지고 맙니다. 모두 놀라 아비규환이 된 그 현장에서, 드라마는 불현듯 3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장일준이 야심만만하게 대선 후보의 출사표를 던질 무렵,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는 가스 폭발 사고가 일어나 유정혜라는 한 여인이 목숨을 잃었고 그녀의 아들 유민기는 오열합니다. 유정혜는 바로 장일준의 첫사랑이고, 유민기는 사생아로 태어난 장일준의 아들이었습니다. 스물 일곱 살의 유민기는 작은 방송사의 PD로 일하고 있었는데, 정혜가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일준은 그를 불러들여, 자기의 선거 캠프에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도록 의뢰합니다. 기꺼이 모든 정보를 제공해 주겠다는 장일준의 제안에 놀란 유민기는 자기에게 왜 이런 특혜를 베푸시느냐고 묻는데, 장일준은 대답합니다. "아들은 아버지에 대해 알 권리가 있기 때문이지. 내가 자네의 아버지라는 말이네." 놀라는 유민기의 모습에서 1회는 끝났습니다.


제가 이 드라마에서 가장 염려하는 것은 바로 유민기라는 캐릭터입니다. 중장년층 중심의 이 드라마에서 젊은층의 핵심을 맡은 인물인데, 그의 존재 자체가 아주 흥미로우면서도 위험합니다. 그 인물 때문에 '프레지던트'는 자칫 막장드라마의 분위기를 솔솔 풍기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거든요. 유민기는 장일준의 혼외자로서, 차후 장일준의 양녀인 장인영(왕지혜)과 사랑에 빠질 예정입니다. 전형적인 막장 설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죠.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자극적인 설정이 필요하겠지만, 아예 막장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해서는 앞으로 이 캐릭터를 매우 조심스럽게 운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으로는 연기력이 검증되지 않은 신인을 너무 중요한 위치에 자리잡게 했다는 것입니다. 공식 홈페이지에 보면 유민기의 사진은 장일준, 조소희와 더불어 당당히 TOP3에 포함되어 커다랗게 중앙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최수종과 하희라 다음으로 중요한 역할이라는 것이죠. 그런데 가수로서 '트랙스'라는 그룹에서 활동한 적 있다는 '제이'라는 이 연기자를 저는 생전 처음 보았습니다. 요즘 가수 출신 연기자가 정극 드라마에 너무 많이 나오네요.


가수 출신이라 해서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볼 필요는 없으나, 이렇게 파격적인 기용은 성공할 확률보다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기 때문에 염려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자칫하면 진중한 드라마가 그 신인이 등장할 때에만 시트콤이 되어 버릴 수도 있고 말이지요. 다행히 첫방송에서 보여준 제이의 연기는 아주 나쁘지는 않았는데, 그래도 쟁쟁한 선배들과 비교되다 보니 어딘가 어설프고 깨는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또 하나의 궁금증을 풀어 본다면, 지금으로서는 장일준을 저격한 자가 아군인지 적군인지도 불분명합니다. 장일준은 분명 자기 아내가 저지른 대선 자금 비리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국민 양심 선언을 한 후 사퇴할 것 같은 분위기였는데... 그 양심 선언을 막기 위해 총을 쏜 것이었다면 장일준의 후보 사퇴를 원치 않는 세력이겠지요. 가벼운 상처를 주어서 입을 막아 놓고 끝내 진실을 숨긴 채, 오히려 유권자의 동정심을 자극하여 장일준을 당선시키려는 속셈이었다면... 무섭지만 그의 아내 조소희가 꾸민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녀는 진심으로 남편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야심이 너무 큰 듯했거든요. 


내일 대국민 선언을 하겠다는 남편을 바라보며 눈물을 글썽거리던 하희라의 연기는 압권이었습니다. "그 다음에는요? 그 때도 나... 여전히 당신 동지 맞죠? 당신 아내... 맞죠?" 다툴 때는 어떨지 몰라도 이렇게 사랑하는 연기를 할 때에는 두 사람이 실제 부부라는 게 아마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자기의 잘못 때문에 평생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추락하는 남편의 모습을 지켜보아야 하는 아내의 마음... 최수종을 바라보는 하희라의 눈빛에는 그 모든 미안함과 사랑의 감정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저는 하마터면 그녀와 함께 울 뻔 했다지요. 그런데 남편과의 대화를 마치고 다음 순간 밖으로 나와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은, 나중에 생각하니 좀 섬찟하기도 하더군요..;;


유민기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표현해 나갈 것인지가 좀 염려스럽긴 하지만, 그래도 '프레지던트'는 상당한 호감을 남기며 첫방송을 마쳤습니다. 당분간 수목드라마는 이쪽으로 채널을 고정하게 될 듯 싶어요.

* 2010 view 블로거 대상  ← 여기를 눌러서 투표에 참여해 주세요..^^ 


43 Comments
댓글쓰기 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