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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전진호, 상고재의 비밀을 꿰뚫어 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개인의 취향

'개인의 취향' 전진호, 상고재의 비밀을 꿰뚫어 보다

빛무리~ 2010. 5. 20. 06:30


솔직히 '개인의 취향'이라는 드라마에 특이하고도 신선한 분위기를 선사해 주던 게이 코드가 빠져버리니까 삽시간에 식상해 보였던 것이 사실입니다. 평생 여자로서 사랑받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순수한 사랑만으로 게이인 전진호(이민호)와 결혼까지 하려고 했던 박개인(손예진)의 선택은 감동 그 자체였지만, 전진호가 평범한 남자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난 후에는 보통의 연인들과 별다를 것 없는 모습으로 돌아가더군요. 당연한 일이지만 식상함에 지친 마음으로는 적잖이 서운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꾸준히 그 커플에 대한 호감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은 완벽에 가까운 순수를 보여주는 여성 캐릭터 박개인의 무공해 사랑이었습니다. 그리고 전진호는 그녀의 특성을 잘 알아보고 마치 어린아이를 다루듯 섬세하고 배려심 가득한 태도로 그녀를 대했습니다. 물론 질투심에 불타는 순간은 제외하고 말입니다. 전진호는 기본적으로 매우 어른스럽고 이해심 깊은 남자이지만, 한창렬(김지석)이라는 존재가 자꾸만 끼어드는 문제에 있어서는 한 번도 점잖은 태도를 유지하지 못하고 소년처럼 삐쳐 버리더군요. 이민호의 출중한 비주얼 때문에 그런 모습조차 귀엽기는 했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다소 지루하게 흘러갔던 지난 주와 달리 이번 주에는 개인의 아버지 박철한 교수(강신일)가 본격적으로 등장하면서 한결 분위기가 긴박하게 흘러가며 흥미진진해졌습니다. 아버지의 등장은 공교롭게도 개인이가 어린 시절의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는 순간과 맞물려서 이루어졌지요.


"햇살이 눈부신 날이었는데... 하늘을 보다가 엄마를 보면, 엄마 얼굴이 잠깐 동안 보이지 않았어요. 나는 그냥... 엄마를 부르려고 했던 것뿐인데... 나랑 놀아 달라고, 나를 좀 봐달라고... 그런데 엄마가 대답이 없어서..."

지하방의 천정이며 동시에 마루의 바닥을 이루고 있던 소재는 투명한 강화유리였습니다. 어린 개인이는 마루에서 놀다가 유리바닥을 통해 지하방에서 일을 하고 있는 엄마를 보고, 열심히 손으로 바닥을 두드리며 엄마를 부릅니다. 하지만 작업에 골몰한 엄마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기를 보아주지 않자, 별 생각없이 조그만 아령을 가져다가 유리바닥을 두드립니다. 그 순간 한 가정의 행복은 쨍 하고 금이 가며, 엄마의 머리 위로 산산히 부서져 내렸습니다.

엄마가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고통을 감당할 수 없었던 개인의 마음 속에서는 본능적인 자기 방어 기제가 작동하여 그 부분의 기억을 지워버렸던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진호의 손으로 폐쇄되었던 지하방이 열리고 다시 예전의 모습을 되찾으면서 개인의 기억도 되살아난 것이지요.

그런데 지난 주 14회의 엔딩에서 이미 개인의 어머니가 어떻게 죽었는지를 알게 된 저는, 과연 그 책임을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개인에게 물을 수 있을 것인가를 생각했습니다. 아무래도 그건 맞지 않는 것 같았고, 어렴풋이 뭔가 어두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 느낌의 실체를 파헤치려고 노력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 어두운 느낌의 정체를 꿰뚫어 본 것은 전진호였습니다. 정말로 죄책감을 느껴야 했던 사람은 개인이가 아니라, 그 집을 설계한 박철한 교수, 그녀의 아버지였던 것입니다.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에서 마루바닥을 유리로 만든 것은 자칫 엄청난 비극을 초래할 수도 있을 만큼 위험한 일이라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는 아름다움에만 치우쳐 안전하지 못한 집을 만들었고, 그 결과로 아내를 잃고 딸아이를 엄마 없는 아이로 자라게 했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박철한 교수가 마음 속에 짊어지고 살아야 했던 아픔과 죄책감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무게였을 것입니다.

상고재는 그의 평생의 역작이었지만 그 집에 사는 것도 괴로웠을 테고, 딸을 볼 때마다 죽은 아내가 생각나서 또 괴로웠을 것입니다. 그리고 딸에게는 너무 미안한 마음 때문에 오히려 따뜻하게 대해주지 못하고 멀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기억의 일부를 지워버린 개인이는 그런 아버지의 마음을 알 턱이 없으니, 왜 아버지가 나를 미워할까 고민하며 자랐겠지요. 이제 기억을 되찾은 개인이는 언제나 그렇듯이 이번에도 자기 자신을 채찍질하며 죄책감에 괴로워합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진호가 곁에서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그래서 진호는 상고재의 비밀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건축가들에게 선망의 대상인 상고재... 담예술원 프로젝트의 컨셉으로 자리잡은 상고재... 누구나 탐내는 그 상고재의 설계가 어떤 비밀을 품고 있었는지를 말입니다. 그가 처음에 계획했던 목표를 이룬 셈이지만, 그 결과는 달콤하지 않고 오히려 쓰디쓴 것이었습니다.


사실 15회에서 초반과 중반까지 전진호가 보여주었던 모습은 매우 실망스러웠습니다. 박철한 교수 앞에서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자기의 잘못을 모두 인정한 것까지는 좋았습니다. 상고재에 들어간 애초의 목적이 불순했던 것은 사실이고, 틈틈이 집안 구석구석을 둘러보며 비밀을 알아내려 한 것도 사실이니까, 그 집의 주인이며 설계자인 박철한의 앞에서는 절대로 당당할 수 없는 입장이었지요.

그런데 누구보다 개인이의 성격을 잘 알면서, 그녀의 마음을 단념시키려고 모진 말을 퍼부어대는 전진호는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했을까요? 자신의 설계도를 훔쳐내어 빼돌렸다고 오해하며 노발대발하는 그녀의 아버지에게 스스로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고 생각해서, 그래서 이미 그녀와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판단해서 그런 거였을까요? 하지만 최선을 다해 노력도 안 해보고, 그렇게 쉽게 단정지을 수 있는 문제였을까요?

그런다고 쉽게 마음을 접을 개인이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면서, 마음에도 없는 말로 상처를 주는 진호를 이해할 수 없어서 참으로 답답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헤어지게 되더라도 일부러 더 큰 상처를 줄 필요는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그런 모습인 채로 15회가 끝나버렸다면, 그 멋진 남자 전진호에 대한 실망감을 안은 채로 잠들 뻔 했지요.


그러나 개인이가 아버지 앞에서 주눅들어 쩔쩔 매는 모습과, 그런 딸을 차갑게 대하는 박철한 교수의 모습을 눈앞에서 목격한 진호는 견디지 못하고, 결국 참았던 말들을 모두 내뱉고 맙니다. 그러잖아도 오랜만에 만난 딸을 대하는 아버지의 태도가 별로 따뜻하지 않은 데다가, "너는 아직도 그 모양이냐?", "너란 아이는 참 생각이 없구나" 라는 등의 무시하는 듯한 말로 상처를 주는 모습을 보며, 진호의 마음 속에는 조금씩 화가 치밀어 오르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하방을 발견하고 나서, 개인씨가 얼마나 많이 아팠는데요. 자기 때문에 어머니가 죽었다며, 그래서 아버지가 자기를 미워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마치 죄인처럼... 따님이잖습니까? 그런데 왜 죄인처럼 살게 하십니까? 제가 볼 때는 교수님의 죄책감을 따님에게 돌리신 것 같습니다."

순간 제 가슴 속에도 무언가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아픈 곳을 정통으로 찔린 박철한 교수의 충격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 싶었지요. 교수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전진호의 얼굴을 힘껏 후려쳤습니다. 사실은 그 분노도 진호를 향한 것이라기보다는 자기 자신을 향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예상하기라도 했다는 듯, 얻어맞고 나서도 흔들림 없이, 전진호는 자기 할 말을 끝까지 다 하고 맙니다. "담예술원의 설계를 거절한 이유는... 상고재가 실패작이기 때문이겠죠. 아닙니까?" 


상고재의 비밀은 실패작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아름답기는 하지만 안전하지는 못한 집이었지요. 원래 전진호가 알아내려고 했던 비밀은 성공의 열쇠였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그 실체는 크나큰 아픔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미 그는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습니다. 그 아픔의 한가운데에 사랑하는 개인이가 어린 모습으로 울고 있었으니까요. 이제 그는 부녀의 가슴 속에 썩어들어가는 상처를 치료해 주기 위해 과감히 나섰습니다. 너를 사랑한 적 없다는 둥, 너를 이용하려고만 했다는 둥, 마지막 동정심이라는 둥... 마음에도 없는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진작 좀 그렇게 나왔더라면 좋았을텐데요.

곪아버린 상처는 덮어둘 것이 아니라 밖으로 드러내어 수술을 해야 치료가 되겠지요. 지하방이 열리면서 개인이의 끔찍한 기억이 되돌아왔고, 박철한 교수는 평생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았던 고통스런 진심을 전진호에게 사정없이 들켜 버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두 사람 모두 너무 많이 아파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치유의 과정이며,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그녀의 이름처럼 밝게 개인 날이 찾아오겠지요.


사실 전진호는 어렸을 때 아버지를 잃고 창렬의 집안에 모든 것을 빼앗겼기 때문에 평생 절치부심하고 음울하게 살아왔으며, 타고난 심성은 올바르지만 세상을 보는 눈은 차갑고 독한 구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믿을 수 없을 만큼 순수하고 따뜻한 박개인을 만나 사랑하게 되면서, 처음에는 불순한 목적을 가지고 그녀에게 접근했었지만 나중에는 오히려 그녀를 돕는 천사로 변해 버렸지요. 이렇게 박개인은 자기가 만들어낸 천사에게 구원받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비추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내일의 날씨'는 결코 '흐림'일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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