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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 악인 한승재는 알고 보면 허당?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제빵왕 김탁구

'제빵왕 김탁구' 악인 한승재는 알고 보면 허당?

빛무리~ 2010. 8. 13.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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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의 19회 방송에서 한승재와 서인숙이 마주 대하던 장면이었습니다. 구일중이 탁구를 만났으며 그 아이를 회사로 불러들이려 한다고 한승재가 보고하자 서인숙이 소리쳤죠. "당신, 대체 무슨 일을 이 따위로 하는 거야? 어떻게 일이 이 지경이 되도록 그렇게 두고 보기만 하는 거야?" 한승재는 대답했습니다. "그냥 두고 본 적 없어요. 나도 안해 본 짓 없이 다 해봤다구." 서인숙은 절규합니다. "그런데 왜 그 아이가 아직도 우리 인생에 끼어들어, 왜?"

그 때 한승재가 다시 대답했습니다. "나보다 그 녀석의 운이 더 질기고 강했을 뿐이에요. 아무리 위협하고 모함해도 모질게 제 운명의 끈을 붙잡고, 다시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녀석이라구요. 지금 마준이는 그런 녀석을 상대로 싸우고 있는 거요. 아시겠어요?" 한승재의 이 대사는 주인공 김탁구의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설명함과 동시에, 아들이라고 부르지도 못하는 구마준에 대한 한승재의 애끓는 부정을 확인할 수 있던 명대사였습니다.

그런데 목요일의 20회 방송을 보면서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가장 악독하고 비열하고 냉혈한으로 나오는 한승재가 의외로 허당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서인숙으로부터 "무슨 일을 이 따위로 하는 거야?" 라는 질책을 들어도, 사실은 별로 할 말이 없는 게 아니었을까 싶어요. 이제껏 한승재가 저지른 악행은 수없이 많으나, 제대로 끝을 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매번 용두사미 격으로, 풀을 뽑되 뿌리까지 뽑지 않고 위쪽만 잘라낸 셈이었던 거예요.

물론 그 일들이 악행이었다는 점에서는 끝까지 가지 못한 것이 매우 다행입니다만, 이런 식으로 일처리를 하는 사람은 선행을 할 때에도, 일반 업무 처리를 할 때에도 비슷할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한승재라는 인물은 타고난 그릇과 운명이 그러했습니다. 가난한 고아였다는 출신을 원망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조건에 처해 있었더라도, 열심히 일해봤자 정상에 서지 못하고 제2인자나 3인자의 자리에 머물 수밖에 없었을 것이며, 아무리 간절히 사랑해 봤자 평생 그 사랑을 쟁취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분명히 좋은 사람과 더불어 악인도 있을 겁니다. '착한 사람이 승리하는 세상'이라는 건, 탁구가 믿으며 우리가 희망하는 유토피아일 뿐이니까요. 선인이든 악인이든 끝내 성공해서 자기 분야의 정상에 선 사람들의 공통점을 따져 본다면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으나, 일을 함에 있어서 끝까지 완벽하게 처리한다는 철저함도 그 조건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수건으로 입술을 축이는 정도로는 갈증을 해소할 수 없는 것처럼, 그 어떤 문제도 끝까지 뿌리를 들어내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 법이니까요.


신유경의 아버지를 사주하여 김미순에게 위해를 가하려 했던 것도, 생각해 보면 뭘 어쩌자는 건지 알 수 없을 만큼 허술한 일처리였습니다. 물론 그 사주한 내용으로 보았을 때는 악독하기 이를 데 없었으나, 만약 그 일이 이루어졌을 때 어떻게 될지 결과를 예상해 보면 결코 한승재에게 유리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그의 목적은 김미순이 거성에 얼씬도 못하게 하는 것이었을 텐데, 술주정뱅이에게 몸을 더럽혔다고 해서 김미순이 그의 마누라가 되어 입을 다물고 조용히 살게 될 거라 생각했던 걸까요? 오히려 더 악에 받쳐서 대들게 될 가능성이 열 배는 높지 않을까요?

죽이려는 것도 아니고, 어딘가에 감금하려는 것도 아니고, 한승재는 대체 어쩌자고 그랬을까요? 아무리 봐도 '자극적인 설정'을 위해 무리하게 삽입한 에피소드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야 할 이유가 없었어요. 그나마 구일중에게서 사주를 받은 조진구가 늦지 않게 도착하여 김미순을 납치하는 바람에 한승재의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12세의 김탁구를 원양어선에 팔아 넘기려 했을 그 당시, 일을 제대로 하려면 탁구를 데려갔던 수하에게,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서 아이가 배에 타고, 그 배가 출항하여 먼 바다로 나아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확인할 것을 명령했어야 합니다. 물론 건장한 어른들 틈바구니에서 그 어린애가 탈출할 거라고 짐작하지는 못했겠으나, 모든 일에는 변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확인' 작업은 꼭 필요한 일이었지요. 그런데 한승재는 일단 보내 놓기만 하고서는 사후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뱃사람들은 분명히 돈을 받았을 텐데, 아이를 놓치고 임무를 완수하지 못했으면서도 한승재에게 사실대로 보고하지 않은 모양이에요. 이렇게 해서 또 12년이 흘러갑니다.


신유경의 뒤를 쫓던 24세의 김탁구는 저도 모르게 거성그룹에 발을 들여놓게 되고, 한승재의 눈에 띄어서 가혹한 린치를 당합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승재의 일처리는 허술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말만 악독하고 냉혹하게 했을 뿐, 실제로는 김탁구에게 별다른 위해를 가하지 못했어요. 몇 대 얻어맞았으나 치명상을 입은 것도 아니고, 팔다리가 부러진 것도 아니고, 병원에 입원할 정도도 아닌 채, 김탁구는 몇 군데 피멍만 든 상태로 멀쩡히 팔봉 빵집으로 돌아갔습니다. 아무 결과도 못 볼 거면서 때리긴 뭣하러 때립니까? 괜히 맞은 사람의 오기만 자극할 뿐이지요.

더구나 고재복을 매수해서 오븐의 가스 밸브에 흠집을 내고 밀가루에 소다를 섞는 식의 자잘한 짓거리는, 한승재라는 악인의 레벨을 한층 격하시켰습니다. 물론 오븐 폭발 사고는 김탁구의 실명으로 이어질 뻔한 아찔한 경우였지만, 워낙 여러 사람이 사용하는 제빵실인데 반드시 김탁구만이 희생자가 될 거라고 확신할 수도 없는 부분이었지요. 한승재가 정말 무서운 악인이 되려면, 그렇게 비효율적이고 허술한 수단을 써서는 안 될 일이었습니다.

이제 막판에 이르러, 한승재는 구일중을 살해하려는 희대의 악행을 계획합니다. 자기 혈육인 마준이가 그의 앞에 무릎 꿇고 비는데도 냉정하게 외면하던 구일중을 보았을 때부터 한승재의 마음 속에는 살기가 뻗쳐 오르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구일중이 탁구를 불러들이겠다고 선언하며, 그 동안 모든 것을 알면서도 참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하는 바람에 한승재의 위기 의식이 고조되었습니다. 게다가 서인숙은 "수단 방법 가리지 마!" 라고 다그쳤습니다. "정말 수단 방법 가리지 않기를 바래요? 내가 무슨 짓을 저질러도 후회 안 할 자신 있어요?" 한승재의 말은 얼핏 듣기에 매우 섬뜩하고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는 또 허당이었습니다. 한승재의 목표가 '살인'이었다는 점은 아주 명백해 보이는군요. 구일중을 어설프게 건드려서 부상만 입히고 끝낼 생각은 아니었을 거예요. 그런데 그의 사주를 받은 악당들은 멀찌감치 선 채로 구일중이 피를 흘리며 핸들에 엎드려 있는 모습만 확인하고는 "됐다!" 하며 그냥 물러가 버렸습니다. 이게 뭥미? 살인 청부를 받았는데 사람의 숨이 끊어졌는지 안 끊어졌는지도 확인 안 하고 끝내는 악당들의 모습은 어처구니가 없더군요.

구일중의 사주를 받은 조진구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김미순이 낭떠러지로 떨어진 뒤, 그는 아래쪽으로 내려가서 최선을 다해 밤새도록 찾아 헤맸습니다. 찾지 못하자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구일중에게 보고했지요. "사고가 생겼습니다. 물살에 휩쓸려 간 것 같습니다." 김미순을 어디로 데려가서 어떻게 하려는 것이었는지는 모르나, 최소한 조진구의 정직한 보고를 들은 구일중은 자기의 계획이 실패했다는 것을 제대로 인식할 수라도 있었습니다.


그에 비해 한승재의 사주를 받은 조폭들은 아주 가까운 거리에, 뻔히 보이는 곳에 있었음에도 마무리 확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승재에게는 "임무 완수 했다"는 보고를 올렸겠지요. 어쩌면 사람을 매수하더라도 구일중과 한승재는 차이가 납니다. 한승재라는 인물이 얼마나 카리스마와 통솔력이 없는지를 알 수가 있어요. 조진구처럼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섭외하는데는 항상 실패하고, 고재복처럼 약간 모자란 녀석들만 섭외가 가능합니다. 게다가 이번에 가장 중대한 역할을 맡았던 조폭들은 불성실하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구일중 캐릭터를 싫어하긴 하지만, 능력과 카리스마 면에서는 한승재보다 확실히 우월하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런데 안타까운 것은, 한승재의 이런 점을 마준이가 꼭 빼닮았다는 것입니다. 치사한 수단을 이용해서 악행을 저지른다는 점도 그렇고, 일처리를 끝까지 못 하고 항상 뒤끝을 남기는 허술함도 그렇고, 한승재보다 훨씬 마음이 약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참 많이 닮았습니다.


구마준은 나쁜 의도를 가지고 설빙초를 구해 왔으나, 그 약병을 손에 쥐고 망설이기만 할 뿐 실행에 옮기지 못합니다. 그러다가 조진구에게 들키고, 팔봉 선생에게 들키면서 점점 의심을 받게 됩니다. 자기의 정체를 들킬 수도 있는 그 위험한 약병을, 아무렇지도 않게 제빵실 유니폼 앞주머니에 넣어 둔 채 외출을 합니다. 양미순의 어머니가 수시로 직원들의 빨래감을 걷어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텐데 말이죠.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약병을 들키고 질문을 받게 됩니다.

감기약이라고 둘러대긴 했지만, 그 정도 사건이 있었으면 마땅히 약을 없애 버리고 계획을 포기해야 마땅했습니다. 어차피 설빙초를 이용해서 김탁구를 해칠 계획은 물 건너 간 셈이었어요. 탁구가 음식을 먹고 몸에 이상이 생기면, 필연적으로 자기가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조차 인식하지 못할 만큼, 구마준은 멍청한 녀석입니다. 그는 아무 생각도 없이 '증거물이 될' 그 위험한 약병을 책상 서랍에 넣어 둡니다. 그 허술함의 결과는 자기 자신에게 치명타가 되어 돌아왔습니다.


유경에게서 배신당하고 열병에 걸린 탁구는 제빵실 구석에 쓰러져 있었는데, 그 증상을 단순한 감기라고 생각한 팔봉 빵집의 식구들은 '감기약'을 찾기 시작합니다. 새벽이라서 약국은 문을 열지 않았고, 마준이가 어제 들고 있던 약병이 감기약이라고 했던 사실을 떠올리지요. 구마준이 미처 말릴 틈도 없이, 양미순과 그 어머니는 그의 서랍에서 설빙초 약병을 찾아내어 김탁구에게 먹이고 맙니다. 너무 안타까운 비극이었어요. 미각과 후각을 잃게 될 탁구의 시련도 가슴 아프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될 마준이도 불쌍했습니다.

그 약이 감기약이 아니라 설빙초라는 사실은 이제 모두에게 알려질 테고, 구마준의 악한 의도도 남김없이 드러나겠지요. 비록 스스로 실행에 옮긴 것은 아니지만 결코 책임을 면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승재도 이제 살아 돌아올 구일중에게 철퇴를 맞을 날이 멀지 않았군요. 세상에는 수많은 닮은꼴이 있는데 보통은 신기하고 재미있을 뿐이지요. 그런데 한승재와 구마준, 이 허술한 악당 부자의 닮은꼴은 그저 씁쓸할 뿐입니다. 한승재는 그렇다 치고 마준에게는 다시 일어설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으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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