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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의 취향' 박개인과 최관장은 닮은꼴이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개인의 취향

'개인의 취향' 박개인과 최관장은 닮은꼴이다

빛무리~ 2010. 5. 6.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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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선후배라는 것만이 아니라, 두 사람은 타인을 사랑하는 방식 자체가 참으로 많이 닮았군요. 조금 다른 면이 있다면 박개인(손예진)은 아직 어린애 같은 면이 있어서 상대에게 많이 의지하고 약간 귀찮게 구는 경향이 있다면, 최관장(류승룡)은 완벽한 어른의 성숙한 내면을 지니고 있어서 무엇이든 베풀려고만 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그들은 닮은꼴의 사랑을 하고 있습니다.


11회 엔딩에서 드디어 전진호(이민호)는 모든 타격을 각오하고 최관장에게 자기의 실체를 털어놓고 맙니다. 사랑이 그를 용감하게 하였군요. 최관장의 반응을 볼 수 있는 기회는 내일로 넘어갔지만, 예고편을 통해 그의 태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홀로 술을 마시며 "미련한 친구... 속이려고만 들었으면 얼마든지 속아 주었을텐데..." 라고 혼잣말을 하는가 하면, 누군가를(아마도 진호를) 바라보며 처연한 눈빛으로 "내가 가여워서였겠지요..." 라고 말하는 장면이 보이더군요.


최관장은 전진호를 미워하지 않을 모양입니다. 자기를 속였다고 배신감과 분노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에 대한 연민으로 차마 털어놓지 못했던 것이라고 그를 이해해줄 모양이에요. 진호에 대한 최관장의 사랑이 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인 줄은 몰랐군요. 개인이가 진호를 사랑한다는 것은 알았지만 게이인 그와 결혼하겠다고 할 정도인 줄은 몰랐던 것처럼 말입니다. 상대방의 행복을 위해서 자기를 희생하려 하는 사랑... 모든 이기심과 욕심을 버리고 한없이 베풀고만 싶어하는 사랑... 그런 면에서 두 사람의 사랑은 쌍둥이처럼 닮았습니다.

이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김인희(왕지혜)만 빼고 모두 다 너무 착합니다. 한창렬(김지석)이 제정신을 차리고 진심으로 개인이를 사랑하게 되면서, 악역이라고는 오직 인희 한 사람밖에 남지 않았어요. 그녀 혼자서 종횡무진 활약을 펼치며, 이쪽에서 소곤소곤 저쪽에서 수군수군, 이런 식으로 전진호와 박개인의 사이를 방해하고 있지요. 그러나 이 사람들은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에 대한 믿음과 이해심이 강합니다. 싸우거나 마음이 상했어도 그게 고작 몇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풀려 버려요.


그래서 아무리 인희가 갈등요소를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해도, 두 사람의 사이에는 근본적으로 장애물이 생성될 수가 없습니다. 믿음이 약하고 이해심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일단 오해가 시작되면 그게 쉽사리 풀리지를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일이 꼬여 버리니, 처음에는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오해로 다투다가 나중에는 가슴에 깊은 상처를 안고 파탄을 맞이하겠지요. 그런데 개인이와 진호는 기껏 애써서 방해한 사람의 입장만 뻘쭘해지게시리, 조금 화를 내는 것 같다가 금방 속도 없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배시시 웃고 맙니다.

자칫 커다란 갈등 요소가 될 수도 있었던 최관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진호가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게이인 척하면서까지 자기를 속이며 이용하려 했다고, 얼마든지 오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요. 현재 진호가 올인하고 있는 담예술관 프로젝트를 얻어낼 수 있을지 없을지의 열쇠를 최관장이 쥐고 있으니, 만약 그의 분노가 진호를 향해 폭발한다면 사업상으로 적지않은 타격을 받아야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개인이와 닮은꼴인 최관장은 한없는 이해심으로 전진호를 포용해 줄 모양입니다.


어쩌면 게이가 아닌 진호의 정체를 알고서도 한껏 기울어져버린 마음을 추스르지 못하고 애달픈 사랑이 계속되는 것일까요? 그의 모든 의도를 좋게만 해석하면서 "속이려고만 들었으면 얼마든지 속아 주었을텐데..." 하고 독백하던 장면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이 또한 개인이와 닮았네요. 결코 자신의 상대가 될 수 없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사랑을 멈추지 못하는 것 말입니다. 진호를 게이라고 오해하면서도 그와 결혼하려고 했던 개인이처럼, 최관장은 진호가 평범한 남자라는 것을 알고서도 여전히 그를 사랑할테니, 이 드라마에서 가장 슬픈 사랑을 하는 인물은 아무래도 최관장이 되겠군요.

개인이가 한때 창렬의 애인이었고 지금도 그의 집안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 있다는 사실을 견딜 수 없다며 두 사람의 사이를 강력히 반대하는 진호의 어머니(박해미)... 박철환 교수와 사돈을 맺어 자신의 사업에 이용하려는 욕심을 아직도 버리지 못한 창렬의 아버지(안석환)... 진호가 다른 목적을 가지고 상고재에 들어갔다는 사실을 알고 "진호 이 자식, 죽여 버리겠어!" 하고 분노하는 창렬이... 이미 발생한 갈등요소에다가 내일 추가로 발생될 갈등요소들을 더하면, 이 두 사람의 사랑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을 듯 한데...


그래도 별로 걱정스럽지는 않습니다. 혼자서 동분서주하며 이간질을 펼치는 인희의 모습이 오히려 안스러워 보일 만큼, 이 사람들의 사랑은 굳건하고 편안해 보입니다. 진호는 결국 어머니를 설득하는 데 성공할 것이며, 창렬이도 진호에 대한 오해를 풀고 자기 아버지를 단념시킬 것입니다. 진호를 원망하지 않는 최관장은 여전히 그의 후원자가 되어 줄 것이고, 진호는 자신의 능력껏 프로젝트를 얻어낼 수 있겠지요.

아무리 심각한 장애물이 있어도 모두 쉽사리 불태워 버리니, 과연 제가 생각하는 '드라마 사상 최고의 커플'답습니다. 살아가다 보면 적잖은 상처를 받게 되고, 그 상처로 인해서 조금씩은 타인에 대해 마음을 닫게 되지요. 개인이와 진호도 마음 속에 깊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니 어떤 상황에서든 상대를 굳게 믿고 이해하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언뜻 평범해 보이면서도 절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어느 성자의 이 유명한 권고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개인이와 진호를 통해서, 우리는 더욱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배웁니다. 자기 안에 존재하는 의심과 분노와 미움을 없앨 수만 있다면, 우리의 삶이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해질 수 있는가를 그들은 생생히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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