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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기나긴 충돌과 화합의 과정이 시작되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지붕뚫고 하이킥

'하이킥' 기나긴 충돌과 화합의 과정이 시작되다

빛무리~ 2010. 1. 26.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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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뚫고 하이킥'은 이제 종영까지 2개월을 채 못 남겨둔 시점에서, 그들이 앞으로 어떻게 부딪치며 성장하고 화합해 나아갈 것인지, 94회에서 그 전초전을 보여 주었습니다. 저의 시선에는 그 충돌과 화합의 과정이 크게 두 갈래로 나뉘어 보여지더군요.

1. 객식구들의 이념적(?) 충돌 - 세경과 광수, 인나

메인 게임이라고 볼 수 있는 가족 간의 충돌보다 먼저 몸풀기 게임처럼 객식구들의 충돌이 벌어졌습니다. 한 봉지에 100만원 가량이나 하는 르왁커피를 둘러싼 세경과 광수, 인나의 한판 대결이었지요. 사실 이들은 앞으로 같이 살게 될 운명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굳이 화합의 가능성을 열어두지 않고 그냥 충돌 과정만 표현했는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들이 보여준 만만치 않은 대립각은 앞으로 이 가족이 겪어 나아가야 할 기나긴 풍파에 대한 예시라고 느껴졌습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서로 다른 생활 태도를 가지고 살아가던 사람들이, 같은 공간에서 서로에게 적응하며 살아가게 되기까지는 적잖은 진통의 시간이 필요할 테니까요.

광수, 인나와 마찬가지로 세경도 못 가진 자에 속합니다. 아니 어쩌면 동생 신애까지 책임져야 하는 세경의 입장이 오히려 광수, 인나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 어떻게 살아가느냐 하는 것은 돈이 있고 없고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가짐에 따라 좌우된다는 것을 '지붕뚫고 하이킥'은 여실히 보여 주었습니다.


세경은 비록 못 가졌어도, 당장 먹을 것이 없고 잠잘 곳이 없어도 남에게 신세지지 않으려 하는 극도의 자립형 캐릭터입니다. 광수와 인나처럼 매사에 네 것과 내 것이 불분명한 사람들이 보기에는 답답할 수 있겠지요. 언젠가는 지훈(최다니엘)도 세경의 그러한 면을 단점으로 지적하며 좀 더 융통성 있게 사람을 대하도록 충고한 적이 있습니다.

그에 반해 광수와 인나는 상당한 민폐형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껏 그들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거의 나오지 않아서 잘 몰랐는데, 남의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는 처지에 얌전히 있지는 못할 망정, 찬장을 들들 뒤져서 비싼 커피를 찾아내어 마시고 그것도 모자라 몰래 덜어서 싸가지고 가려는 태도를 보니, 정음이보다 더하면 더한 민폐성을 보이는군요.


세경의 입장에서 볼 때, 광수와 인나의 저러한 행동은 용납될 수 없는 것입니다. 르왁커피가 비록 그녀의 소유는 아니지만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 광수와 인나를 저지하는 세경의 태도는 그녀의 뚜렷한 가치관과 신념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몰래 남의 것을 가져가려다가 들킨 상황에서도 "이웃끼리 좋은 것 좀 나눠 먹자는 건데 너무 빡빡하게 군다" 며 저렇게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광수의 적반하장식 태도는 '함께 사는 사회'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민폐형 캐릭터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며, 생각없이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서도 그런 자기의 행동이 잘못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한다는 데에 있습니다. 상대방이 먼저 손을 내밀어 권했다든가, 또는 기꺼이 동의를 했다면 문제는 다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렇지 않다는 데에 있습니다. 언제나 어디서나, 자기에게 주장할 권리가 있는지 없는지를 똑바로 생각하지 않고, 무조건 당연히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저러한 민폐형 캐릭터의 공통점이지요.


아직 젊은 그들이기에 미래를 생각해 본다면, 앞으로 대성할 인물은 세경이라는 점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한창 패기만만한 시절부터 남에게 의존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공짜나 밝히고, 몰래 남의 집 찬장이나 뒤지는 인물들이 대성하리라고 보기는 솔직히 좀 어렵습니다.

저의 고교시절, 한 선생님에게서 들었던 가르침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합니다. "사람이 일을 했으면, 마땅한 노동의 댓가를 받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받아야 할 것 이외에 또 다른 것을 요구하고 연달아 손을 내미는 것이 습관화되면, 그때에 들어야 할 것은 '거지근성'을 지녔다는 비웃음뿐이다."


이 부딪힘의 에피소드가 의미하는 것은 물론 어느 쪽이 옳고 어느 쪽은 그르다는 메시지는 아닐 것입니다. 세상에는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기에, 아무리 받아들이기 어려워도 서로 화합해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삶의 품위를 유지하는 것은 반드시 돈이 많아야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님을 직접 보여준 세경이가 저는 너무 예뻐 보였답니다. 가난한 그녀의 기품이 반짝반짝 빛나네요..^^


2. 가족의 이름으로... 김자옥 여사의 커다란 존재감

아름다운 교감선생님 김자옥 여사는 이순재 옹이 노년에 목숨 걸고(?) 쟁취한 사랑입니다. 열이 39도까지 올라가는 극심한 감기몸살에 시달리면서도 그녀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빗속을 뚫고 달려가다가 기절해 쓰러지던 순재옹의 모습이 떠오르는군요.

생활 속에서 수시로 드러나는 극심한 공주 취향과 은근히 남의 염장을 지르는 말솜씨 등을 보아서도, 그녀가 절대 만만한 인물이 아니라는 사실은 이미 증명된 바가 있습니다. 그런 그녀가 순재옹과의 결혼을 결심하면서 그의 까칠한 딸자식 현경에게 먼저 손을 내밀고 약간 숙여주는 모습을 보이기에, 속으로 좀 안스러웠던 것도 사실입니다. 순재옹에게는 많은 가족이 있지만 그녀에게는 가족이 없으니, 인생의 큰 일을 앞두고 그녀가 너무 외로워 보였거든요.

그런데 어제 성난 망아지 같은 예비 손녀 해리를 단숨에 꽉 잡아 버리는 자옥 여사의 엄청난 파워를 보며, 제 가슴은 통쾌함의 카타르시스로 가득 찼습니다. 그것은 단지 해리한테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앞으로 이 집안에서 자옥 여사가 얼마나 큰 역할을 해줄 것인지를 의미하는 신호탄이었습니다.


이 집안의 전체적인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지독한 무관심'을 한꺼번에 와장창 깨부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그녀, 자옥여사입니다. 가장인 순재옹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머지않아 명실상부한 이 집안의 안주인이 될 그녀에게 감히 대항할 수 있는 식구는 이제 없습니다.

만약 그녀가 마땅한 직업도 없고 가진 재산도 없는 상태에서 부유한 순재옹을 만나 결혼하는 거라면, 안타깝지만 가족들에게 무시를 당할 수도 있는 입장이었겠지요. '나이 든 꽃뱀' 정도로 취급당할 수도 있었을 테구요. 하지만 자옥 여사는 엄연히 고등학교 교감이라는 훌륭한 직업에 자기 명의의 집까지 소유한 능력있는 여성인만큼 순재옹의 가족들 앞에서 기죽을 이유가 없습니다.

마땅히 모든 사랑과 관심을 받아야 할 어린 해리에게도, 그 동안 가족들은 냉랭한 무관심과 지나친 너그러움으로만 대해 왔습니다. 잘못을 나무랄 때에도 그저 건성이었지요. 그런데 자옥 여사는 해리에게 처음으로 깊은 관심을 보여 줍니다. 물론 이전에도 세호나 정음이가 혼자 노는 어린아이를 가엾게 여겨서 관심을 갖고 함께 놀아 준 적은 있었지만, 얼마 버티지 못하고 해리의 횡포에 나가떨어졌으며, 무엇보다 그들은 가족이 아니었지요. 그러나 자옥 여사는 이제 엄연한 해리의 가족입니다. 명실상부한 '할머니' 입장인 것이지요.


해리의 부모인 보석과 현경조차 한 번도 해리에게 손찌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는데, 자옥 여사는 서슴없이 해리의 머리에 꿀밤을 먹입니다. 비록 아주 가볍게 쥐어박는 정도이긴 하지만, 생판 남의 아이라고 생각했다면 나오기 어려운 행동이었습니다.

해리가 어떤 포악을 떨어도 전혀 물러서지 않고, 강한 어조와 강한 행동으로 그 아이를 제압하는 자옥의 모습에서는 자신감이 느껴졌습니다. 해리가 "나가!" 라고 소리칠 때 "네가 나가라, 내가 왜 나가니~" 하고 대응할 수 있는 이유도, 이젠 그녀가 이 집안의 엄연한 가족이요 윗어른이기 때문이었습니다.


해리가 부모에게 일러바친다 해도 그녀가 눈치를 봐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제는 해리 엄마인 현경마저 자옥의 손에 길들여질 기세입니다. 물론 어린아이인 해리에 비해 현경은 만만치 않겠지요. 자옥도 현경으로 인해 많이 부딪히며 변화해 나갈 테구요. 그러나 이제껏 마치 남자같은 무심함과 폭력으로 아버지인 순재옹보다도 더욱 거칠게 집안을 휘둘러 왔던 현경의 방식은, 이제 자옥으로 인해서 적지 않은 태클을 접하게 될 것입니다.

매사에 과도한 여성성이 드러나서 좀 짜증스럽긴 하지만, 사실 너무나도 여성성이 부족했던 순재옹의 집안에는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자옥 여사였습니다. 그러고 보면 이 집안에는 너무 오랫동안 '엄마'가 없었어요. 현경과 지훈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시점은 3년 전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그 이전에도 오랜 병치레로 누워만 계셨던 것 같거든요.


작은 일에도 관심을 갖고, 일일이 조근조근 간섭하는 자옥 여사는 영락없는 엄마이며 할머니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했던 어린 악마 해리를 눈높이 교육 방식으로 단숨에 제압하는 그녀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앞으로 모든 이의 화합을 이끌어가고, 바람직한 발전의 도화선이 될 그녀의 역할이 몹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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