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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데렐라 언니' 이복형 기정이 기훈에게 전하는 말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신데렐라 언니

'신데렐라 언니' 이복형 기정이 기훈에게 전하는 말

빛무리~ 2010. 5. 1.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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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훈이 네놈은 아버지를 닮았다. 그래서 너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너와 나의 무능한 아버지가 그랬듯이, 너는 초라한 모습으로, 일에도 사랑에도 실패하게 될 것이다.


내 눈에는 훤히 보이는데 아버지는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오래된 병폐가 있다. 그건 바로 자기가 책임져야 할 일을 남의 탓으로 돌리는 습관이다. 아버지에겐 수십년간 얼마든지 기회가 있었다. 사랑도 얻고 성공도 이룩할 수 있었던 수많은 기회를, 자신의 무능함과 비정함으로 저버린 것이다.

하지만 나는 한번도 그가 자기 자신을 탓하는 모습을 보지 못했다. 예전에는 항상 내 어머니를 탓했고, 내가 성장하여 힘을 얻게 되자 이제는 자기 자식인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그를 자유롭지 못하도록 옭아매는 것은 언제나 그 자신이었건만, 누구나 알고 있는 그 사실을 가엾게도 아버지만 모르고 있었다.


사내로 태어나 아버지를 존경하지 못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내게는 허락되지 않은 기쁨이었기에, 나는 그를 탓하고 원망하기보다 스스로 성장하여 힘을 얻는 길을 선택했다. 내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서였다. 겉으로 보기에는 그지없이 화려하고 강해 보이지만, 어머니가 얼마나 오랜 세월 동안 감춰진 눈물과 한숨으로 살아오셨는지를 나는 알고 있다.

아들로서 자기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는 남자는 없다. 기훈이 네놈이 그렇듯이, 나 또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나의 어머니였다. 부(富)와 미모와 젊음을 소유했던, 그 무엇도 부러울 것 없던 나의 어머니는 한 순간의 잘못된 선택으로 아버지와 결혼함으로써 불행의 길로 접어들었다.


어머니가 선택한 남자는 무능할 뿐만 아니라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할 줄도 모르는, 지극히 못난 사내였다. 부잣집 딸에게 장가들어 신세나 고쳐 보려고 했던 그 한심한 청년은, 머지않아 갑갑증을 느꼈다. 너무도 아름답고 당당한 내 어머니 앞에서 그는 항상 기를 펴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있었던 거다.
그건 어머니의 탓이 아니라 그 자신이 못난 탓이었다.

하지만 그는 줄곧 어머니를 탓했다. 여자로서 너무 차갑고 기가 세어서 곁을 주지 않는다는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말이다. 그러더니 결국은 수습도 못할 사고를 저지르고 말았다. 강한 남자는 실수를 저질렀어도 자기 자신이 책임을 지지만, 무능한 남자는 오줌싸고 도망치는 어린아이처럼 뒷수습을 타인에게 맡긴 채 모든 사람을 고통스럽게 만든다. 결국 그렇게 되고 말았다.


네가 나를 증오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어릴 적부터 악마였다고 생각하는 줄은 몰랐다.

그때는 나도 어린아이였을 뿐이다. 무능한 아버지와, 그의 정부(情婦)인 너의 어머니와, 불륜의 씨앗인 너 홍기훈 때문에 하루하루 가슴이 썩어들어가는 내 어머니를 바라보며, 가슴 속에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간신히 억누르던, 사춘기의 소년이었을 뿐이다. 하지만 사람이 죽을 줄을 알면서, 일부러 네 어머니를 죽음으로 몰아갈 만큼 악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그토록 냉철하고 계산적이지도 못했다. 나는 그저 네 어머니와 마주하는 것이 견딜 수 없이 싫어서 무작정 도망치는 소년이었을 뿐이다.

왜 하필이면 내가 너를 숨겨두고 있다고 생각했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녀가 내 팔을 붙잡고 부들부들 떨면서 너의 행방을 물었을 때, 나는 소름이 끼쳤다. 어른이 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모든 죄는 내 아버지에게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아직 어렸던 나는 그녀가 징그럽도록 싫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의 손을 뿌리치고 도망쳤다. 그녀가 소리소리 지르며 쫓아왔고, 붙잡히기 싫었던 나는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달렸다. 다른 생각은 머릿속에 떠오르지도 않았다. 그저 그것 뿐이었다. 


심장병에 걸려서 뛰면 안되는 너의 어머니를 뛰게 만들었다고, 네 어머니의 병을 알면서도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고, 너는 나를 살인자 취급하는구나. 그래서 지금까지 나를 네 어미를 죽인 원수라고 생각하며, 뼈에 사무치도록 증오하며 살아왔던 게냐? 그래서 네가 얻은 것은 무엇이냐? 나를 탓하고 원망하여 네가 얻은 것이 있었더냐?

남을 탓하는 그 습관까지, 너는 아버지를 꼭 빼닮았다. 내가 그것을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너는 대성도가에 잠입했다고 말한다. 내가 갖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먼저 네가 가졌다가 그들에게 돌려주려 했다고 너는 말한다. 너는 나의 방식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소리쳤지만, 너의 그 방식은 과연 정당하다고 생각하느냐? 대성도가의 사람들이 알게 된다면, 너의 그런 의도를 고맙다고 여기겠느냐? 개가 웃을 일이다.


너의 그 찌질한 속셈이 성공하지 못했다고 해서, 너는 나를 탓하는구나. 어차피 너와 나는 적이 아니더냐? 내가 공격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 아니더냐? 이곳은 정글이다. 철저히 강한 자만이 살아남는다.

죽은 구대성 사장이 나에게 "공명정대하지 못하다"고 꾸짖는다면, 그의 앞에서는 기꺼이 고개를 숙일 생각이 있다. 그는 나로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만큼 깨끗한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홍기훈, 너는 그럴 자격이 없다. 네가 선택한 방식은 나 못지않게 더러웠고, 너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 정글 속에, 이 시궁창에 몸을 담근 맹수일 뿐이다.

구대성을 속이고 대성도가에 잠입하라고 내가 시킨 것도 아닌데, 너는 그렇게 나를 탓하는구나. "형 때문에 내가 무슨 짓을 하게 되었는지 알아요? 나를 거두어 주신 분을 죽게 했어요! ... 난 이제 정말, 예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게 됐어요. 형 때문이야! 고마워서 미칠 것 같아."


그래, 너의 방식이 그런 것을 어쩌겠느냐? 얼마든지 나를 탓하고 증오하여라. 네가 저지른 모든 일의 책임을 나에게 돌리고, 그 증오를 딛고 일어서서 나를 공격해 보아라. 그 부당한 증오심이 얼마나 네놈에게 힘을 실어 줄지는 모르겠으나, 그렇게 해서라도 너의 능력을 보일 수만 있다면 나에게 보여라.

네놈이 원망과 증오심에 억눌려 주저앉아 있는 동안, 나는 쉬지 않는 노력으로 여기까지 달려왔다. 아버지가 수십년 동안 이루지 못한 것을 나는 단지 몇년만에 이루어 냈다. 네놈이 도전해 온다면 기꺼이 나의 힘을 보여주겠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이, 결코 거저 얻은 것이 아님을 보여주겠다.


평생 무능한 아버지를 보면서 답답해 하던 나는, 차라리 네가 사나운 이빨을 드러내며 나에게 덤벼들기를 바란다. 나를 끌어안고 같이 죽겠다는 둥 끝없이 못난 소리나 지껄일 것이 아니라, 그래도 한번쯤은 사내다운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드는 것을 보면, 내 안에도 스스로 깨닫지 못한, 핏줄에 대한 실낱같은 연민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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