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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아름다워' 소외된 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인생은 아름다워

'인생은 아름다워' 소외된 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빛무리~ 2010.05.17 17:03


'인생은 아름다워' 18회에서 드디어 태섭(송창의)과 경수(이상우)의 관계가 수면 위로 급격히 떠올랐습니다. 경수의 타고난 성향을 알면서도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은 그가 평생 남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살기를 강요합니다. 아들을 향해 '괴물'이라는 발언까지 서슴지 않는 어머니(김영란)와 절대 자기의 뜻을 꺾을 수 없다고 맞서는 경수와의 대립은 시시각각으로 날카로워져 가는데, 그 와중에 경수 어머니에게 태섭의 존재가 드러나고 만 것입니다.


태섭이 경수에게 보낸 택배를 먼저 받아 본 어머니는 그의 이름과 연락처와 주소를 모두 기록해 놓고, 경수를 향해 허를 찌르듯 갑자기 묻습니다. "그 놈 이름이 태섭이니?" 순간 소스라치게 놀란 경수는 아니라고 잡아뗄 생각도 하지 못하고 "어떻게 아셨어요?" 하며 비명을 지르듯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태섭에게 전화를 걸어 자기 어머니의 연락을 무조건 받지 말라고, 그러면 별 일 없을 거라고 애써 안심시키려 합니다.

그러나 비교적 소심한 태섭은 이미 혼이 날아갈 정도로 놀랐습니다. 좀처럼 진정하지 못하던 그의 예상은 결국 적중하여, 경수 어머니는 전화를 거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태섭의 집앞에 와서 메시지를 보내는 상황에 이릅니다. 부들부들 떨면서 경수 어머니를 만나러 나간 태섭의 모습에서 18회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 다음 주에 심약한 태섭이 겪게 될 고통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슴이 먹먹해 오는군요.

경수와 그 어머니의 대화는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습니다. 결코 사회적 관계를 무시할 수 없는 우리 인간들의 삶이지만, 그래도 '평범하지 않다는 것'에 대해 조금만 너그러워지면 안될까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스스로 원해서 그렇게 태어난 것도 아닌데 가족들에게까지 괴물 취급을 받으며,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에서 양단간에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그들의 삶이 처음으로 생생하게 다가왔습니다. 이제껏 동성애를 다루었던 영화나 드라마에서 무척이나 희화화된 모습의 그들을 볼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이성을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외에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인데, 그들은 그 자체만으로 거의 대역죄인입니다. 그래서 결정해야만 합니다. 자기의 내면을 스스로 부정하며 평생 남들에게 보여지는 가면을 쓰고 살아갈 것인지, 아니면 지독한 질시와 소외를 감당하더라도 자기 본연의 모습으로 살 것인지를 말입니다. 하지만 그 어느 쪽도 진정 행복할 수는 없는 길입니다. 다만 '그 중에 좀 더 낫다'고 생각되는 쪽을 선택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사람들은 어째서 '평범하지 않은', '자기들과 다른 모습의 삶'에 대해서 그토록이나 잔인할까요? 사회적으로 해악을 끼친다거나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겠으나, 차분히 생각해 보니 동성애는 그 자체만으로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다 싶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에이즈의 발생 원인에 대해서도 좀 알아봤는데, 결코 동성애 때문은 아니고, 이미 감염된 사람과의 관계에서 전염되는 것이더군요. 여러가지 이유로 동성애자들 사이에서 에이즈의 감염율이 높다고는 하는데, 어쩌면 그 또한 소외된 자들의 발버둥 속에서 그렇게 되는 듯도 합니다.

천주교인인 저는 어려서부터 동성애를 죄악이라 여기며 자라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의 뜻을 되새겨 볼 때, 그들을 감싸지 않고 억누르며 질책하는 것이 오히려 더 큰 죄악이 아닐까 싶군요. '다르다'는 것을 그 자체로 인정할 수만 있다면,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조금만 양보하고 받아들일 수 있다면, 지금보다는 서로가 훨씬 더 행복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오직 사회적 시선에만 골몰하여 아들의 삶을 억지로 틀 안에 가두려 하는 그 어머니의 모습이 참으로 무섭고도 답답했습니다.

저는 자꾸만 태섭과 경수가 단지 동성애자들만을 대표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소외받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대표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자꾸만 그들을 편들어 주고 싶은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무조건 남들과 같아야만 한다고 강요하는 사회가 참 싫거든요. 하지만 변화를 위해서는 앞으로도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모르겠습니다. 너무 오래 전부터, 사람들이 사회적 삶을 시작하면서부터 계속되어 온 문제니까요.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고, 그 집단이 점점 커지면서, 한편 소외받는 사람들의 양상도 점점 다양화되어 온 것이지요.

적지 않은 연세에도 고정관념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러한 드라마를 쓰시는 김수현씨의 명성은 과연 헛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도저히 올 것 같지 않던 그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고 믿으며,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 그 날이 오지 않더라도 끊임없이 노력해 가야 한다는 것을, 이 드라마는 말해 주고 있습니다. 그 목소리는 속삭이듯 작게 들리지만, 마음 속에 들어와서는 커다란 반향을 남기며 오래오래 깊숙이 퍼져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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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Comments
  • Favicon of https://heysukim114.tistory.com BlogIcon *저녁노을* 2010.05.17 17:14 신고 가끔 보는 드라마입니다.
    이런 내면이 또 숨어있었군요.

    잘 보고 가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17 18:35 신고 많은 가족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는 부분이지요.. 노을님, 오늘도 감사합니다. 아름답게 노을이 질 무렵이네요..^^
  • Favicon of https://neodol.tistory.com BlogIcon 너돌양 2010.05.17 21:22 신고 우리나라는 동성애에 왜이리 엄격한지. 그런데 빛무리님은 이런 면에 다소 보수적인 견해를 가진 천주교 신자님으로 알고계신데, 이렇게 널리 그들을 안아주시니^^

    그런데 전 이성을 좋아한 적도 없다만, 그들은 원래 그렇게 태어났기에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아마 제 주위에 동성애자가 없어서 그런 말이 쉽게 나오는지도 모르겠지만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18 06:10 신고 저도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동성애자는 없는데, 오히려 말을 들어보면 그들이 마음 편하고 좋은 친구가 되어준다고도 하더군요. 저도 지금 생각에는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기도 하구요... 이성애자로서 자유분방(?)을 내세우며 이리저리 복잡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보다보니... 차라리 힘들게 사랑을 키워가는 태섭과 경수의 모습이 훨씬 애달프고 심지어는 깨끗하게까지 보였다면 심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좀 그렇습니다..^^
  • 마른 장작 2010.05.18 06:57 바라보는 빛무리님의 시선이 좋습니다.^^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18 08:20 신고 좋게 보아 주시니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unlover007.tistory.com BlogIcon Iam정원 2010.05.18 10:34 소외된 자들을 대하는 우리 시선이라는 제목이 참 와 닿습니다.
    그래요. 나랑 다른 성향 성품을 가진것뿐인데 다른 사람과 같이 행동하고 살아가라는 건 일종의 횡포죠.

    차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빛무리님 말처럼 행복해질텐데.
    동성애를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그들로써는 그럴수 밖에 없을테니까. 정말 민폐를 끼치는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성때문에 특수성이 인정되지 않는 동성애를 다룬 드라마가 파격적이고 대단하다는 김수현 작가님은 참 넓으시고 좋으신 분 같아요. 드라마 작가 지망생으로써 정말 닮고 싶죠. 김수현작가님 드라마처럼 이런 소외되고 제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도 담는 가족드라마를 쓰고 싶어요.
    왼손잡이(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장애인(아직도 갈길이 먼) 전 부모님 전상서 인상깊게 봤는데. 사실 제가 장애인이거든요. 좀 다르다라는 이유로 질시하고 소외되면 안되잖아요. 사람인데..

    참 좋은글 읽었습니다. 남은 한주도 행복하세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18 22:51 신고 정원님께서 드라마작가 지망생이셨군요.. 그리고 털어놓기 쉽지 않은 말씀까지 용감하게 공개 댓글을 이용하여 털어놓아 주시니, 정원님의 굳센 심지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래요, 언젠가는 서로가 조금씩 더 행복해질 날이 오겠지요. 지금도 그날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엘레사르 2010.05.18 10:59 어떤 영화에서 만난지 몇주가 지나도 스킨쉽을 안하는 남자에게 여자가 이렇게 물어보더군요.
    '혹시 그쪽이야? 그렇다면 친구로 지낼 수 있으니 걱정하지마.
    딸기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든 바닐라 아이스크림을 좋아하든 무슨 상관이야.
    먹기 싫은 것 먹으라고 강요만 안하면 되지'
    영화는 재미없는 3류영화였지만 정말로 동성애 대해 바람직한 태도였습니다.
    맞습니다. 남이 딸기나 바나나를 먹는 모습이 아무리 거슬리고 싫어도 그 싫은 것을 강요만
    안하면 남이 뭘 먹든 무슨 상관입니까.
    그리고 에이즈 문제만 해도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성행하지만 이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로 성행하는데 믿을 수 없게도 동성애자들 사이의 성애에서만 발생한다고 믿는
    사람들이 아직까지도 많더군요.
    자유, 평등, 박애에 위배되지 않는다면 다수와는 다른 소수의 사람들을
    조금만 더 보듬어 안아줬으면 합니다.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18 22:53 신고 엘레사르님이 들려주신 그 영화의 한 장면은, 상상만 해도 아름답군요. 무심한 듯 이야기하는 그 여자의 속마음은 왠지 깊은 상처를 간직하고 있는 듯도 하고... 어떤 면에서든 정말 아파 본 사람이 아니면 타인의 아픔을 보듬어 안아주기 어려운 법이니까요... 단죄하기 전에 아픔을 이해한다면, 보듬어 안아주기도 한층 쉬워지지 않을까.. 또 그런 생각을 해 보는 깊은 밤입니다..^^
  • 아름다운인생 2010.05.18 14:40 우리나라에는 아직 동성애코드라는것 자체가 대중화되어있지 못합니다.
    <왕의남자>의 흥행은 그랬기때문에 기적과 같은 신선한 성공이었구요.
    우리나라는 동성애자들에 대한 거부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상당히 강력한 호모포비아 세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도리어 모든것이 자유로워 보이는 서양국가, 특히 그 대표적인 국가인 '미국'은 오히려 동성애자들이 가장 희화화되고, 가장 힐난받는 곳입니다. 패션계나 예술계를 제외하고는, 커밍아웃을 하기가 오히려 우리나라보다 겁나지 않을까 싶은 동네입니다.
    우리나라는 뒤에서 웅성거리고 마는 반면, 그곳에는 격렬하게 동성애자들의 존재자체를 거부하고 인정하지 않으니까요.
    저는 이 드라마로 인해서 동성애자들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는것이 반갑습니다. 드라마에서 미화하지 않고 지극히 현실적인 부분을 다루고 있어서 또한 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글 잘보았습니다^^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18 22:55 신고 그렇군요. 저는 미국의 실정은 잘 모르지만 '필라델피아'라는 영화를 통해 대략 짐작은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영화를 볼 당시만 해도 제가 아직 어렸기에, 그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하지는 못했었지요... 이 드라마로 인해 논의가 본격화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저도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모색하는, 끊임없는 노력의 한 과정일테니까요.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 Favicon of https://leeesann.tistory.com BlogIcon pennpenn 2010.05.18 19:56 신고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본 듯 합니다.
    편안한 밤을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18 22:55 신고 펜펜님, 오늘도 방문해 주셨군요. 감사합니다..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 Favicon of https://smqldi.tistory.com BlogIcon 느비야 2010.05.19 09:55 신고 이런저런걸 다 떠나서..

    태섭이의 불안함이 너무 가슴아프더군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19 09:58 신고 경수는 오히려 심성이 강해서 덜 불쌍한데, 심약한 태섭이가 더욱 불쌍합니다..;;
  • Favicon of http://blog.naver.com/friendsera BlogIcon 친구세라 2010.05.30 12:07 저도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동성애 관련 부분을 보면
    꼭 동성애 뿐만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 보게 되고
    반성해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저 또한 동성애에 대해 학창시절 아이돌가수를 좋아하면서
    팬픽으로 접하면서 약간 환상 같은 것 정도로만
    가볍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이 드라마를 통해서
    제대로 생각해 보고 저의 편견 또한 많이 바뀌고 있음을 느낀답니다.

    정말 나와 다르다. 사회적 기준과 다르다고 해서
    그것이 무조건 질시 받아야 하고
    행복할 권리를 빼앗겨야 한다는 논리는 정말 아닌것 같아요.

    앞으로 정말 거북이 걸음 일지라도 조금식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어
    모든 사람이 행복할 수 있는 그런 사회가 오길 바래보며
    일단 저부터가 제 스스로의 편견을 깨기 위해 노력해야겠어요~^^

    뒤늦게 챙겨읽고 있는데, 좋은글 감사합니다~
    남은 오늘 하루도 행복하세요~♡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0.05.30 13:38 신고 세라님, 반가워요^^ '인생은 아름다워'에 관해 올린 저의 리뷰글이 적당한 편집 과정을 거쳐서 또 한 번 '마음수련' 7월호에 실릴 예정입니다. 세라님이 다니시는 병원에는 마음수련이 다시 들어왔나요? ㅎㅎ 어쨌든 참으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좋은 드라마입니다. 햇빛 화창한데, 오늘도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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