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대물' 1회, 현실과의 아슬아슬한 데자뷰, 성공할 수 있을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대물

'대물' 1회, 현실과의 아슬아슬한 데자뷰, 성공할 수 있을까?

빛무리~ 2010. 10. 7. 07:36
반응형






"정통 정치드라마가 아니라 정치를 소재로 한 멜로드라마에 가까우니, 현실 정치와는 전혀 관계 없는 하나의 드라마로 봐 달라."고 했다는 관계자의 말을 미리 접한 후, '대물' 첫방송을 시청했습니다. 그런데 과연 이것을 멜로드라마라고 불러도 좋을까 싶은 의문이 들더군요. 약간의 멜로가 포함되어 있다고 해도, 드라마 전체를 관통하는 화살표는 다른 곳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앞으로의 전개를 두고 봐야 알겠지만, 모든 드라마에서 1회의 중요성이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것입니다. 1회에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갈리니, 그런 차원에서 보면 1회는 엔딩보다도 훨씬 중요하지요. '대물'은 그렇게 중요한 1회에서 멜로가 아닌 시사적인 면을 확연히 앞으로 내세웠습니다. 이것은 앞으로 이 드라마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해도 과히 틀린 말은 아닐 것입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대통령을 주인공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우선적으로 떠오르는 인물은 박근혜 의원입니다. 또한 종군 기자로 일하던 서혜림(고현정)의 남편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피랍 살해된 사건은, 2007년의 한국인 선교사 피랍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중국 영해에서 좌초된 배 안에 갇힌 20명의 승조원을 구하기 위한 노력은 최근의 천안함 사태와 오버랩되며, 그 일로 인해 중국과의 무리한 외교를 진행하며 나라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서혜림 대통령이 탄핵을 받게 되는 사건은 고(故)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렇게 '대물' 1회는 사회적으로 엄청난 이슈와 파장을 몰고 왔던 사건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잔뜩 쓸어담고 숨가쁘게 진행되었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양상은 실제와 모두 다릅니다. 단지 여성이라는 것을 제외하면 출신이나 경력 등 모든 면에서 서혜림은 박근혜 의원과 비슷하다고 보기 어려우며, 아프간 피랍 사태와 천안함 사태 등도 드라마에서 나타난 것과는 여러모로 매우 다른 현실이었지요. 그러나 어쨌든 이 모든 설정은 거부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기시감(旣視感)으로 다가옵니다.


평범한 주부이며 아나운서였던 서혜림은, 국가가 자기 남편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한 것에 분노하며 인생을 바꾸어 정치인의 길로 접어들지요. 그녀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더 이상 단 한 사람의 국민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일례로 중국 영해에서 좌초된 잠수함의 승조원들을 구하기 위해, 대통령 서혜림은 기꺼이 중국측에 머리를 숙이며 굴욕 외교를 진행했고, 그 노력으로 드라마 속 잠수함의 승조원들은 모두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지요. 아무도 살아 돌아오지 못했던 천안함 사건과는 확연히 대비되는 결과였습니다.

이렇게 드라마 '대물'은 현실의 비극을 아프게 꼬집으며 출발했습니다. 물론 서혜림의 신념이 100% 옳다고는 섣불리 말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까요. 그러나 시청자들은 남편을 잃고 절규하는 서혜림에게 쉽사리 감정이입되어, 그녀의 눈으로 이 모든 사건을 바라보며 자연스레 현실을 비판하게 됩니다. 이제껏 많은 드라마가 현실을 비판해 왔지만, 이렇게 강력한 효과를 거둔 적이 있었을까 싶군요. 현실과의 데자뷰 현상이 뚜렷한 만큼 이 드라마의 메시지는 더욱 더 시청자들의 피부에 와닿고 가슴을 울릴 테니까요.


이것은 매우 대담한 시도입니다. 현실을 너무 가까운 곳에 두고서는, 오히려 하고 싶은 말을 충분히 다 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예술 작품으로 형상화되어야 하는데, 자칫 실수하여 현실과의 경계선을 무너뜨리게 되면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드라마가 진행될수록 그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지킨다는 것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거예요. 그러나 끝까지 성공적으로 지켜낸다면 '대물'은 보기 드문 명품 드라마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고현정의 연기력은 '선덕여왕'에 이어 '대물'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는군요. 여왕보다 더한 군주의 포스를 지녔던 미실의 카리스마는 그대로 이어졌으나, 시대적 배경에 따라 서혜림은 훨씬 더 부드러운 면모의 여성 대통령으로 재탄생했습니다. "사람은 실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내 사람은 그럴 수 없습니다..." 라고 싸늘하게 외치며 칼을 휘두르던 미실의 잔인함은 서혜림에게서 찾아볼 수 없군요. 그 하얀 얼굴에 붉은 빛으로 선명하게 튀어오르던 핏자국이 지금도 생생한데, 단 한 사람도 포기할 수 없다며 국가원수로서 기꺼이 자신을 낮추는 서혜림은 백성 위에 군림하는 지도자가 아니라 백성의 발을 씻어주는 지도자의 모습이었습니다.


1회에서 분량은 적었지만 고현정의 막강 라이벌로 등장하는 차인표의 연기도 볼만했습니다. 한동안 '명가'에서처럼 기품있는 선역을 맡아 왔던 차인표가 오랜만에 악역으로 변신한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군요. 차인표는 강하고 날카로운 카리스마를 유감없이 내뿜으며, 고현정의 부드럽고 끈질긴 카리스마와 좋은 대비를 이룰 듯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정의로운 열혈검사 하도야' 역의 권상우에게는 몰입할 수가 없네요. 비록 '대물' 제작발표회에서 정식으로 사과를 했다지만, 이미 때를 놓쳐도 한참 놓친 터라 차가운 마음을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지요. 좀 일찍 나서서 진솔한 모습으로 자기를 낮추었다면 가능성이 없지도 않았으련만, 시간이 지나면 대충 넘어갈 줄 알았는데 막상 드라마가 시작되려는데도 여전히 자기에게 냉담한 여론이 이제서야 두려웠던 거라고 밖에는 어떻게 좋은 해석을 하겠습니까?


매니저는 어디까지나 일을 도와주는 사람일 뿐 자기를 대신해서 죄를 뒤집어 써 주는 사람이 아닌데, 상대적으로 약자인 매니저를 방패로 삼아 자신의 명백한 죄를 부인하고 빠져나가려 했던 그 몰염치함은 도저히 그를 '하도야'라는 인물에 대입시키지 못하게 합니다. 그 입에서 '노블리스 오블리제'라는 대사가 나오는데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었다지요. 대중의 사랑을 받으며 그 젊은 나이에 막대한 부를 소유한 유명인으로서, 과연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실천하며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결코 고개를 끄덕일 수 없을 사람이, 아무리 드라마지만 정의의 편에 서서 부패한 정치인들을 무찌른다는 설정은 코미디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그러니 '대물'의 가장 큰 오점은 아무리 생각해도 권상우의 존재입니다. '하도야'는 정말 중요한 인물이고 매력적인 캐릭터인데, 안타깝게도 그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어김없이 몰입도가 확 떨어지거든요. 개인적으로 드라마 자체는 '도망자'보다 재미있다고 느꼈는데, 과연 시청자들이 권상우와 하도야 사이에 느껴지는 엄청난 갭을 얼마나 극복할 수 있는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겠군요..^^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