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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의 신' 에서 내가 발견한 3가지 교훈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공부의 신

'공부의 신' 에서 내가 발견한 3가지 교훈

빛무리~ 2010. 1. 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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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뒤늦게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의 매력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표현하려는 주제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습니다. 그간 여러분들의 리뷰를 많이 읽었는데, 주로 공부하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라든가, 이 사회의 학벌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많이 본 듯 합니다. 학교 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행을 조장하고 있는, 위험한 드라마라는 의견도 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학생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닌 처지에서, 학교 문화가 피부에 와닿지 않기 때문인지 약간 다른 방향으로 이 드라마를 바라보게 되더군요. 제가 나름대로 이 드라마를 긍정적 시선으로 보게 해 준, 3가지의 포인트를 짚어 보겠습니다.


1. 오봉구 - 천하대가 그렇게 좋은 건가요?  


정확히는 오봉구가 아니라 오봉구의 부모님을 주목했다고 해야 할 것입니다. 봉구는 평범한 고깃집 아들입니다. 그의 부모님은 그저 장사가 잘 되는 고깃집이 있어서 행복하고, 착하고 잘 웃는 아들 봉구가 있어서 행복하고, 오늘도 가족들이 사이좋게 둘러앉아 맛있는 저녁을 먹을 수 있으니 행복한, 그런 소시민입니다.다른 부모님들과는 달리 봉구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지 않습니다. 어차피 봉구는 물려받을 고깃집이 있으니까, 학교 공부를 반드시 잘 하지 않아도 상관없다고, 그냥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살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봉구 부모님에게 강석호(김수로)는 심한 소리까지 해가면서 봉구를 천하대 특별반으로 편입시킵니다. 대사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재능 있는 아이에게 기회조차 주지 않고, 가게에서 심부름이나 하면서 다른 세상을 모르게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이렇게 아이를 방치하는 것은 때리는 것보다 더욱 큰 폭력입니다." 대략 이런 식의 대사였던 것 같습니다.


사람 좋고 순하게만 생긴 봉구 아버지는 저런 소리를 듣고도 화를 내지 않습니다. 게다가 공부에 별 뜻이 없는 줄만 알았던 아들녀석 봉구가 의외로 자기가 나서며 천하대 특별반에 들어가겠다고 하자, 굳이 말리지도 않고 승낙해 줍니다. "그래, 네가 원하는 거라면 해야지..." 그런 태도였습니다.

제 기억 속에 무엇보다 강렬하게 남은 대사는 바로 강석호를 배웅하면서 봉구 아버지가 했던 말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아직도 모르겠네요. 천하대가 그렇게 좋은 것인지... 거기를 꼭 가야 하는 것인지..."

그렇지요. 일단 봉구 자신이 해보고 싶다고 하니까 보내기는 하지만, 아버지의 생각에는 뭣하러 그렇게까지 하면서 천하대라는 곳에를 가야 하는 것인지 납득이 안되었던 것입니다. 봉구의 부모님이 알고 있는 세상은 특별히 공부를 잘 하지 않아도, 천하대를 나오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한 세상이었으니까요.


바로 그들의 순박한 모습이, 각박해 보이는 이 드라마를 한결 편안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아들이 가겠다고 해서 합숙까지 보내 놓았지만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은 봉구의 부모님은 바리바리 음식을 싸들고 찾아와, 창문 밖에서 아들의 모습을 보며 안타까워합니다.

봉구가 열심히 공부해서 천하대에 가는 것도 좋지만, 꼭 그렇게 되지 못하더라도 저렇게 좋은 부모님이 계시니 봉구는 행복할 것입니다. 제가 '공부의 신'이라는 드라마를 보면서 첫번째로 강렬하게 느낀 교훈은 오히려 "공부를 잘해서 천하대에 가는 것... 그게 그렇게 좋은 건가요?" 라는 물음표였습니다.


2. 차기봉 - 부정보다는 긍정의 힘으로!

전설적인 수학의 신이었던 차기봉(변희봉)이 손을 놓고 물러나 시골에 칩거한 이유는, 애써 가르쳐 놓았던 제자들이 정작 출세하고 나서는, 순수한 마음을 잃어버리고 부정한 세상에 물들어가는 모습에 실망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가르쳐봐야 아무 소용 없어!"


하지만 그를 설득하기 위해 찾아온 강석호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라고 외치더니, 거침없이 차기봉의 뒤편에서 그가 스크랩해 놓은 신문기사들을 찾아내어 그의 코앞에 들이밉니다. 워낙 제자가 많았기에 그 중에는 타락하여 부정한 권력을 휘두르는 자들도 적잖이 있었으나, 다른 한편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기의 능력껏 남들을 도우며 성실하게 살아가는 좋은 제자들이 더 많이 존재하고 있었던 것이지요.

그런 제자들의 선행이 신문에 작은 기사로 실릴 때마다 잊지 않고 스크랩까지 해두었으면서, 겉으로는 "가르쳐봐야 아무 소용 없다." 고 외면하는 노스승의 마음은 알 듯 모를 듯 했습니다. 아마도 타락한 제자들 중에 특별히 사랑했던 아이들이 몇 명쯤 있었던 거겠지요. 애정과 심혈을 기울여 가르쳤고 정말 훌륭한 인물이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는데, 오히려 출세하고 나서는 부정한 권력을 휘두르는 모습을 보았을 때, 스승도 인간인지라 그 마음의 상처는 작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착한 제자들의 사진을 가리키며 "선생님께서 올바로 가르쳐 주셨기에 지금의 그들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라고 말하는 강석호의 설득에 다시 몸을 일으켜 어린 제자들을 가르치러 나서는 노스승의 모습을 보며, 저는 긍정의 힘을 느꼈습니다.

모든 일에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이 있지요.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고... 그 중에서 부정적인 면에 집중을 하게 되면 아무 일도 할 수가 없다는 것을, 우리가 좀 더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언제나 긍정적인 면에 집중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것이 제가 '공부의 신'을 보며 얻은 두번째 교훈이었습니다.


3. 홍찬두 - 처음으로 돌아가서, 정말 소중한 게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봐...


엘리트 부모님과 너무 잘난 형, 누나들 틈바구니에서 언제나 기죽어 있던 홍찬두(이현우).
아버지는 좀처럼 성적이 오르지 않는 찬두를 국내에서 번듯한 대학에 보낼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자 미국으로 보내버리기로 결정했지요. 하지만 찬두는 가고 싶어하지 않았습니다.

특별히 학교 생활을 즐기는 것 같지도 않은데 왜 안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는 걸까 했더니만, 유치원 동창이며 첫사랑이며 아직도 마음으로 좋아하고 있는 길풀잎(고아성)의 곁을 떠나기 싫어서였군요. 눈치를 보니까 딱 그런 것 같습니다. 참 귀엽네요..^^


'공부의 신' 4회의 주요 테마는 바로 "강요된 미국 유학으로부터 홍찬두 구해내기" 였습니다. 강석호가 나서서 홍찬두의 아버지와 일종의 내기를 했지요. 지금껏 최고점수가 52점이었던 찬두의 수학성적을, 열흘이라는 기간 동안 80점까지 올리겠다고 공언하며, 기간 내에 80점을 넘기지 못하면 본인이 어떤 처벌도 감수하겠으나, 80점을 넘긴다면 찬두의 특별반 합류를 허락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쉽게도 79점으로 찬두와 강석호는 내기에서 패배했습니다. 찬두는 꼼짝없이 미국으로 보내질 위기에 처했고, 강석호마저 찬두 아버지에게 고발당해 조사를 받게 될 처지였지요.


그런데 갑자기 풀잎이가 나서서 유치원 학예회 때의 동영상을 찬두 부모님께 보여 드립니다. 정말 굉장히 생뚱맞은 장면이었지요. 전형적인 억지 설정이요 억지 감동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습니다. 아들을 향해 띄운 아버지의 편지 낭독도 그 내용이 특별히 새로울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요즘은 공부를 잘하는 것이 가장 큰 효도라고 하지만, 엄마 아빠는 그저 우리 찬두가 건강하게 자라 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찬두야, 우리 곁에 와줘서 고맙구나. 사랑한다." 

가끔은 극도의 식상함이 극도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때가 있습니다. 저 식상한 아버지의 편지가 큰 감동으로 와닿은 이유는, 살다보면 누구나 초심을 간직하기가 너무나 어렵다는 것을 느끼는 순간이 있었기 때문이지요. 어느 사이엔가 초심을 잃고, 기대 수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받아오는 아들을 다그치기 시작했던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보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어른들은 모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을 것입니다.


어찌 보면 제가 느낀 세번째 교훈은 첫번째 교훈과 일맥상통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공부를 잘해서 천하대에 가는 것이 정말 그렇게 좋은 건가요?" 라는 봉구 아버지의 말씀과 "그저 네가 건강하게 자라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우리 곁에 와줘서 고맙구나. 사랑한다." 라는 찬두 아버지의 초심은 결국 한쪽 방향을 가리키고 있으니까요.

*******

놀랍게도 드라마 '공부의 신'은 "공부만이 최고가 아니다. 우리에겐 공부보다 더욱 소중한 것이 있다." 라는 교훈을 전해주고 있습니다. 적어도 4회까지 시청하고 제가 느낀 바로는 그러했습니다.

드라마의 중심축을 이끌어가는 강석호(김수로)도 겉으로는 높은 시험 점수와 천하대학교 이외에는 세상에 가치있는 것들이 없다는 식으로 위악적 태도를 유지하고 있지만, 그 속마음은 오히려 인간적인 애정에서 기초한다고 저는 보았습니다.

할머니와 함께 셋집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한 황백현(유승호)을 위하여 자기 사무실까지 처분해 가면서 도와준 마음도 그렇고, 풀잎이(고아성) 엄마가 그 아이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해주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는 일부러 천하대 특별반에 합류시킨 것 또한 스승으로서의 진실한 애정이라고 저는 보았습니다.


승리자가 되지 못하면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는 각박한 세상을 여실히 드러내고는 있지만, 그래서 승리자가 되도록 하기 위해 약간은 비인간적인 방법으로 학생들에게 온갖 공부의 요령을 가르치고는 있지만, 그래도 그 밑바탕에 깔려 있는 정신 자체는 타락한 것으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부디 어려움 속에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를 잊지 않고 살아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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