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인생은 아름다워' 소외된 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소외된 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빛무리~ 2010. 5. 17. 17:03
반응형


'인생은 아름다워' 18회에서 드디어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관계가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올랐습니다. 경수의 타고난 성향을 알면서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가 평생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기를 강요합니다. 아들을 향해 '괴물'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어머니(김영란)와 절대 자기의 뜻을 꺾을 수 없다고 맞서는 경수와의 대립은 시시각각으로 날카로워져 가는데, 그 와중에 경수 어머니에게 태섭의 존재가 드러나고 만 것입니다.


태섭이 경수에게 보낸 택배를 먼저 받아 본 어머니는 그의 이름과 연락처와 주소를 모두 기록해 놓고, 경수를 향해 허를 찌르듯 갑자기 묻습니다. "그 놈 이름이 태섭이니?"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경수는 아니라고 잡아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아셨어요?" 하며 비명을 지르듯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태섭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어머니의 연락을 무조건 받지 말라고, 그러면 별 일 없을 거라고 애써 안심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비교적 소심한 태섭은 이미 혼이 날아갈 정도로 놀랐습니다.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던 그의 예상은 결국 적중하여, 경수 어머니는 전화를 거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태섭의 집앞에 와서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에 이릅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경수 어머니를 만나러 나간 태섭의 모습에서 18회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다음 주에 심약한 태섭이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 오는군요.

경수와 그 어머니의 대화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결코 사회적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인간들의 삶이지만, 그래도 '평범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조금만 너그러워지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태어난 것도 아닌데 가족들에게까지 괴물 취급을 받으며,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그들의 삶이 처음으로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껏 동성애를 다루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무척이나 희화화된 모습의 그들을 볼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이성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외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 거의 대역죄인입니다. 그래서 결정해야만 합니다. 자기의 내면을 스스로 부정하며 평생 남들에게 보여지는 가면을 쓰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지독한 질시와 소외를 감당하더라도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살 것인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진정 행복할 수는 없는 길입니다. 다만 '그 중에 좀 더 낫다'고 생각되는 쪽을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어째서 '평범하지 않은', '자기들과 다른 모습의 삶'에 대해서 그토록이나 잔인할까요?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으나, 차분히 생각해 보니 동성애는 그 자체만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에이즈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좀 알아봤는데, 결코 동성애 때문은 아니고, 이미 감염된 사람과의 관계에서 전염되는 것이더군요. 여러가지 이유로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에이즈의 감염율이 높다고는 하는데, 어쩌면 그 또한 소외된 자들의 발버둥 속에서 그렇게 되는 듯도 합니다.

천주교인인 저는 어려서부터 동성애를 죄악이라 여기며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의 뜻을 되새겨 볼 때, 그들을 감싸지 않고 억누르며 질책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죄악이 아닐까 싶군요. '다르다'는 것을 그 자체로 인정할 수만 있다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양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서로가 훨씬 더 행복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오직 사회적 시선에만 골몰하여 아들의 삶을 억지로 틀 안에 가두려 하는 그 어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무섭고도 답답했습니다.

저는 자꾸만 태섭과 경수가 단지 동성애자들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꾸만 그들을 편들어 주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조건 남들과 같아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가 참 싫거든요. 하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사회적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계속되어 온 문제니까요.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고, 그 집단이 점점 커지면서, 한편 소외받는 사람들의 양상도 점점 다양화되어 온 것이지요.

적지 않은 연세에도 고정관념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러한 드라마를 쓰시는 김수현씨의 명성은 과연 헛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그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고 믿으며,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그 날이 오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해 가야 한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속삭이듯 작게 들리지만, 마음 속에 들어와서는 커다란 반향을 남기며 오래오래 깊숙이 퍼져 나갑니다.


* Daum 아이디가 있으신 분은
 버튼을 누르시면, 새로 올라오는 제 글을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추천에는 로그인도 필요 없으니, 글이 마음에 드셨다면 아래의 손바닥 한 번 눌러 주세요..^^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